KRUG의 매혹적인 거품에 빠져! 빠져!
런던에 온 기념으로 오전에는 런던 탑에 올라 사진을 한 장 찍고, 대영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 수많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들과 이집트의 문화재를 보면서 박물관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보다는 약탈을 참 많이도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ㅠ.ㅠ
중요문화재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이집트에서도 볼 수 없는 문화재'라고 침까지 튀기면서 설명하는 주변의 관광 가이드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의 역사의식이 궁금하기도 했다. 뭐, 이미 지나간 역사려니 하는 것이 맘 편하긴 하지만,,,
이집트같이 문화제가 약탈된 국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대영박물관을 둘러보고 대영박물관 도서관을 찾았다. 여행오기 전에 토스칸 지방의 와이너리들은 예쁘기 때문에 꼭 보고 오라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여행 전에 시간이 촉박해서 미처 여행정보를 준비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토스칸 지방의 여행정보를 찾아보았다.
이태리 여행 정보 책자 중에 Siena에 wine museum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도서관에 앉아있으면서도 마음은 벌써 Siena에 있는 것처럼 눈이 빤짝빤짝 해짐을 느꼈다. 좋은 곳을 찾았으니까 쓱~~ 메모를 해두고, 오늘은 호텔로 돌아가서 꼭 샴페인을 마셔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제 오늘 밤만 자면 런던을 떠나는데, 무거운 샴페인 (샴페인 병은 일반와인 병보다 무겁다)을 들고 여행 할 수는 없었다. KRUG가 내 가방에 있는 와인 중에 가장 먼저 먹게 된 이유는 그것이 KRUG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KRUG정도 되면 어설픈 안주보다는 그냥 먹는 편이 더 낫지만, 샴페인만 홀짝홀짝 마실 수 없기에 크림치즈, 살라미 등의 가벼운 안주거리(?)를 준비했다. 하루정도 냉장고에 있던 KRUG 88'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샴페인 잔도 꺼내 놓았다. 이제 준비는 다 되었다.
KRUG를 한 잔 따라서 동생에게 먼저 건네주고 남은 한잔을 따랐다. 동생이 먼저 향을 맡아보더니 좋다고 했다. 동생이 조금 예민해서 와인의 향을 맡을 때 재채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와인을 주면 재채기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동생이 재채기를 하지 않으면 좋은 와인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먼저 샴페인의 색깔을 살펴보았다. 황금 빛을 띠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진하면서도 투명한 황금 빛은 처음 보는 듯 했다.
조심스럽게 샴페인 잔을 들어올려 이제 막 기지개를 펴려고 하는 KRUG의 향을 맡아 보았다. 잘 구운 토스트 향과 함께 꽤 괜찮은 농익은 과일 향과 맛있게 구어진 군고구마 향이 났다. 향만으로도 벌써 입안에 침이 샘솟았다. '오랜만에 좋은 샴페인을 마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시간을 두고,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샴페인 바닥 전체에서 힘있게 올라오는 파워 풀한 기포들을 보면서 샴페인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수 많은 기포가 마치 잔을 흔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신비감을 느꼈고, 수많은 기포들이 샴페인 잔에 부딪히면서 나는 청량감 있는 방울소리에 경외 감마저 느꼈다.
특히 딸랑 딸랑 거리는 방울소리는 몸이 짜릿짜릿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수많은 운석이 떨어지는 현장에 가운데 있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은 영화에서나 가능하지만,,,
늦었지만 동생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샴페인을 한 모금 입에 물었다. 샴페인이 혀에 닫는 순간 기포가 올라오는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복합적이고 잘 숙성된 향을 보여주며, Full-body한 샴페인으로서 보기 드문 섬세함과 좋은 finish를 가진 샴페인 이였다. 한잔 두잔 마실 때마다 맛의 깊이와 무게가 절로 느껴졌다. (사실 취해가고 있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KRUG에 비하면, Dom Perignon은 body가 가볍고, Bollinger R.D는 섬세함이 부족하며, La Grande Dame는 산미가 너무 튄다.
딸랑 딸랑 방울소리 나는 기포를 뒤로하고...
- 김 광 유 -
1. 마고의 1996년 빈티지 어떠세요?
2. 와인박물관, 비노폴리스(VINOPO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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