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의 첫날… 금강산도 식후경
차에 짐을 싣고 이른 새벽 공항을 빠져 나오니 칠레의 아침 공기는 너무 상쾌하고 이제 막 안데스에 떠오르기 시작하는 햇살은 눈이 부셨다.
이렇게 우리의 일주일간의 칠레 방문은 시작되었으니 나는 이 장에서는 Rodrigo가 신명나게 근무하는, 칠레의 두 번째로 큰 와인 회사인 Vi a San Pedro와 Santa Helena에 대해서 소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간간이 내가 맛본 칠레의 음식(요리 전문가가 아니라서 문제가 있겠지만)과 내가 와인과는 별개로 구경해본 곳들에 대해서도 적어 보겠다.
도착한 날의 공식 일정은 오후 1시부터 잡혀있다.
일단 호텔에 짐을 푼 시간은 대략 7시경 곤잘레스와 11시 30분에 만나 칠레를 출발하기 전 이미 주문해 놓은 와인들에 대한 의견 조율을 하기로 하고 12시경에는 우리 일행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간이 족히 4시간은 여유가 있는 셈이어서 30시간이 넘는 여정으로 지친 몸을 잠시 쉬기에는 그런 대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11시 30분 호텔 로비로 내려가니 로드리고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사업 얘기를 마치고 일행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칠레는 세계에서 노르웨이 다음으로 수산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로드리고가 무엇이 좋겠느냐고 물었지만 막상 무엇을 먹어야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었는데 해산물 전문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실내 장식은 바다 속 내음이 물씬 풍기도록 디자인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종업원들도 모두 해군 병사 또는 마도로스의 복장을 하고 있어 한 눈에도 여기가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것을 금새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피스코 사워를 한잔씩 시켰다. 피스코 사워! 독자들은 아마 이름이 낯설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긴 작년에 처음 산티아고에 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 역시 생소한 음료였었다.
피스코는 일단, 알코올 농도가 38도에서 40도 정도 하는 포도 증류주이다. 이태리의 그라빠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라빠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없다. 알콜 도수가 높기 때문에 여기서는 보통 칵테일을 해서 마신다. 피스코 사워는 피스코에 레몬과 달걀흰자를 풀어 얼음과 같이 잘 저어 마시는 일종의 청량음료 같은, 이곳에서는 아페리티프로 독보적인 음료이다.
피스코를 만드는 주 포도 품종은 뮈스까델(Muscatel) 혹은 페드로 메네즈(Pedro Ximenez)를 쓰는데 칠레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아타카마 지역(Atacama Region)과 꼬낌보 지역(Coquimbo Region)에서 주로 재배를 많이 하며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Vina Francisco de Aguirre(비냐 프란시스코 데 아기레)가 가장 큰 Pisco생산자란다. 칠레뿐만 아니라 남미에서는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알콜 음료가 바로 이 피스코다.
피스코와 더블어 또 한가지 소개하고 싶은 음식이 있으니 바로 엠빠나다스(empanadas)로 우리로 치면 만두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하여 얇게 편 후에 그 안에 고기와 양파 등을 다져 넣고 불에 구워내는 스파이시한 음식으로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요리로서 특히 작년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에서 이 나라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살타 주에 속한 까파야테(Cafayate) 지역의 포도밭으로 가던 중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엠빠나다스는 일품이었다.
우리는 피스코 사워로 살룻(Salud-건배)을 소리 높여 외치며 칠레에서의 첫 식사의기쁨을 구가할 준비를 했다. 외국에 나가서 식사 주문을 하려고 하면 항상 느끼는 바지만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많이 망설이게 되고 더욱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여진 메뉴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Rodrigo에게 일임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전채 요리는 Rodrigo의 의견을 따랐고, 주 요리는 각자 시켜서 서로 조금씩 교환하여 맛을 음미해 보기로 했다. 전채 요리는 일종의 해산물 모듬으로 (이름은 적어 놓지 않아서 여기에 여기에 요리 이름 소개를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하긴 그 당시에는 이런 방문기를 쓰겠다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니-) 홍합과 새우, 전복, 조개와 가벼운 생선튀김요리 등이었는데 소스가 진하지 않아 담백하고 전혀 부담이 없는 요리였다. 그 다음에 내가 고른 메인 요리는 콩그리오라는 생선 요리로 생선살이 풍부하면서도 약간 쫄깃쫄깃한 감이 있는 칠레에서는 아주 많이 볼 수 있는 요리로서 나는 매콤한 살사 소스를 쳐서 먹었다. 일행 모두는 내게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한마디씩 하는걸 보면 모두들 맛이 있었는가보다.
한 나라를 방문해서 그 나라의 고유 음식에 도전해보는 것 또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커다란 기쁨이지 않은가!
- 한독와인주식회사 대표 김 학균 -
1. 칠레 산티아고 공항. Rodrigo와의 재회
2. 칠레에서의 첫날... 금강산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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