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티아고 공항. Rodrigo와의 재회
2월 22일 새벽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중을 나왔을 Mr. Rodrigo Gonzalez Espejor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공항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극구 말렸지만 굳이 이를 뿌리치고 나오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이 젊은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10월 어느 날, 내가 거래하는 칠레의 와인회사 San Pedro(산 페드로)-Santa Helena(산타 엘레나)-의 수출 담당 이사인 Mr. Wilfred Lie(윌프레드 리 로드리고)로부터, 조직 확장과 더불어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수출 담당자로 일 할 Rodrigo를 소개한다는 팩스를 한 장 받았다. 이어 한달 남짓 지났을 때 Rodrigo로부터 자기 소개의 글과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E-mail을 받았다. 그러나 11월초 막상 이 친구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나는 상중이어서 약속 날짜에는 만나질 못했고 이틀 후에나 이 친구와 첫 대면을 했다.
나나 이 친구나 장시간의 여행과 피로 누적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냥 의례적인 회합으로만 끝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후 2∼3개월의 기간 동안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 나는 그가 지난번 서울 방문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갔는지, 한국 시장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이를 뒷받침하고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지원해주려는 열의 등,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친구를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 도착하여 공항 여기저기 눈길을 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뒤에서 뭔가를 본 듯, "김 사장님, 저기 'Mr. Kim'이라고 써있는 종이가 보이네요"한다. 나를 찾는 표식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Rodrigo가 아니다. 내가 당신이 찾는 김이라며 나셨더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그 사람을 앞장세워 좇아간 곳에 바로 Rodrigo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쪽 남미 사람들에게 정이 끌린다. 오랜 기간 와인 수입업을 하며 자주 만나왔던 유럽 사람들보다는 한 두 번밖에는 만나지 않았음에도 이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직은 유럽 사람들보다는 소박하고 순박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아니면 아마도 작년 남미 방문 때 이 사람들의 사는 방식과 문화에 너무 매료되었던 탓일까 ?
Rodrigo에게 우리 일행을 일일이 소개하고 다시 Rodrigo는 예의 그 푯말을 들고 있던 친구를 소개한다. 이름은 마르셀로, 앞으로 1주일간 우리가 타고 다닐 차의 기사란다.
사업차 또는 관광을 위하여 포도원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 관광객들을 전문으로 안내하는 관광 가이드이며 렌트카의 기사다. (1주일동안 같이 다니며 우리는 깊은 정이 들었다. 스페인어 억양의 조금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쉴새없이 떠들기는 했지만 참 친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또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카세트에서 흘러나온 'Besame Mucho'노래에 심취해서 가사를 적어 달라고 부탁하여 그 노래를 가르쳐 주었던 노래 선생님이기도 하였다.)
- 한독와인주식회사 대표 김 학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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