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2월 5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Syndicat Viticole de Saint-Emilion Pomerol Fronsac) 포도주 연맹은 이 지역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프레스 디너를 개최했다. 2000 빈티지를 소개했던 2003년 시음회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찾은 연맹은 2001 빈티지의 쌩떼밀리옹 와인 4종, 뽀므롤 와인 4종, 프롱싹 와인 4종 모두 12개의 와인을 시음하는 디너를 진행했다.
보르도 지방의 우안에 속하는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은 ‘와인의 여왕(Queen of Wine)으로 불릴 정도로 우아한 와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레드 와인 뿐만 아니라 드라이 화이트 와인도 생산하는 메독과는 달리 이 지역에서는 오직 레드 와인만을 생산한다. 쌩떼밀리옹에 가면 정육점보다 더 많은 와인 가게를 발견할 수 있는데 한 집 건너 있는 와인 가게에서는 동생이, 형이 혹은 사촌이 와인을 생산한다고 할 정도로, 가족경영이 기본이다. 그래서 이 지역 와인 생산업자는 장인으로 불리길 원하고 장인정신을 가지고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제조, 생산한다.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지역에는 총 10개의 아뻴라시옹이 있는데, 쌩떼밀리옹(Saint-Emilion), 쌩떼밀리옹 그랑 크뤼(Saint-Emilion Grand Cru), 몽따뉴 쌩떼밀리옹(Montagne Saint-Emilion), 뤼싹 쌩떼밀리옹(Lussac Saint-Emilion), 퓌쓰겡 쌩떼밀리옹(Puisseguin Saint-Emilion), 쌩조르즈 쌩떼밀리옹(Saint-Georges Saint-Emilion), 뽀므롤(Pomerol), 라랑드 드 뽀므롤(Lalande de Pomerol), 프롱싹(Fronsac), 꺄농 프롱싹(Canon Fronsac)이다.
이 독특한 산지에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메를로 품종이다. 메를로의 본고장이라 할 정도로 쌩떼밀리옹과 프롱싹 총 재배량의 60%, 뽀므롤 재배량의 8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품종이다. 메를로는 이 지역 떼루아르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 훌륭한 와인들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유명한 와인이 페트뤼스(Petrus)이다. 그 다음 중요 품종은 카베르네 프랑으로 총 재배량의 20-30%를 차지하고 메독의 주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10% 정도 재배되고 있다.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지역은 소유지의 면적이 좁고 토양 성분이 극도로 다양하다. 또한 산지마다 국지적인 기후와 일조량이 모두 다르다 보니 타 지역보다 관리와 관찰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고 혁신기술을 키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예로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 불필요한 포도송이와 제거할 잎을 분류), 포도알 선별 작업대, 적합한 침용 기술 등 지금은 일반적인 기술이지만, 이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되고 시도되었다는 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2004년 8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생산된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은 생산량의 65%는 프랑스 현지에서 판매되고 나머지 35%가 수출되고 있다. 그 수출량에서 57%는 EU국가로, 43%는 비 EU국가로 수출되고 그 중 일본이 7%, 한국 1.17%를 차지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타입의 이 지역 와인들이 어필하기 어려운 점과 타 지역에 비해 약한 홍보, 일부 유명한 와인의 수입선호 등이 수입량이 적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은 다른 지역의 와인들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을 더욱 살릴 필요가 있다. 와인의 대중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저조하기 때문에 와인 초보자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는 부드럽고도 조화로운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의 기회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이 지역 와인들이 더 많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는 말처럼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은 강하고 진한 와인들에서 느낄 수 없는 정교함과 부드러움이 담겨져 있다. 일시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런 부드러움은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그 매력은 천천히 물들어 좀처럼 지울 수 없다. 와인이 가진 미덕이 다양한 맛의 차이라면, 다양한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의 세계 또한 빼놓을 수 없으리라…
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2001년 빈티지
최상의 빈티지라 높이 평가 받았던 2000년의 다음 빈티지라서 가려져 있을 뿐 2001년은 상당히 훌륭한 빈티지로 평가 받고 있다. 2001년은 성숙기에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었다. 기온차도 극심했고 건기와 폭풍우가 번갈아 나타났다. 그러나 준비를 철저히 한 포도재배업자는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를 잘 견딜 수 있었다.
5-6월의 개화기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와 따스한 기후가 계속되었다. 7-8월의 좋은 기후로 포도숙성 또한 별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 9-10월초 이례적으로 고온 건조한 기후가 나타나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최적의 숙성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 그 결과 모든 산지의 포도가 만족스러운 수확을 할 수 있었고 특히 뛰어난 균형미를 자랑할 수 있었다.
색깔이 선명하고 향과 구조가 뛰어난 보관용 와인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전형적인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의 특징과 성격을 잃지 않았다.
*사진 제공 : 소펙사(SOPEXA)
※ 베스트와인에서 볼 수 있는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싹 와인 정보 :
ㆍVIN DE SAINT-EMILION-POMEROL-FRON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