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맛있다, 맛나다, 맛좋다?!
여러분이 와인을 드실 때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 향 ? 색깔 ? 아니면 레이블 모양 ?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레드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든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든 기본적으로는 ‘맛’을 꼽으실 겁니다.
와인 색깔과 음식 색깔의 매치를 아주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게다가 와인의 향은 대체적으로 와인색깔의 특징을 따라가는 편이고, 와인의 색은 또한 와인의 맛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관계로 이래저래 와인을 얘기하려면 맛을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입 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맛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와인을 알려고 하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의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와인의 맛을 표현하려고 하면 크게 세 가지 경우에 봉착하게 되지요.
1. 너무 단순한 (!) 와인이라서 도대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2. 와인의 맛이 너무나 복잡하고 농축돼 있어서 어떤 종류라고 분류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난감하다.
3. 어디선가, 언젠가 분명히 맛 본적이 있는 익숙한 맛인데 가물가물하다.
설령 이 맛을 혀로는 알고 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말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떤 경우에 가장 공감을 하시는지요 ? 1번 같은 경우는 차치하고라도 2,3번의 경험은 한 번쯤 다 겪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와인의 맛이라는 것은 여러 종류가 연달아 찰나의 순간동안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 더욱 힘든 대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께서는 지금부터 와인을 ‘죽어라’ 마셔보는 일과 더불어 ‘국어 공부’도 함께 하셔야 합니다.
그거 아세요 ? 사람은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자신의 모국어조차 사용 어휘가 한정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것은 와인을 마실 때도 적용이 되어 레드 와인은 붉은색, 조금 더 나아가서 루비 빛, 자주색, 벽돌색 정도로 한정이 되지요.
화이트라면 옅은 노란색, 오렌지 빛이 살짝 비치는 노란색. 이런 식으로 조금 복잡해지기만 할 뿐입니다. 맛으로 나가면 더욱 사태는 심각해집니다.
« 신맛이 나거나 떱떠름한 맛이거나 혀가 저릿한 맛 » 이라는 와인 표현을 배웠다고 쳐도, 도대체 무엇이 정확히 떱떠름한 맛이고 탄닌의 맛인지 알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게다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떱떠름하다거나 혀가 저릿하다는 것은 ‘감촉’을 나타내는 어휘이지, ‘맛’을 나타내는 어휘는 아니거든요.
[ 붉은 색, 벽돌색, 루비색... ]
그래서 한 와인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4가지 분류를 명심하고 있어야 합니다.
1. 후각 : 코를 통해서 느끼는 모든 향과 그에 연관되는 맛, 감각.
2. 1차 미각 : 단 맛이 나는지 신 맛이 나는지 아니면 떱떠름한 맛이 나는지.
3. 미각 : 산이 씹히는 듯한, 혀를 콕콕 찌르는 듯한, 입 안에 맛이 남아있는 시간,
부드러움, 그리고 그 외 입 안과 혀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나타내는 말들.
4. 전반적인 느낌: 위의 세 단계에서 느껴진 모든 것의 캐릭터를 종합하는 어휘들.
위의 4가지에 맞추어서 와인의 맛을 한 번 묘사해 볼까요 ?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캘리포니아 소비뇽 블랑을 테이스팅 해 봅시다. 멜론향이 살짝 가미된 풀잎 냄새와 더불어서 희미하게 떡갈나무 향이 나는 듯 하군요. (후각)
한 모금 마셔보니 견고하게 느껴지는 산도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1차 미각)
유연하게 혀 위에서 구르는 듯 하면서도 풍부한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미각)
전반적으로 훌륭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생생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와인입니다. (전반적인 느낌)
어떠세요, 처음엔 이런 절차를 따라서 와인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번거롭고, 복잡한 일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이런 과정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만의 언어로 와인을 묘사하는 순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와인 백레이블에 적혀 있는 와인에 대한 묘사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 탄닌이 강건하고 바디가 묵직하여, 버터와 바닐라 향이 난다. 리치하고 깊은 텍스쳐를 가지고 있으며 피니시가 길다.’ 고 써 있는 백레이블은 이집트 상형문자와 그다지 다를 바 없으니까요.
[ 레이블이 해독이 안 돼요~ ]
하지만 낙심하기에는 이르답니다. 뉴욕 타임즈의 와인 담당 기자인 Frank Prial 은 전문가들이 쓴 와인 평가를 읽는 것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 다른 사람이 쓴 와인 테이스팅 코멘트를 읽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북경의 버스 시간표를 읽고 해독해야 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일이다. »
[ Mission : 테이스팅 코멘트를 해독하라 ! ]
이렇듯 와인을 묘사하는 데는 일단 끊임없이 마셔보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국어 공부를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머리를 써야 한답니다. 이 부분은 또 다음에 이야기 해 보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