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none_Marsala_Donnafugata_ph_Pantaleo-scaled.jpg

 

 


시칠리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소년들. ‘그랑 블루’의 소년들은 그렇게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바다 속을 유영한다. 제주도 면적의 14배나 되는 거대한 섬,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아랍 등 숱한 외세의 침입이 만들어낸 흔적은 시칠리아에 다양한 문화를 정착시켰고, 오늘날 이 흔적들은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관광객들을 중력처럼 끌어당긴다.

 

 

ETNA.jpg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시칠리아의 활화산, 에트나(Etna)는 ‘끓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Aἴτνα-ας가 어원이다. 에트나 산은 정상이 3,350m, 둘레는 45km로 유럽의 활화산 중 가장 높고 세계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한 활화산이다. 산 아래에는 용암, 화산재 등이 퇴적을 거듭해 형성한 독특한 지형이 펼쳐져 있으며, 1968년에 DOC급 와인원산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위험할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볼카노 와인", 백난영). 에트나 산의 포도밭들은 500~600미터의 높은 지대에 위치한다. 8월이라도 밤이 되면 추울 정도로 서늘한 기후를 유지하며 대부분 동쪽을 향하고 있어 일조량이 풍부하다. 토양은 용암과 화산재로 구성되어 매우 척박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척박한 토양 덕분에 에트나의 포도밭들은 무시무시한 필록세라의 침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에트나에는 필록세라 이전부터 존재했던 포도밭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70-80년이며 최고 100년 이상의 포도나무들도 있다("에트나 와인의 르네상스" 박지현).

 


5H1A0706-scaled.jpg

 


‘돈나푸가타 Donnafugata’는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150년 전통의 유서 깊은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Donnafugata란 이름은 ‘피난처의 여인’이란 뜻으로, 19세기경 나폴리의 왕이었던 페르디난도(Ferdinando) 4세의 아내 마리아 카롤리나(Maria Carolina) 왕비가 나폴레옹의 군대를 피해 시칠리아로 피난을 왔던 사건에서 유래한다. 아래 사진은 ‘천 하루의 밤’의 아름다운 전설을 담은 와인 ‘밀레 에 우나 노떼 Donnafugata, Mille e una Notte’. ‘천일야화’, 일명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영감을 받아 붙인 이름이다. 레이블에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반짝이는 밤하늘과 왕비가 몸을 숨겼던 시칠리아의 궁전이 그려져 있다. 

 

 

Donnafugata_Mille e una Notte.jpg

[밀레 에 우나 노떼 Mille e una Notte]

 


1995년 빈티지로 첫 선을 보인 밀레 에 우나 노떼는, 시칠리아산 명품 와인을 만들고자 했던 돈나푸가타와 ‘수퍼 토스카나의 아버지’ 지아코모 타키스 Giacomo Tachis의 공동 작품이다.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인 네로 다볼라에 소량의 쁘띠 베르도와 시라를 블랜딩해서 만들었다. 와인은 블랙베리 등 잘 익은 검은 과실류의 아로마가 풍성하며 발사믹, 코코아, 바닐라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부드럽고 실크 같은 타닌이 돋보이며 레드 체리와 감초를 연상시키는 풍미가 복합적으로 다가온다. 긴 여운을 지닌 풀 보디 와인으로 20년 이상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3T1A9067-scaled.jpg

 

 

돈나푸가타의 랄로 Rallo 가문은 5대째 가족 경영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돈나푸가타의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와인 레이블은 현재 CEO인 안토니오 랄로의 모친, 가브리엘라의 영감과 아이디어가 빚어낸 작품들이다. 아래 와인은, 에트나 화산의 에너지를 아름다운 여신의 머리카락으로 표현하여 와인의 순수하고 우아한 느낌을 담아낸 돈나푸가타의 ’술 불카노 로사토 Sul Vulcano Rossato’(참고로, sul은 ‘위에서’란 뜻이다).

 

 

3553575307_UZ0K6hBD_98e97e51b5ea9631fce02861dd8de6a9ef929945.jpg

[술 불카노 에트나 로사토 Sul Vulcano Etna Rosato]

 


영롱한 분홍빛이 눈길을 사로잡는 술 불카노 로사토는, 양조 과정에서 네렐로 마스칼레제 포도의 신선함과 아삭한 산미를 최대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덕분에 와인은 에트나의 화산성 토양에서 자란 포도의 미네랄 풍미와 신선함이 돋보인다. 미네랄 풍미와 함께 자두, 자몽의 은은한 향기가 식욕을 돋우는 이 와인은 10-12도의 차가운 온도로 즐길 것을 권하며 식전주로, 또는 샐러드나 치즈, 맵지 않은 아시아 요리에 곁들이기에 좋다.

 

 

Donnafugata_sul vulcano.jpg

[술 불카노 에트나 비앙코 Sul Vulcano Etna Bianco(좌), 술 불카노 에트나 로쏘 Sul Vulcano Etna Rosso(우)] 

 


에트나 화산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레이블에 묘사한 위 와인은 ‘술 불카노 에트나 비앙코 Sul Vulcano Etna Bianco’(좌), 그리고 ‘술 불카노 에트나 로쏘 Sul Vulcano Etna Rosso’(우). 네렐로가 에트나의 피노 누아라면 에트나의 샤르도네는 카리칸테다. 카리칸테는 열매를 많이 맺기 때문에 ‘다산’을 뜻하는 carico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열대과일과 흰 꽃 향, 높은 산미로 유명하다. 산미가 유난히 높아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10년 이상의 장기숙성도 가능하다(“시칠리아의 정열(2) – 에트나 Etna 와인”, 백난영). 카리칸테 품종으로 만드는 돈나푸가타의 술 불카노 비앙코는 잘 익은 서양배, 지중해 허브, 미네랄 풍미가 멋지게 어우러지며 맛있는 산도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10-12도의 차가운 온도로 버섯이나 생선요리에 곁들여 볼 것.


‘에트나의 피노 누아’라 불리는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시칠리아 토착품종이며 DNA 검사 결과 산지오베제의 후손으로 밝혀졌다. 흔히들 네렐로 마스칼레제를 두고 피노 누아의 섬세함과 네비올로의 묵직함을 겸비했다고들 한다. 붉은 베리류의 향미와 선명한 산도, 탄탄한 구조를 갖춰 우수한 숙성 잠재력을 기대하게 한다. 보조 품종으로 네렐로 카푸초 Nerello Cappuccio를 사용하는데, 짙은 색상과 좋은 산미를 가지고 있다. 에트나 로쏘 DOC급 와인에는 네렐로 마스칼레세 80% 이상, 네렐로 카푸초 20% 이하 기타 품종 10% 이하를 허용한다(“시칠리아의 정열(2) – 에트나 Etna 와인”, 백난영). 옅은 루비빛의 술 불카노 에트나 로쏘는 딸기와 체리 등 붉은 과일 풍미와 제비꽃을 중심으로 한 꽃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며 시나몬, 넛맥 등 따뜻한 느낌의 향신료 뉘앙스가 겹쳐진다. 입 안에서는 부드러운 질감과 더불어 아로마와 맛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화산 지형에서 자란 포도 특유의 미네랄 풍미와 신선함이 어우러진다. 

 

 

3553575307_xEKM1c4q_cc2e485522ce5fb8132df88b9bc01d4b1a0ab1dd.jpg

[프라고레 에트나 로쏘Fragore Etna Rosso]

 


Fragore는 잠에서 깬 에트나가 거대한 힘으로 용암을 분출할 때 들려오는 폭발적인 굉음을 이르는 단어다. 프라고레 에트나 로쏘는 가장 품질 좋은 네렐로 마스칼레제 포도만 선별해서 만든 돈나푸가타의 크뤼급 레드 와인이다. 아름다운 루비색을 띠며 블랙베리, 레드 커런트의 풍성한 과일 풍미, 담뱃잎과 넛맥의 뉘앙스가 발사믹, 미네랄 풍미와 어우러진다. 매끄러운 타닌과 길고 우아한 여운을 선보이는 이 와인은 10년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와인 추천]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와인, 돈나푸가타

    시칠리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소년들. ‘그랑 블루’의 소년들은 그렇게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바다 속을 유영한다. 제주도 면적의 14배나 되는 거대한 섬, 시칠...
    Date2022.11.21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2. [와인 추천] 거장의 꿈은 계속된다, 컨티뉴엄 CONTINUUM

    ‘오퍼스 원 Opus One’, ‘세냐 Sena’, ‘오르넬라이아 Ornellaia’. 이름만으로도 와인애호가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이 와인들 사이에는 교집합이 있다. 바로 로버트 몬다비 Robert Mondavi의 DNA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Date2022.11.06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3. [와인 추천] 서호주에서 찾은 클래식 와인, 아멜리아 파크

    <셀러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오크통으로 인테리어를 한 셀러도어> 호주는 신대륙 와인 중 짧은 역사를 가진 와인생산국이지만 농축미 있는 와인 스타일로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인기와 지지를 받았다. 오늘날 호주는 뻔하지 않은 다양한 와인 스타일을 선보이...
    Date2022.10.25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4. [와인 추천] 섬세한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피노 누아, 라 크레마 La Crema

    "재배하기가 힘든 품종이잖아요. 카베르네와는 달리 아무 환경에서나 못 자라서 끊임없이 보살펴야 하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만 자라고. 인내심 없이는 재배가 불가능한 품종이죠.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돌봐줘야만 포도알이 굵어지고, 그렇게 잘 영글...
    Date2022.10.10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5. [와인 추천] 바롤로 명가 Vietti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

    “비에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일관성’이라 할 수 있다. 크뤼를 불문하고 바롤로에서도 마찬가지며 꽃 냄새와 부싯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로에로 아르네이스 와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에티는 깨끗하고 틀림없는 와인을 만드는 믿을 만한 ...
    Date2022.09.26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6. [와인 추천] Morgon의 대표 가족 도멘, 도멘 드라 본톤 Domaine de la Bonne Tonne

    보졸레 모르공의 대표 가족 도멘 도멘 드라 본톤 Domaine de la Bonne Tonne ‘전설의 100대 와인’(실비 지라르-라고르스 저)에 마셀 라피에르의 모르공 와인이 보졸레 와인을 대표해서 등장한다. 다른 명성 높은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
    Date2022.07.28 글쓴이원정화
    Read More
  7. [와인 추천]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 정신으로 이룬 꿈, 도멘 뒤 그랑 크레

    Domaine du Grand Crés,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정신으로 꿈을 이루다 독수리 둥지가 위치한 해수면350미터의 고지대. 험악한 산길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져 오래 전에 버려진 반야생의 포도밭은 부르고뉴 땅과 흡사한 석회암석으로 하얀 표면을 빛내...
    Date2022.07.28 글쓴이원정화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43 Next
/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