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스 원 Opus One’, ‘세냐 Sena’, ‘오르넬라이아 Ornellaia’. 이름만으로도 와인애호가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이 와인들 사이에는 교집합이 있다. 바로 로버트 몬다비 Robert Mondavi의 DNA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퍼스 원은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의 와인 명가 무통 로칠드(Mouton Rothschild)가, 세냐는 로버트 몬다비와 칠레의 와인명가 에라주리즈(Errazuriz)가, 오르넬라이아는 로버트 몬다비와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 안티노리(Antinori)가 야심차게 내놓은 합작품이다. 이들 와인은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인 명품 와인으로 꼽히며 몬다비 가문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와인의 달인", 로버트 몬다비

 

 

로버트 몬다비.jpg

 


<와인의 달인, 로버트 몬다비>(2007, 바롬웍스)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 인물의 일생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과 궤를 같이 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갔다는 사실이 압도적일 뿐 아니라, 그가 이룬 최고의 성취물을 거대 기업의 손에 넘길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2008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로버트 몬다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버트 몬다비를, 오퍼스 원을, 세냐를, 오르넬라이아를 함께 만들었던 그의 아들 팀 몬다비가 펜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몬다비는 나파 밸리를 세계 정상급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산지로 우뚝 세워놓은 인물로, 생전에 캘리포니아를 세계 와인 지도에 그려 넣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에 앞서 나파 밸리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골드러시의 붐을 타고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독일인 이민자들이다. 와인이 식생활의 일부였던 이들 독일인은 나파 밸리에서 좋은 와인이 생산될 가능성을 알아보았고, 1861년에 나파 밸리 최초의 와이너리 ‘찰스 크루그’가 설립되기에 이른다. 이후 120개의 와이너리가 나파 밸리에 자리를 잡았으나 1919년 금주령 시행과 함께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남은 곳은 오직 9개에 불과했다.


이 때 금주령이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인물이 있으니, 바로 로버트 몬다비의 부친 체사레 몬다비다. 그는 가족들을 이끌고 미네소타에서 캘리포니아로 넘어와 포도를 사고 팔면서 캘리포니아의 포도 산지를 익혀 나갔고 금주령이 해제된 후에는 벌크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1943년, 로버트 몬다비는 찰스 크루그 와이너리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아버지를 설득해 이곳을 사들였다. 나파 밸리의 뛰어난 잠재력에 이끌렸던 로버트 몬다비에게 이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후 23년 간 동생과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했으나 사업 방식에서 마찰을 빚던 로버트 몬다비는 결국 독립을 선언했고, 1966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4년, 거대 와인 기업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매각할 때까지 로버트 몬다비는 두 아들, 팀 그리고 마이클과 함께 세계적인 와인을 만드는 꿈을 성취해 나갔다. (참고로, 1980년대 필록세라로 포도밭이 황폐화된 후 와이너리 재건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서 상장했으나, 이후 서서히 경영권을 뺏기면서 가족 경영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와이너리를 매각하게 된 것이다.)

 

 


컨티뉴엄 CONTINUUM에 몬다비의 DNA를 새기다.

 

 

tim mondavi.jpg

 


두 아들 중 젊었을 때부터 와인 양조에 소질을 보인 팀 몬다비(위 사진)는 30년이 넘게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활약했으며, 세계 유수의 와인 명가와 손잡고 오퍼스 원, 세냐, 루체 같은 걸작이 탄생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팀 몬다비는,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몬다비 가문이 그간 쌓아 올린 공적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와이너리 매각 후 1년이 지난 2005년, 팀 몬다비는 로버트 몬다비(당시 91세)와 함께 ‘계승’, ‘연속’을 의미하는 ‘컨티뉴엄’이라는 이름의 와인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또 다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임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훌륭한 와인이 그렇듯, 포도가 자라는 바로 그곳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싶다”는 팀 몬다비의 철학 아래, 소규모지만 투철한 장인정신이 담긴 컨티뉴엄은 프랑스 보르도의 특급 와인을 모델로 한 가지 스타일의 레드 와인만으로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continuum.jpg

<지는 해를 뒤로 한 포도나무의 윤곽과 그림자를 묘사한 컨티뉴엄의 와인 레이블. 팀 몬다비의 딸이 그린 그림이다.>

 

 

SAGE VINTYARD.jpg

 


2008년에 팀 몬다비는 프리차드 힐(Pritchard Hill)의 포도원 두 곳을 인수했고, 지금은 이곳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포도로 컨티뉴엄을 만든다. 고급 와인 산지로서 프리차드 힐이 지닌 잠재력은, 과거 로버트 몬다비 신화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던 토 칼론 포도원의 그것과 맞먹는다. 무통 로칠드의 와인메이커였던 패트리크 레옹은 이곳을 “지금껏 본 최고의 포도원”이라고 극찬했다. 프리차드 힐이 뛰어난 카베르네 와인 산지라는 사실은, 컨티뉴엄에 앞서 이곳에서 와인을 만들어온 정상급 와이너리의 목록 또한 증명한다: 콜긴(Colgin), 샤플렛(Chappellet), 브라이언트 패밀리 빈야드(Bryant Family Vineyard), 달라 발레(Dalla Valle), 데이빗 아서(David Arthur), 오비드(Ovid) 등

 

프리차드 힐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특징은 다채롭고 세련된 풍미, 짙고 풍부한 과육, 절제된 스타일로 요약할 수 있다. 토양의 성분에서 비롯한 독특한 미네랄 풍미도 빠트릴 수 없다. 팀 몬다비의 컨티뉴엄은 이 외에도 카베르네 프랑 특유의 아로마와 유연한 질감을 드러낸다. 컨티뉴엄은 카베르네 프랑의 블렌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37%), 이는 팀 몬다비가 카베르네 프랑 품종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컨티뉴엄은 풍부한 타닌과 매끄러운 질감이 입 안에서 멋지게 어우러지고, 농축된 과일 풍미와 맛있는 산미가 빼어난 균형을 이룬다. 기품 있고 단정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진다.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와인이다.

 

 

NOVICIUM.jpg

 


컨티뉴엄은 9년 전부터 세컨드 와인 ‘노비시움 NOVICIUM’도 함께 생산해 왔다(위 사진). 와인은 블랙 체리, 블랙 베리, 야생 장미의 뉘앙스가 어우러지며 매끈하고 깔끔하며 정갈하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평론가 안토니오 갈로니(Antonio Galloni)는 노비시움을 두고 “여느 퍼스트 와인만큼이나 출중하다”고 평가했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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