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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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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니아주의  손꼽히는  와인 산지인  베네벤토 지방은  타부르노 캄포사우로(Taburno Camposauro) 산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주봉인 타부르노는 아펜니노 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의 하나로  해발  1,393미터의  바위산이다. 타부르노  좌우로는  대등한  크기의   고봉이 일렬로 서 있으며,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형체가 마치  누워있는 여체를 떠올린다 해서  ‘산니오의  잠자는 미녀’란  별명을 얻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산니오는 베네벤토의 별칭이기도 하다. 타부르노 산자락에서 뻗어 나온 포도밭은  점점이  뿌려진  마을을  휘돌아  절벽 언저리까지  닿아 있다. 산세의 외유내강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주민의  삶에도 배어들어 있어 산은 베네벤토의 정체성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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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르노 캄포사우로Taburno Camposauro연봉.  산의 형세가 마치 누워 있는 여체를 닮아 ‘산니오의 잠자는 미녀’란 별명을 얻었다. 이미지 출처 Guideslow.it>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던   더위가 잦아질 무렵의 베네벤토. 이탈리아 전역이  이른 수확을 하느라   분주하지만 이 소동이  별나라 얘기라도 되는 듯   9월 말의  들판은 이제 막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재배농가들도  포도와  짠 것처럼 천하태평했다. 스푸만테의 신선도를 좌우하는 산도의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팔랑기나 수확을 앞당긴 것만 제외하고 열매는 자신의 완숙을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있었다. 이러한 여유로움은 이곳이 기후 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적어도 향후  30년은 현재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에 근거를 둔다. 

 


땅에 대한 애착이 낳은 와이너리, 라 포르테자

 


라 포르테자 La Fortezza 와이너리는  엔조 릴로가 소년 시절부터 품어오던  꿈의 완성이다. 토레쿠소 마을 토박이 농부의 자손이던  엔조는 여느  시골 소년처럼 자신의 미래를 농부에 투영시켰다. 다만 막연한 소망이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란 여정이 필요했다. 청년이 된  엔조는 캄파니아 일대의 건설붐을 타고 건설업계로 뛰어든다. 리더십과 추진력이 뛰어났던 그는 단기간에  건설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도로건설 및 안전장비 기업의  오너로 올라선다. 능란한 그의  사업수완은 섬유제조 분야에서도 발휘되었다.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으나 그럴수록  땅에  대한  집념은 소년 시절만큼 강력해졌다. 그러던 2004년 어느 날  토지에 대한 향수는 와인에 빙의하는 식으로 실현된다. 그가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소년기까지 뛰어놀던  토레쿠소 언덕에  와이너리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 건설로  잔뼈가 굵은  엔조가 자신만을 위한 건물에  초석을  꽂았을 때의 감격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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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조 릴로의 와인은 소년처럼 솔직하고 순수하다. 솔직함은  토레쿠소가 속해있는 베네벤토 지역의 서늘함과 청정 무공해가 배어있어서다. 순수함은  알리아니코, 피에디 로쏘와 팔랑기나, 피아노, 그레코 등 토착 품종만을 고집하는데서 온다.  와인 라인업이  20종류에 이르나 한결같이 단일 품종만이 구현할 수  있는 고순도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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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시코 라인. 왼쪽부터 팔랑기나 델 산니오, 산니오 피아노, 피에디로쏘,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

 


라 포르테자의  와인은 크게  ‘ 클라시코 라인’과  MZ세대를 겨냥한  ‘노이 베비아모 콘 라 테스타’ 라인으로 나뉜다. 전자는 HORECA업종을 타깃으로 한 고급취향이 돋보이며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DOCG),  팔링기나 델 산니오(DOC) 등 토착 품종 고유의 맛을 살린  산니오(DOC) 와인이 즐비하다. 라벨의 “우리는 머리로 마신다”라는  문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노이 베비아모 콘 라 테스타 Noi Beviamo con la testa’ 라인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병의 곡선이 우아하며  품종과 라벨  색상을 통일시켜 감각적이다.  MZ 세대의 대세인 저도수 알코올과 상큼한 산미와 어우러진 아로마는  직관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와인 양조 시 기준을  비교적 느슨한  Beneventano IGT등급을 적용해  캐주얼한  파티에도 어울리는 자유로움를  추구한다. 

 


라 포르테자 프리미엄 라인 출시가 이룬 품질의 완성

'수퍼 산니오’

 


 9월 28일, 라 포르테자는  프리미엄 라인 출시를 발표했다. 이로써  MZ세대  라인과 클라시코 라인 정상에  프리미엄  라인이 솟아있는  품질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여태까지는 품종의 고유함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베네벤토  4대  토착품종의  화합과  유연함에 포커스를 두었다. 즉 알리아니코, 피에디로쏘,  피아노, 팔랑기나의  장점만 가려내어 블랜딩의  묘미를 부각시켰는데 새 라인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수퍼 산니오(Super Sannio)다. 이탈리아 블랜딩 와인의 성공신화 인 수퍼 투스칸처럼 규정의 족쇄를  초월(super)하지만  방법을 달리한다. 수퍼 투스칸이 카베르네와 메를로 기반이라면 수퍼 산니오는  토착품종이 주연을 맡는 그들만의 리그라 할까.  산니오는 베네벤토가 로마 속국이 되기 이전에  살던 용맹한 고대 부족으로  베네벤토인의 영혼에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법 인증을 취득한  60여  헥타르의 밭 중,  해발고도450~600미터에서 자란  청정한 포도만 선별해  만든다. 엔조 릴로의  순수한 동심과 포도밭 생태계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농부의 지난한 경험이 집약되야만  진정성 있는 와인이 나온다는 그의 와인 담론을  응축하고 있다. 수퍼 산니오의 특별함은 알리아니코의 절대적  존재감이다. 알리아니코는 타닌이 강하고 이 과도함을 제어하지  못하면 밸런스가  뒤틀리고  아로마 스펙트럼에서 향신료 향이  튄다. 4종의 와인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라인에서  알리아니코는  버블의 지속성과 보디를 갖춘 스푸만테로 존재감을 나타내다가, 화이트 와인에서는 복합미와 우아함으로,  레드 와인에서는 혼자일 때는 특별하지만 뭉치면 서로 겉도는 품종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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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인. 왼쪽부터 트레미엔, 우씨에, 돈나 다니엘라>

 


돈나 다니엘라  비노 비앙코 2020
Donna Daniela 2020


엔조 릴로가 아내 다니엘라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피아노, 팔링기나의 다채로운 향기가 알리아니코 구조 안에서 빛을 발한다. 품종별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발효와 숙성의 전 양조과정을 별도로 시행했고 병입 직전에 블랜딩 했다. 가볍게 압착해서 얻은 알리아니코 포도즙을 오랜 시간 저온 발효해서 흰 꽃 향기가 은은하고  구조가 탄탄하다. 효모, 아카시아, 레몬, 아몬드 향이 잔잔하게 퍼진다. 전반적으로 정갈한 산미와  미네랄 풍미가  밸런스를 이루며 매끄러운 감촉이 혀를 황홀하게 감싼다.


다음은  샤르마(charmat) 방식으로  오랜 지명도를 쌓아온 라 포르테자가  샴페인 방식에 출사표를 던진 이래 첫 선을 보인 트레미엔 TREMIE’N과  우씨에USSIE’ 스푸만테다.  둘 다  2020년 빈티지이고  잔당이 0인 파도제 Pas Dose스타일이다. 


트리미엔 비노 스푸만테  디 콸리타 비앙코 메토도 클라시코 밀레지마토 2020
TREMIE’N Vino Spumante DI Qualita’ Metodo Classico Millesimato 2020


트레미엔은 “나를  봐주세요”란 뜻의 베네벤토 방언이다. 피아노, 팔랑기나, 알리아니코를 별도로 발효, 숙성한 다음 18개월간 병 속에서 2차 발효했다. 버터, 호두, 크래커의 고소함과 청사과, 레몬, 자몽의 향기가 감각을 깨운다. 화이트 초콜릿, 커스터드 크림의  달콤한 향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미세한 버블 체인이 발생과 사라짐을 반복한다. 부드러운 버블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상큼한 산미에 감귤류 향이 스며있다.


우씨에 비노 스푸만테 디 콸리타 로사토 메토도 클라시코 밀레지마토 2020
USSIE’  Vino Spumante di Qualita  Rosato Metodo Classico Millesimato 2020


USSIE’ 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세요”란 뜻의 방언이다. 알리아니코 로제와  피아노 와인 퀴베를  병 안에 18개월 간 숙성하여 방울이 고운 탄산가스와  겹겹이 층을 이룬 향기를 얻었다 . 진노란색 와인에  버블이 유영하다가  수면 위에서  포말을 터트린다. 버터, 효모, 구운 빵, 골든 사과, 자몽 향기가 잔 주위로 퍼지며  향신료 향이  미묘한 정취를 남긴다. 짭짤한 미네랄 풍미와 산미가 선사하는 유혹이 강렬해 와인 잔을 놓기 힘들다.  촘촘한 보디에 이어  매끄러운 버블이  혀에 와 닿으며  감귤류의 긴 여운은 감정을 들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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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렐리아 비노 로쏘>

 


바레릴아 비노 로쏘  2020
BAREGLIA’  Vino Rosso  2020 


붉은 옷을  잘 빼 입은 샴페인이랄까!  알리아니코, 피에디로쏘, 카마이로라 빈티지 와인과 오크 숙성의 특징이  잘 구현된  퀴베만 선별해서  블랜딩했다.  2018빈티지 알리아니코와  2020 빈티지  피에디 로쏘는 오크통  안에서, 2020 빈티지 카마이오라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했다. Bareglia’는 바르베라(Bar)와  알리아니코(Aglianico)의  합성어다. 카마이오라는  2021년까지만 해도 바르베라 델 산니오로 통용됐다. 원래는 캄파니아산이나 바르베라로  오인받은 채  피에몬테 산 레드로  20세기를  보내야 했다. 긴 유전자 추적조사 끝에 바르베라와는 무관한  고유 DNA가  밝혀졌고  2021년에는  이탈리아 토착품종 등록부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 바닐라, 체리, 블랙베리, 자두 등 잘 익은 검붉은 과일과 꽃 향이 잔잔히 퍼진다. 산도가 경쾌하며 타닌의 질감은  젊음의 생동감과 실키함의 두 얼굴을 지닌다. 강건한 구조감과  짭짤한 미네랄 풍미가  그윽하게 혀를 감싼다 .

 


베네벤토와 산니오DOCG 와인

 


베네벤토 지역은  캄파니아주가 한 해에 생산하는 와인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동쪽에 위치하며  총생산량의 29%를  담당하는  아벨리노 지역과 더불어 캄파니아 와인의 양대산맥을 이룬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조가  삼니움족이었던 관계로 산니오 지방이라 불리기도 한다.  1만 6백 헥타르의  포도밭을  1만 여 호의 농가가  경작하며  1백여 개의  와이너리가 활동하고 있다. 원산지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는 와인은  알리아니코 델 타브루노,  산니오 , 팔링기나 델 산니오다.  1980년대만 해도 카베르네, 메를로, 몬테풀차노, 트레비아노, 샤르도네와 토착  품종이 혼작되고 있었다. 그러다 1990년대의 수종 개량 정책에 힘입어 팔랑기나, 그레코, 피아노, 코다 디 볼페, 알리아니코, 피에디로쏘, 카마이올라 등 전통 품종으로 포도밭 체질을 바꿨다. 이러한 집중과 선택은 무명의 베네벤토 와인이 롤로코스트급 성장을 맞게 되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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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니오의  견인차 역할은  단연 팔랑기나와 알리아니코가 맡고 있다. 베네벤토는 단일품종 화이트 와인이  희귀했던  1976년에  이미  순수한 팔랑기나를  선보였을  정도로  팔랑기나에 몰입했다. 캄파니아는  지방마다  한 개 이상의  팔랑기나를 선보이고  있어 캄파니아주 국민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산니오의 팔랑기나는 아로마의 종류나 식감이  북이탈리아의 서늘함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확 후 1~2년 내에는 견과류, 막 딴 포도의 아삭함, 사과와 감귤류의 청량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패션 푸르츠, 리치, 지중해 아로마가 가미된다. 또한 풍부한 거품과 지속성,  날카로운 산미의  자질이  알려지면서 샤르마 방식이나 샴페인 방식 스푸만테 제조의 총아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리아니코는 이탈리아에 이 품종을 전파한 국가가 그리스라  해서 어원이 그리스를 뜻하는 엘레니코 ellenico다. 베네벤토에 정착한 후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알리아니코 아마로  생체형(biotype)으로 토착화했다. 석회석, 자갈, 점토가 섞인 혼합토를 선호하며 수형과  번식법(삽목, 접목)을 가리지 않으며 병균 저항력이 탁월하다. 알리아니코는 “남이탈리아의 바롤로”란 별명으로 알려진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DOCG, 산니오 알리아니코 DOC , IGT 베네벤타노 로쏘로 나뉜다. 완숙이 느린 편이라  수확철은 바롤로의 네비올로 수확이 끝날 무렵인 10월 중순경에 개시해  11월 중순에 끝난다.

 

산니오 알리아니코(DOC)는 네 개의  세부지역으로 구분해 품질을 관리한다. 초기에는  검붉은 톤을 내던  와인은  점차  루비색과  흡사해진다. 블랙베리, 자두, 레드 오렌지, 감초, 정향, 후추 등 달콤한 과일과 향신료 풍미가  폭발한다. 숙성 초기에는 타닌 조직이  닫혀 있으나  4~5년 묵히면 타닌이 열리면서 매끄러운 식감을 선사하며  풀 보디의 표현은 파워와  엄격함의 두 얼굴을 지닌다. 10년 넘게  숙성하면  타바코, 흙, 수풀의 개성에 마른 꽃이 더해지고  보디와 구조의 결은  힘보다는 밸런스 위주의 우아함을 지닌다.

 


와이너리 주소 La Fortezza Societa’ Agricola Localita Tora, 20 Torrecuso(BN)
이메일  a.porto@lafortezzasrl.it
홈페이지  https://www.lafortezzasrl.i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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