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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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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팔코 사그란티노 와인을 사람 나이로 따진다면 올해 43세를  맞는다. 여기서 나이는 와인이 DOC로 승급한 해인  1979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그때까지 내세울만한 토착 레드 와인이 빈곤했던  움브리아주에 몬테팔코 사그란티노(이하 사그란티노)의 진급은 움브리아를 일약 프리미엄 레드 산지로 입성시켰다. 2021년을 기준으로  76군데 와이너리가  390헥타르  포도밭을  나누어 경작하고 있으며  1백만 병의 생산 실적을 거두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사그란티노 와인 인기가 치솟는다고 가정할 때 ,현재 생산력으로는  일인당  20ml 밖에 만족시킬 수 없는 양이다. 


누구든  몬테팔코 사그란티노 생산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 와인의 가파른 성장의 원동력으로 품질, 희귀성, 고유함 그리고 만든 이의 열정과 실험정신을 꼽는다. 이들의 열정이 쏠리는 대상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태생적으로 타닌  함량이 역대급인 포도의 결을 유연하게 가다듬어  여러 성분과 조화롭게 결합한 사그란티노에 있다. 보통 생산자들은  사그란티노의 타닌을 야생마에 비유하며 이를 준마로 길들이는 일은 과거나 현재나 농부에게 던져진 화두로 삼았다. 그러던 타닌이 2017 빈티지를 시점으로 질감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고 맛세포는 풍미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타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레드의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바롤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아마로네는 이미 출산과 성장을 거쳐  높은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현세대는 이들이 세대를 이어 갈고닦아 놓은  정수를 향유하고 있으며  사그란티노 현장은 과거의 고군분투 역사가 진행 중이다. 밭이든 양조장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타닌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최첨단 양조기술의 각축장을 방불케 한다. 그림2.jpg

<몬테팔코 위치. 와이너리의 대부분은 베바냐, 몬테팔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토양은  플리니오기에 기원하는  모래, 점토, 미사가 섞인 퇴적토다.  준대륙성 기후를 보이며 여름 기온은 18~23도로 선선하고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겨울은  평균 4~6도로 춥고 비는 가을과 겨울에 주로  내린다.토양은  알카리에 광물이 풍부하다>

 


사그란티노는  몬테팔코와 인근  4군데 코무네 (자치도시의 연합)가  원산지인 와인이다.  언덕 사면  200~470미터에 조성된 밭에서 자란 사그란티노만을 원료로 하는 순도 높은 레드와인이다. 다섯 군데 코무네  밖에서 자란  사그란티노는  결코  몬테팔코 사그란티노가 될 수 없는 배타성을 지닌다.  움브리아 주도인 페루지아에서 동남방향으로  55km 거리에 있으며  프란체스코 성인의 고향인 아시시에서  35km 반경에 있다. 사그란티노 영토에서는 몬테팔코 로쏘와  몬테팔코 비안코, 스포레토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 같은 DOC급 와인도 생산되고 있어 화이트와 레드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사그란티노의 타닌을 어떤 식으로 감당했을까? 타닌을 순화할 만한 농법이나 경험이 전무하던 때의 선택은 파시토가 최선이었다. 건포도가 될 때까지  바짝 말린 포도를  발효해 만든 스위트 와인이다. 파시토의 단맛이 떫은맛을  경감시키는 것은 물론  혀를 말리는 듯한  건조함을  줄여주었다. DOC 승급(1979년) 이전까지  사그란티노는  파시토 그 자체였다. 데일리 와인은  산조베제와  소량의 사그란티노를 섞은 와인이 대신했다. 오늘날 표현을 따르자면  로쏘 디 몬테팔코인데  산조베제와 만난 와인은 보디감이 산뜻했고 향긋한 아로마가 음식 맛을 더했다.  


유일하다고 믿었던  파시토 양조법이  1970년대에 들어  분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단맛의 레드와인 인기가  급격히 시들고 있었고 아르날도 카프라이와  아단티 같은  진취적인 생산자들은  당으로 포장된 가면을 벗기고  타닌의 맨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잔당에서 온 매끄러움을  오크 숙성이 대신했다. 포도 타닌에 오크 타닌이 더해져  바디와 골격이 묵직해졌고 이는 알코올 도수가  15도를  초과해도 단단한 구조가  불어난 체중을 감당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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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팔코 사그란티노 와인 생산자들>

 


2000년대로 들어서자  사그란티노는 기후 온난화란 난제와 사람들의 입맛 변화라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한다. 가벼운 타닌과  또렷한 아로마, 숙성력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와인이 대세로 떠오른 거다. 일년전 필자는 사그란티노가 폴리페놀 숙성기와  당분 축적기의 엇박자로 인한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2021 안테프리마에 데뷔한  TOP 8 와인의 동향 (9부)” 참조). 포도는 당분을 과육에 먼저 쌓아놓은 다음  과피에  폴리페놀을 축적한다.  페놀과 당 제어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은  포도가 당분 축적을  끝냈더라도 폴리페놀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고 그러다 보면 알코올 도수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이제는 생장  사이클이  밝혀지면서 당분 농축기를 폴리페놀 완숙기와  근접시킬 수 있게 되었다. 


와인 양조에 있어서 인간의 간섭은 적을수록 좋다는 게 불문율이다. 그러나 사그란티노에 있어서 다소의  인간 개입은 약손이다. 생산자는 열이면 열, 타닌의 떫은맛 감도를  줄인 그들만의  비법을 갖고 있다. 그러면 몇 군데 와이너리를 방문해 이들의 비법을 들어보자. 와이너리 대부분이 몬테팔코 남부와  북쪽으로 이어진 베바냐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와인들은  아르날도 카프라이, 프라텔리 파르디, 테누타 알자투라, 페르티카이아, 타바리니, 룬가로티, 테누타 카스텔부오노  같은 생산자를 통해 한국에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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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텔리 파르디의  와인메이커-알베르토  파르디>

 


프라텔리 파르디(Fratelli Pardi) 와이너리는  성곽도시인 몬테팔코의 성문  바로 밖에 위치하고 있어 타지인이라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여전히 사그란티노가  무명이었던  1919년에 파르디 가족이 설립했고  2002년부터는  M세대인  알베르토와 잔루카 형제가 포도밭과  양조를 전담하고 있다.  와인메이커인 알베르토는 베네토주  코넬리아노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했으며  몬테팔코에 베네토 취향을 접목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알베르토의 타닌 경감법은  토질과 오크 재질의 궁합을 맞추는 데 있다. 주된 토양이 점토일 때  프랑스산 보테와 슬라보니아산  보테(26 헥토리터)를 사용한다. 이들 보테는  기공 직경이  넓기 때문에  입자가 미세하고 밀도가 빽빽한 토양에서 비롯한 타닌의 경직성을 단기간에  유연하게 펴준다. 또한 타닌과 안토시아닌의 결합(중합 반응)을 촉진해 색상을 안정화하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다채로운 부케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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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텔리 파르디의 아이콘 와인. 맨 오른쪽이 사크란티노다>

 

 

모래 함량이 높은 가벼운 토양은  오스트리아산 보테가 적합하다.  기공 직경이 좁아 아로마 보존력이 뛰어나며  향기 발산에도 기여한다.  알베르토에 따르면  모래토 기반  타닌은 기질적으로 유순하므로 오크의 역량은  산소투과량 보다는 안토시아닌과  타닌이  결합하는 기간을 오래 갖는 데 있다. 또한 침용 기간을  최대  9일로  대폭 줄이면서  과피의 침출력을 증진하는 펌핑 오버 과정을  제외했다. 9일이면 색소 및 폴리페놀은 물론  거친 타닌 결을 매끈하게 다듬어 주는 만노 단백질이 침출된다. 이렇게 해서 만든 와인이 2018년 사크란티노다. 오스트리아산  2천6백 리터 보테에서  24개월 숙성한  와인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숙성과 병 숙성을 각각  12개월씩 가졌다. 장미, 바이올렛, 라즈베리, 초콜릿, 유칼립투스, 향신료 향이 다채롭다. 타닌이 어린 데서 오는 단단한 느낌과  균형잡힌 구조가 이루는 조화감이 뛰어나다. 


테누타 알자투라(Tenuta Alzatura)는  토스카나 산조베제 와인을 두루 거치면서 명성을 쌓은 체키니 가족이  1999년에  몬테팔코에 올인한  와이너리다. 산조베제로  쌓은 공력이 사그란티노에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와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큼한  과일향과  접근성이 뛰어난 타닌이 주도한다. 타닌이  미네랄과 산미에 잘 스며들도록  병 숙성을 오래 하는 게 비결이다. 2010년 빈티지는 보름간 알코올 발효를 거친 와인을 소형 배럴에서 16개월 숙성한 후  8개월의 병숙성을 더했다. 적당한 알코올과 타닌의 질감이 밸런스를 이룬다.  오크향, 정향, 흑연, 노간주, 감초, 타바코, 블랙베리, 자두, 넛맥의  향연이 펼쳐진다. 타닌의 유려함과 농축된 풍미 속에 긴장감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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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누타 알자투라의 몬테팔코 사그란티노 2010>

 


레 타데에(Le Thadee)는 성장 속도가 놀라운 신세대 와이너리다. 레 타데에는  카를로 5세  황제가 혼외정사로 낳은 사생아 딸로 평생을 몬테팔코에서 보낸 실존 인물이다. 숙성 초기에도 놀라운 촉감으로 입안을 탄복시키는 실크같은 타닌은  폴리페놀의 절대적 완숙도에 달려있다. 완숙도는 10월 초순경에 포도씨 색상으로 감별하는데, 갈색이면 성숙이 완결된 것으로 본다. 알코올 발효와 침용을 암포라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안에서  동시에 진행한 것도 비결이다. 전자는 실온상태에 자연 효모가, 후자는 온도가 맞추어진 탱크 안에  넣은 배양 효모가 발효를 일으킨다. 5백 리터 들이 오크통 안에서  18개월  효모 앙금 숙성과  병 숙성 4개월을 거쳤다. 라즈베리, 블랙베리, 체리, 자두, 향신료, 말린 오렌지의 농밀한 향기가 풍성하다. 풀 보디의  중후한 매력을 발산하고 경쾌한 산미는 스파이시함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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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타데에의 아이콘 와인>

 


테레  디 산펠리체(Terre di San Felice)와이너리는  로마 출신 만치니 가족이  조상 대대로 대물려 받은 농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만치니 가족은  오크에 숙성하면  타닌 농도가 더 짙어지므로 오크 숙성을  규정이 의무 하는  12개월 내로 제한한다. 오크 도입 이전에는 테라코타 숙성이 보편적이었으며, 테라코타의 미세한 기공과 타닌이 오래 접촉하면  농도 변동 없이 순한 타닌을  얻을 수 있다. 가족의 아이콘인 비눔 데이(Vinum Dei) 사그란티노는  오크, 테라코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순으로 숙성기간을  각각  12개월씩 도합 36개월을 거쳤다. 바이올렛, 라즈베리, 체리, 후추, 넛맥, 민트향이 복합적이다. 섬세함과 높은 밀도를 자랑하는 보디감과  신선한 산미와 미네랄이 어우러져  귀족적인 풍미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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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 디 산펠리체의 아이콘 와인들>

 


파토리아 콜산토(Fattoria Colsanto) 와이너리는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주에서  화이트 와인으로 성공을 거둔 리본 가족의  레드 와인을 향한 집념 표출이다. 2001년  베바냐 지역에 20헥타르 포도밭에 딸린 허름한 농장을 개조해  와이너리를 출범시켰다. 초창기부터 이들은 기후변화의 징후를 감지했고  헥타르당  7천5백 그루를 식목해  뿌리끼리 경쟁을 일으켰다. 현재 나무는 땅속 7~8미터까지 뿌리가 뻗어 있어 습기와 항시 접촉한다.  사그란티노는 그루 당  8백 그램만 선별 수확한  열매를 모아  씨앗을 제거해  만든다. 포도씨의 타닌은 거친 맛을 내기 때문에 껍질과 과육만 사용한다. 알코올 발효는 포도를 7대 3 비율로 나누어 보테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5일간 가졌다. 동일한 비율과 용기를 사용해서  15개월 숙성한  와인을 블랜딩한 다음  추가로12개월  병숙성을 했다. 2010 빈티지는 커피, 타바코에 이어 향신료, 블랙베리, 자두, 감초가 연이어 올라온다. 섬세한 타닌 결과 매끄러움이 조화로우며 와인의 몰입감이  뛰어나다. 산미가 원만하며 향신료 풍미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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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리아 콜산토의 아이콘 사그란티노>

 


테레 데 라 쿠스토디아(Terre de la Custodia) 와이너리는 설립 즉시 이탈리아 와인계의 이목을 끌었다. 움브리아 출신의 올리브 오일 재벌 파르끼오니Farchioni 가족이 투자한 첫 와인사업이기 때문이다. 파롬바라 일대  200헥타르 밭을 소유하며 사그란티노 밭이  20헥타르를 차지한다. ‘음용도가 뛰어나면서  밸런스도 출중한 사그란티노’란 모토로  2010년에  첫 빈티지가 출시했다. 국제적 명성의 와인메이커 리카르토 코타렐리가 양조에 적용한 최첨단 기술은 놀라울 정도다. 원추형 오크통에서 발효를 하되 알코올 도수가 1도에 이르면 펌핑 오버를 실행한다. 이는 고급 타닌 배출 촉진은 물론  극한의 숙성 조건에서도 색상 안정화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숙성은  2~3분 내로 가볍게 토스팅한 오크를 스팀 오븐안에서 증기처리한  바리크에 맡겼다. 증기를 쐰 나무는 만나 단백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타닌의 모서리를 매끄럽게 감싸고 질감의 감도를 끌어올린다 .엑수베라Exubera 몬테팔코 사그란티노 2016 빈티지는  체리, 블랙베리, 자두, 유칼립투스, 후추, 바이올렛, 감초의 농후함을 머금고 있다. 실키하면서 파워 있는 질감과 보디감을 지녔다. 산미가 원만하면서도 생동감을 지니며 매끄러운 타닌과 하모니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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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 데 라 쿠스토디아의 아이콘 와인들>

 


사그란티노 다이어트 추세와  발맞추어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Trebbiano Spoletino) 와인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성장세가 어느 정도냐 하면  원산지가 몬테팔코 사그란티노와 일치하는 장소에서 세 종류(몬테팔코 비안코, 스폴레토 비안코, 스포레토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의  와인이 나온다. 이름만 다르지 품종은 똑같이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다.  중남부 이탈리아의 주류 화이트인 트레비아노와는 첫 단어만 같고 유전자상 관련이 없다. 몬테팔코 인근의 스포레토가 원산지며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 싼  마을들이 자생지다. 남쪽 태생이나 북이탈리아의 서늘한  청량감, 아삭함, 또렷한 아로마를 갖는다. 생기 넘치는 산미와 산미에 실려오는  과일 아로마, 치밀한 짜임새는 흡인력이 출중하다. 세련된 화이트의  풍모는 긴 완숙기를  서늘한 기온에서 보낸 덕분이다.  10월 중순에 사그란티노 수확을 마감하면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가 바통을 이어받을 정도로  완숙 시점이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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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지우스 와이너리 오너가족>

 


흥미로운 사실은, 자라는 곳이 평지냐 언덕이냐에 따라 성숙기와 수확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평지에 뿌리내린 묘목은 마리타타 maritata로 가꾸어진다. 마리타타는 ‘결혼한 여자’를 뜻하는데 포도와 나무의 공생관계를 가리킨다. 포도가 단풍나무나  느릅나무 가지를 타고 자라다가 원가지 어디쯤에다 열매를 맺는다. 뻐꾸기가 몰래 가져다 놓은 알을 영문도 모르고 키우는 어미새처럼, 나무는 열매가 자랄 때까지 품고 있다. 마리타타로 키운 나무는 원뿌리를 간직하며  수령이 1백 년은 거뜬히 넘는다. 한 나무당 20~40kg의 열매가 열리는데  평지의  저온 고습한 날씨가 수확일을  11월 초로  늦춘다.  그루당 한 병 기준에 익숙한 우리 귀에  수십kg 는 품질 저하로 오인될 수도 있다. 로마넬리나 레 타데에 같은 마리타다 재배법을 적용한 와이너리에서 수령이 긴 나무는 자생적으로 고품질의 열매를 맺기 때문에 따로 열매솎기나 선별 수확을 하지 않는다.


라 타데에 와이너리는130년 된  원뿌리에서 자란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로 +128+ 와인을  만든다.  와인과 효모 앙금을 자주 저어주면서 14개월 숙성했고 마가렛, 망고, 카모마일, 파인애플, 레몬 향기가 은은하다. 산도가 기분 좋은 새콤함을 발산하며  쌉쌀한 미네랄 풍미가 청량감을 드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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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128+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는 레 타데에 와이너리가 마리타타 방식으로 키운  포도로 양조했다>

 

 

발단지우스 Valdangius 와이너리는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  포도나무를 심었고 마리타타 했을 때 보다  수확이 2~3주 빠르다.  발단지우스의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는 숙성용기를 다변화해 아로마에 변주를 준다. 캄포 데 피코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안에서 효모 앙금 숙성기간을  6개월 가졌다. 노란 들꽃, 바나나, 감귤류, 해조류,  망고, 사프론, 배, 허브향이 매력적이다. 경쾌한 산미와 감귤류 내음이 입안 가득하며 미네랄 풍미가 감칠맛을 낸다. 필리움은 바리크에서 7개월 효모 앙금 숙성을 가진 후 병 안정 기간을 12개월 했다. 재스민, 자몽, 사루비아, 감귤류, 페트롤, 캐러멜 향이 그윽하다. 산미와 미네랄이 조화를 이룬 데서 오는 구조의 매끄러움과  백장미 여운이 고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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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지우스의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 와인. 블랙 라벨은 필리움Filium.  화이트 라벨은 캄포 데 피코Campo De Pi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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