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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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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안테프리마 토스카나> 개막식이 베키오 궁전 내부 ‘5백인의 방’에서 열렸다 .  42개의 목판에 그려진 템페라 천장화가 압권이다>

 

 


피렌체의 어원은 이탈리아어로 꽃을 뜻하는 피오레(fiore)다. 피렌체라는 꽃밭에는 두오모 성당의 섬세한 백합 무늬 상감, 금방이라도 꿈틀댈 것 같은 조각들, 아르노 강에 그림자를 드리운 베키오 다리가 피어 있다. 그러나 화단의 꽃을 젖히면 무리 속에서 비좁고 어두운 골목길이 드러난다. 꽃의 화려함과 상반되는 골목길에는 호스테리아 선술집이나 부케테 와인 판매대의 소박한 일상이 벅적댄다. 어쩌면 이 길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단골로 드나들던  선술집이  있던 자리였을 지도 모른다. 와인 한잔 걸친 두 거장이 마음속에 스친 예술적 영감으로 전율했던 곳일지 누가 아는가.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피렌체 와인의 로맨스는 피아스코 병이 도맡았던 시절이 있었다. 부푼 모양이 마치 풍성한 여인의 신체를 닮은 피아스코 병은  말린  짚이나 갈대를 꼬아 만든  바구니가 병의 허리까지 감싸고 있다. 이 병의 대부분은 피렌체 도심의 칸토 데이 피아스카이아(Canto dei Fiascai)  거리에 밀집해 있던 유리공방에서 제조되었다. 장인이 입김을 불어 만든 병들은  바구니 공방으로 옮겨져 바구니가 입혀지는 것으로 판매 준비를 마친다. 피아스코 병에 담긴  끼안티 와인은 인기가 대단해서 과음을 제한하는 규정을 낳기까지 했다. 가염 빵이 과음을 부추긴다고 본 피렌체 정부가 선술집에서 무염 빵만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토스카나 와인의 거장인 안티노리나 리카솔리 가문도 시작은  와인상인에서 출발했다. 중세 피렌체의  와인 공급은  비나티에리(vinattieri)라는  85명의  와인 길드 소속 조합원이 독점하고 있었다. 이들은 농촌을 돌면서  와인을 대량 구입한 뒤  피렌체 귀족이나 식당에 도매가로 넘긴 일종의 와인 네고시앙이었다. 비나티에리에게서 사들인  와인은 피렌체 골목마다 있던  부케테를  통해 거래되었다. 작은 구멍이란 뜻의 부케테는 피렌체 귀족 저택의 담장에 피아스코 병이 드나들 만한 크기로 뚫린 구멍이다. 이 부케테를 소유한 귀족은 합법적인 와인 판매상이었다. 이 장사는 이윤이 꽤 남는 사업으로 한창때는 피렌체에 180여 개나 성행했다고 한다. 


와인은 일절 만들지 않으면서도 피렌체가  토스카나의  와인 도시로서  위상을 높인 데에는 베키오 궁전 안을 차지하는  5백 인의 방(Salone dei 500)도 거들었다.


다윗상이 호위하는 베끼오 궁전 정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5백 인의 방이 기다린다. 외국에서 온 사신들이 코시모 1세 대공을 알현하던 곳이다. 세계 르네상스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조각과  프레스코화가 가득한데, 너비  26 미터에 길이  58미터인 공간이  좁아 보일 정도다. 시선을 압도하는 백미는, 단연  42개의 목판에 그려진 템페라 천장화다. 중앙에는 코시모 1세를 신격화한 목판화가 자리하고,  피사와 시에나 재패의  위업과  그가 다스리던  도시를  의인화한 그림을 배열해 놨다. 템페라 천장화에서 산지미냐노는 베르나차 와인을 마시고 술에 취한 주신이, 끼안티는 피렌체가 시에나를 정복하는데  공로를  세운 검은 수탉이 상징한다. 비노 노빌레 와인의 본산지인 몬테풀차노는 한 손에 포도를 쥐고 있는 나이든 신이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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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중반에 제작된 목판 템페라화. 왼쪽부터 토스카나의 역사 깊은 와인인 끼안티, 산지미냐노, 몬테풀차노를 상징한다. 이미지 출처: 링크 참조 >

 


지난 3월 19일, <2022 안테프리마 토스카나> 개막식이 5백 인의 방에서 열렸다.  안테프리마 토스카나는   17개의 토스카나 와인 컨소시엄이 새 빈티지를  발표하는 자리로  해당 컨소시엄  관계자 및  와인 비평가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했다. 


개막식에 이어 개별  토스카나 와인 컨소시엄들이 안테프리마를 연다. 3월 20일 피렌체  포르테자 디 바쏘  요새에서 열리는 끼안티 러버스와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를 시작으로  레오폴다 역의  끼안티 클라시코 콜랙션,  산자미냐노의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와 몬테풀차노의 비노 노빌레를  거쳐  3월 25일 피렌체의  랄트라 토스카나로 막을 내린다. 


그럼 첫 날을 장식한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와인의  안테프리마를 살펴보기로 하자.

 

 

 

<렐리노 디 스칸사노 안테프리마> 이모저모

 


3월 20일 포르테자 디 바쏘 요새에서 열린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시음회는  2021년 안나타와  2019년 리제르바가  선보였다. 2021년 토스카나는 기상 난조로 인해   7%의 생산 감소를 겪을 만큼 포도농사가 어려웠다. 그 여파는  의무 숙성기간 연장으로 이어졌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산 안나타는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에서 숙성 중인 와인을 담아 온 거다. 이는 판매를 미루더라도 타닌이 유연해지고 산미와 결합할 때까지 병입을 미룬 생산자들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반면 2019년 리제르바는 복합적인 향기에 매끈한 타닌이 돋보였으며 다듬어진 구조가 원숙미를 더했다. 포도 아로마에 이어  감초, 말린 꽃  부케도  올라와 산조베제의 원숙미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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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안나타 타입은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숙성 중인 와인을 따라왔기 때문에 라벨을 찾을 수 없다. 모렐리노 와인 컨소시엄은 일괄적으로 컨소시엄  라벨을 부착한 규격병에 담았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DOCG  2021
(생산자: Antonio Camillo  와이너리)


짙은 색 테두리를 두른 루비색이 영롱하다. 체리, 야생베리, 자두의  향이 상큼하다. 타닌 느낌이 편안하다. 산도가 예리하며 과실향이 도드라진다. 짭짤한 미네랄 풍미가 감칠맛을 주며 적당한 보디감도 지닌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DOCG 2021
(생산자: Frescobaldi  와이너리)


 맑은 루비색이 비친다. 진한 허브향에 이어  감귤류, 바이올렛, 석류, 오렌지 향이 피어오른다.  코에서 맡은 향기는 입안에서도 이어지며 타닌은 바이올렛 향을 머금고 있다. 산미가  싱그럽고  미네랄 풍미와 멋진 밸런스를 이룬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DOCG  2021
(생산자:  Poggio Maestrino 와이너리)


 장미, 바이올렛 향이 발하는 화사함과 블랙베리, 자두의 달콤함이 잘 어우러졌다. 타닌 구조가 섬세하고  적당한 보디감이 깊은 맛을 준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DOCG  Riserva 2019
(생산자: Alberto Motta 와이너리)


루비색이 은은하게 비치며 달콤한 과일과 감초 향이 감미롭게 어우러진다. 타바코 향을 내비쳐  원숙미를 발산한다. 부드럽지만 힘 있는 구조와 타닌은 매끄러운 결을 뽐낸다. 경쾌한 산미는 입안 가득 과일향을 피운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DOCG  Riserva 2019
(생산자: Fattoria Mantellassi 와이너리)


과일 마멀레이드, 자두, 바이올렛, 감귤, 자몽의 달콤함과  은은한 오크향이 복합미를 준다. 섬세한 질감과 생동감 있는 타닌이 좋은 인상을 준다. 산미와 짭짤한 미네랄 풍미가 유쾌하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DOCG  Riserva  Val Delle Rose  2019
(생산자: Tenuta Cecchi  와이너리)


커피, 타바코, 자두, 블랙베리, 사루비아 향이 매혹적이며  스파이시한 향이 매콤한 여운을 남긴다.  탄탄한 구조와  에너지 넘치는  보디감, 여기에 유려한 결을 지닌 타닌이 결합해 미각이 황홀해진다. 

 

 

가장 청정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와인이 나오는 지역은  남서 토스카나에 위치한다. 극서쪽은  마렘마  해안으로부터  10km 떨어져 있으며 마렘마 해는 청정 바다로 널리 알려졌다. 기원전 5세기경 에트루리아인이 와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로마제국에 지배권이 넘어간 후에는 포도재배가 크게 융성했다. 스칸사노 마을의 가초포르테 유적지에서는 포도씨 화석과  포도를 수확하는 농부를 묘사한 조각이 출토되었다. 로마시대 때 마르세이유 해안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으로부터  인양된 암포라의 표면에는 스칸사노 출신 와인 중개상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중개상은 지중해 연안에 와인무역으로 부를 쌓았던 인물로 밝혀졌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라는 이름은  스칸사노의  모렐리노란  뜻이며  모렐리노는  마렘마의 토종말이다. 와인 이름은 보통 지명과 품종명을 연결해서 짓는데, 하필이면 토종말로 불렀을까? 이유는 이렇다. 마렘마 해안은 예로부터  말라라아가 극성을 부렸는데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간척사업이 끈질기게 진행되었다. 이 매립사업도 말라라아 감염 수위가 최고에 달하는 6월부터 10월 말까지는 중단되었고  이 사업을 지휘하던  관료들은 스칸사노 마을로  피서를 떠났다. 휴가기간이  6개월인  피서객이 가져갈 가방의 수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마차 안도 모자라 지붕까지 점령한 짐수레를 모렐리노 말이 끌었다고 한다. 


이 휴가를 에스타투라 Estatura라 하는데, 모렐리노 말이 실어온 피서객으로  스칸사노 마을의 경제는 순식간에 활기가 돌았다. 일년 농사로 만든 와인이 이때 다 소비될 정도로 에스타투라는 막강한 금전의 힘을 발휘했다. 윤기도는 자줏빛을  띠는 모렐리노 말의 피부는 스칸사노 언덕에서 자라는 산조베제 껍질색과  닮았고, 이에  사람들은 품종명 대신 모렐리노로 불렀다.  1940년에  간척사업은 종지부를 찍었고 마렘마 해안은  말라리아 온상지란 악명을 벗어던졌다.

 

 


산조베제에 이상적인 스칸사노 언덕

 


 스칸사노 언덕은 서쪽에서  마렘마의  온화한 해풍이 불어오고  북쪽을 둘러싼 산맥은 차가운 북풍을 막아준다.  연평균 기온  15도,  여름과 가을철은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산조베제는  예리한 산도와 농축된 아로마를 얻는다. 마렘마 해와 인접한 토양은 사암이 주를 이루는 반면 바다에서 멀어질수록  석회석과  점토가 섞인 혼합토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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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와인 지도.  붉은색 선 안의 7군데 언덕이 와인 산지다. 마렘마 해풍을 맞으며 자라기 때문에 ‘바다 산조베제’라고도 한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와인은 안나타와 리제르바로 나뉜다. 안나타는 별다른 기상 이변이 없는 한 매년 나오고 젊은 산조베제의 상큼함을 즐길 수 있다. 시판 중인  2021년 산은  당해에 수확한 포도를 단기간에 발효와 숙성을 끝내고  2022년 3월 1일에 출시한 거다. 반면  리제르바는 2년  숙성기간을  가졌으며  12개월은  무조건 오크통에서 머물렀다. 산조베제의  완숙도와 복합미가  뛰어난 해에만 만든다. 숙성력도 갖추었고 안나타 타입보다 복합적인 풍미를 내며 색이 진하다. 산조베제 최소 사용량은  85%이며  블랜딩 할 경우  최대 15% 한도 내에서  콜로리노, 아리칸테, 카나이오로, 칠리에졸로,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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