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와인 시티 챌린지 와인 품평회가 람부르스코의 본산지 카스텔베트로 디 모데나 마을에서 열렸다 . 사진제공 www.castelliemiliaromagna.it>
지난 5월 20일부터 23일 까지 2박 3일 간 국제 와인 시티 챌린지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와인 품평회가 열렸다. 행사는 반도 중부에 위치해 이탈리아 배꼽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미식의 본고장, 에밀리아 로마냐 주 모데나 지방이 유치했다.
와인품평회는 이탈리아 및 유럽 와인 도시 연합인 치타 델 비노 협회(Città Del Vino)가 주관한다. 매 회마다 정해진 도시에서 열리는 여느 품평회와는 달리 본 대회는 매번 도시를 바꿔가며 열린다. 치타 델 비노에 가입한 회원 도시가 돌아가면서 대회를 유치를 하기 때문인데, 우승을 거머쥘 와인만큼이나 다음 회를 유치할 도시를 두고 행사의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는 1천2백여 종의 와인이 출품했으며 그 가운데 359개 와인에 메달이 돌아갔다. 여기서 메달은 그란 골드와 골드메달을 말하며 국제 와인 기구(O.I.V) 의 와인 품평회 합격기준을 통과한 와인들이다. 개별 와인의 OIV 기준의 합격여부는 7명의 심사위원으로 이뤄진 패널이 정한다. O.I.V 채점표가 설치된 태블릿PC를 받은 심사원은 시음한 와인마다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다. 개별 점수는 시스템에 보내지고 고득점 순서로 상위 30%권에 든 와인을 선발한다. 보통 92점부터 그란골드 메달을, 85점 이상부터 골드메달을 수상하게 된다.
<국제 와인 시티 챌린지에 우승한 와인은 메달 스티커를 병목에 걸게 된다>
품평회 책임자인 파올로 코르비니Paolo Corbini 디렉터는 그란 골드 메달 최고 점수와 메달권 커트라인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전 연도의 최고 점수는 92점, 메달권 커트라인은 85점이었던 것이 이번 연도는 최고 점수는 96.8점에 커트라인은 1. 2포인트나 상승한 86.2점으로 나타났다.
85점, 금메달 자동 당선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경쟁 와인의 품질 도약은 커트라인도 덩달아 뛰게 만들고 있다. 금메달권 안에 들더라도 간신히 커트라인에 턱걸이를 했다면 금메달을 확실히 목에 건다는 보장은 없다.
<96.7점을 받으며 최고의 영예를 얻은 발레다오스타주 Chambave Muscat 와인>
최고의 영예는 96.8점을 얻은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La Ville di Hervè 와이너리의 Chambave Muscat (2017 빈티지, Muscat Petit Grain품종) 파시토 와인(디저트 와인)에 돌아갔다. 2위는 95점을 얻은 테르조니Terzoni 와이너리( Sensazioni d’inverno Le Virtu del Pogggio, 말바시아 아로마티카 디 칸디아 품종)가 수상했는데 1위, 2위를 파시토가 차지해 ‘파시토 와인, 그란 골드 와인 합격’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위는 94.6을 얻은 피나 비니 Srl (Mamari Igt Terre Sicilliane, 소비뇽 블랑 품종)가 가져갔으며 동시에 화이트 드라이 부분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레드 와인(드라이 와인 부분) 1위는 93.4점을 얻은 레 토리 srl (A. Agricola Le Torri Srl, 네로 디 트로이아 품종) 와인에 돌아갔다. 후자는 유기농 부문 BioDiVino에서도 1등을 거뒀다. 또한 본 품평회를 유치한 모데나 지방도 2개의 람부르스코 와인이 그란골드 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란 골드와 골드 메달을 수상한 와인들>
람부르스코 그라스파로싸(Lambrusco Grasparossa)의 본고장,
모데나
에밀리아 로마냐주는 주도인 볼로냐 서편에 있는 에밀리아 지방과 동쪽에 있는 로마냐 지방으로 나뉜다. 모데나는 에밀리아 지방에 속해있으며 47개의 마을을 거느린 모데나 지역(Province of Modena)의 수도다. 대회를 치른 곳은 모데나에서 차를 타고 30분 더 가야 하는 카스텔베트로 디 모데나Castelvetro di Modena란 한적한 농촌도시다. 람부르스코 중 가장 묵직하면서도 아로마가 짙은 람부르스코 그라스파로싸의 집산지다.
<모데나지방은 주도인 볼로냐 Bologna 서쪽에 위치하며 고품질 람부르스코가 특산물이다>
이탈리안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떨친 마리오 솔다티는 람부르스코 와인을 에밀리아 로마냐의 겸손한 샴페인이라 칭했다. 작고한 성악가 루차노 파바로티가 람부르스코를 야성적이며 거친 스푸만테로 표현한 일화는 잘 알려졌다. 재미있는 건 2천 년 전 로마시대의 지성인 비르길리우스와 마르쿠스 카토도 비슷한 표현을 남겼다는 거다.
로마인이 람부르스코를 바라보던 시각은 품종 이름을 짓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이 품종은 주로 경작하려고 갈아 놓은 밭 둘레에서 자랐고 , 따라서 주변을 뜻하는 라부룸 Labrum 이라 지었다. 와인 맛이 혀를 찌를 만큼 쓴 맛이 강해 어린 타닌이 내는 떫고 쓴 맛을 표현하는 단어인 부르스코(brusco)를 붙였다. 어원으로 추측하건대 로마인들은 야생 람부르스코를 마셨으며 개량종이 나온 건 훨씬 뒤의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로마인들도 순한 탄산가스가 발산하는 상쾌함을 즐겼다. 지금으로 말하면 프리잔테 타입인데, 청량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알코올 발효가 끝난 와인을 암포라에 붓고 입구를 꽉 틀어 막은 다음 땅에 묻거나 얼음물에 담갔다고 한다.
람부르스코는 15종류의 변종을 거느린 대식구다. 그중 알코올 발효에 내성이 강해 아로마 보존력이 뛰어난 람부르스코 소르바라, 람부르스코 살라미노, 람부르스코 그라스파로싸를 최고로 친다. 모데나 지방은 DOC등급으로 지정해 전략품종으로 키우고 있으며 품종 고유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단일 품종 와인에 집중하고 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람부르스코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데, 탄산가스 손실을 줄이는 밀봉 방법과 효모와 잔당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여과법 개선과 맞물린다. 효모와 잔당은 동면하다가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와인을 혼탁하게 만들고 탄산가스를 일으키는 원흉으로 지목됐었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람부르스코 와인은 샴페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값비싼 와인이었다. 와인은 둔중한 보르고뉴 병에 담겼고 코르크로 입구를 막았다. 코르크는 병목에 두른 철사 고리와 연결시켜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람부르스코의 고급 이미지는 1960년대 샤르마 방식을 받아들이면서 급변한다. 샤르마 방식은 원가 절감과 단기간의 대량 생산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가벼운 저가 와인이란 그늘을 드리웠다.
1990년대 이르면서 포도밭 해발을 끌어 올리고 밭을 세분해서 관리하는 등 프리미엄 와인 양조법이 보급되었다. 람부르스코의 버블은 자연 탄산가스만 인정하며 병 속2차 발효 같은 전통방식이나 압력탱크안에서 발생한 샤르마 방식만 허용한다.
람부르스코 그라스파로싸 디 카스텔베트로 디 모데나 DOC
람부르스코 그라스파로싸는 수세가 적당히 강하며 온도 변화에 덜 예민하고 질병에 내성이 좋다. 그라스파로싸는 다 익으면 포도 자루(graspa)가 적색(rossa)으로 변색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대 15%선에서 말보 젠틸레나 포르타나 품종을 블랜딩 할 수 있으나 단일품종 사용이 선호된다. 카스텔베트로 디 모데나 근교의 14군데 마을이 주산지이며 밭은 아펜니노 산맥의 초입인 해발 2~3백 미터 언덕에 분포한다. 시중에는 프리잔테(기압이 1~2.5 이내)와 스푸만테(최소기압이 3.5이상) 타입이 선보이며 스푸만테는 Brut, Extra Dry, Dry, Demi-Sec, Doux로 나뉘며 프리잔테는 단맛의 정도에 따라 세코(dry),아보카토(semi-dry),아마빌레(semi-sweet), 돌체( sweet)로 구분한다.
<마니카르디 Manicardi의 아이콘 와인. 람부르스코>
마니카르디 와이너리는 1980년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람부르스코를 선보이고 있다. Fabula(사진 맨 오른쪽)는 힘차게 솟구치는 버블 줄기와 분홍 빛 버블 방울이 매력적이다. 포도밭 중 가장 서늘한 언덕에서 키운 포도로 만들며 딸기, 블랙베리, 체리, 바이올렛, 아몬드, 향신료 향이 발랄하다. 산미가 경쾌하며 아몬드의 쌉쌀함이 더해져 청량감이 뛰어나다.
<파토리아 모레토 Fattoria Moretto 람부르스코 와인. 좌측부터 Tasso, Monovitigno, Canova, Semprebon>
1971년에 설립한 파토리아 모레토 와이너리는 클래식한 람부르스코를 지향한다. 검붉은색 과실 향을 피우며 복합적인 여운을 남긴다. 산도가 산뜻하며 타닌이 개운함을 준다. 해발 2백 미터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유기농 포도로만 만든다. 타쏘 Tasso 는 세 군데 밭에서 수확한 열매를 블랜딩했으며 딸기, 라즈베리, 체리, 장미, 향신료, 후추 향을 화사하게 피운다. 카노바 Canova는 50년 수령의 람부르스코의 기품과 복합미를 풍긴다. 약간의 떫은 맛이 견고한 구조를 선사하며 산미와 밸런스가 우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