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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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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된  1256년 이후, 한 번도 파괴된 적이 없는 카스텔로 디 멜레토 성은 중세 토스카나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토스카나에는 형태가 온전하거나 성채 일부만  남은 성이  160여 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60여 채는  남 피렌체에서  북 시에나 관문 사이, 즉 부산광역시(77 km2) 면적에 약간 못 미치는 거리 안에 몰려있다. 현지인은 끼안티 지역이라 하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탄생한  원조 마을들이 즐비한 곳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쇠망해가던  유럽 중세 와인산업은  수도원 수중에 맡겨지면서  품종보존이나 양조의 맥이 끊기지 않게 되었다. 끼안티 지역에  번성했던 중세 성들은 토스카나 와인 전통을 이어 받았다는 점에서  수도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성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와인에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와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가문의 비호 하에 양조업은 가문의 사업으로  뿌리를 내린다.


1141년 축성된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 성은  리카솔리 남작 가문의 거주지였으며  지금은  32대째 자손이 살고 있다. 성에 딸린 240 헥타르  포도밭에서 나온 산조베제 와인은 불세출 영웅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성의 나이와  비슷한  양조장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별탈 없이 와인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고성 와인들로는  카스텔로 디 아마, 카스텔로 디 폰테루토리,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 카스텔로 디 멜레토를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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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로 디 멜레토 셀러.  한때는 감옥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숙성실로 개조되었다>

 


성이 토스카나에 출현한 때는  9세기쯤으로 추정되며  11~12세기 경에 성 건축은  황금기를 맞는다. 이때는 피렌체 공국과 시에나 공국이 혈전을 벌이는 난세였고  토착 영주들은 철통 같은 요새 겸 거주지가 절실했다.  최후의 공방전까지  성주와 식솔들이 버틸 수 있는 건물을 중심으로  난공불락의 석성이 둘러싸고 있는 현재의 성 구조가 완성된다. 성벽 정상에는 요철 모양의 성가퀴(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성 위에 낮게 쌓은 담)를 쌓았다. 전투 시에는 오목한 틈으로 화살이나 뜨거운 기름 같은 살상 무기가 투척되었으나  평상시에는 둔중한 성채에  장식 효과를 주었다. 성가퀴 모양은 성주의 정치색을  알려주는 단서이기도 했는데 가운데가 파인 형상이 제비꼬리와 닮았으면  친황제파(기벨린), 직선이면 친교황당(궬피)을 상징했다.  


성은 완벽한 자급자족 공동체였다. 성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된  1256년 이후 한 번도 파괴된 적이 없는 카스텔로 디 멜레토는 중세 토스카나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성은 관할하는 포도밭과 올리브 밭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지어졌으며  멀리 떨어진 곳에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어 마치 자연 병풍이 펼쳐진 듯하다.  숲 곳곳에  올리브 압착장, 빵 굽는 오븐,  양조장, 곡식창고, 벌통, 가축우리와  방목장, 치즈 공방이 들어서 있다. 한편 성주는 시민들의  오락시간도 챙겼다. 테아트리노란  소극장이 그것인데  인형극이나 즉흥곡이 여기서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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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트리노Teatrino 극장. 지금도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피렌체가 압승을 거두고 메디치 가문 친정이 들어서면서 성의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화학병기 등장은  성의  방어벽을 쉽게 뚫을 수 있었고 비싼 유지비나 윗 풍이 심한 성 내부는 귀족을  밖으로 떠밀어 냈다.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은 농장이나 농작물 창고로 변질되었고  17세기 이후는  도시 귀족이나 신흥 부자의 여름 별장으로 개조되어  명맥을 유지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성의 상태는 성 주인에  관심과 재력에 좌지우지되었다.
 

 

카스텔로 디 멜레토,

중세 고성에서 와이너리로 변모하다

 


성과 1100헥타르의 농지는 원래  가이올레 인 끼안티의 토착 귀족 리카솔리 가문의 소유였다.  그러다가 1968년에 소유권은 비티콜라 토스카나 주식회사(Viticola Toscana SpA)로 넘어간다. 다름 아니라, 경제 잡지의 기자였던 잔니 마조께티가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농업을 구하자는 취지의 “포도밭 미션Operazione Vigneti”을  발표 한 직후다.  잡지 구독자들은 십시일반  후원금을 냈고  이렇게  거두어들인  25만 유로로 마침  재정난에 허덕이던 성을 리카솔리 가문으로부터 인수했다. 이로서 카스텔로 디 멜레토는 이탈리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와이너리로 입성한다. 후원자들은  비티콜라 토스카나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주주로 남아  53년 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성은 고단한 도시 삶을 중세풍 시골 정취로 힐링하려는 도시인들의  와인리조트로 각광받고 있다. 귀족의 사적  공간인  로열층을 개조한 스위트 룸은  각별한 휴식공간이다. 빈티지 목재가구, 테라코타 바닥재 , 목재 천장은 청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품격이 묻어있다. 1층의  15세기 페치카, 집무실과  응접실은  17세기 프레스코화가  정교하게 복원돼있다. 1천 8백 그루의 올리브 농장안에  들어서 있는  아그리투리즈모는  소박한  토스카나 시골 정경,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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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청정 농산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직접 사육한 친타 세네지 토종돼지를 염장 숙성한  피노끼오나, 꼬파 햄은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농장 올리브를 저온 압착한 올리브 버진유는 파인애플, 아티초크, 토마토, 사과 향이 고소하다. 늦가을 파시타이아  자연 건조장에서는  포도를  건조하는 스펙터클이 벌어진다. 3개월 지난 건포도를 압착한 즙은 성 지하에 자리 잡은 빈산타이아로 옮겨진 뒤  5년 간 숙성을 거친다. 1층에 있는 직영 와인샵은  농장 제품을 판매하며 간단한  토스카나 요리와 와인 페어링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와인은 핵심사업이다. 160헥타르의 밭은 가이올레 인 끼안티에  소재하며 평균 높이가  350~450미터인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점토, 모래, 미사로 된 혼합 토양에  갈레스트로 자갈이 섞여있다.  언덕은  서로 인접한 밭끼리 묶어  다섯 군데로 구분했고  다시 미세 테루아에 따라  70군데로  세분했다. 이러한 극도의 밭 세분화는  포도 수확을  백 번도 넘게 해야 하고  포도가  양조장에  입고되는 즉시 양조 프로세스가  풀가동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완벽해야만 가능한 선행조건이다. 


필자는  두 군데 포도밭을 자전거로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성이 있는 멜레토 밭에서 출발해  극 남서에 위치한 모치 밭을  돌아오는  코스였다. 해발 370~410미터의 등성이를 타는  5km 남짓한 거리였으나 생각보다는 오래 걸려  왕복 2시간이 소요됐다. 경사도가  40도나  되는 산길이 곳곳에 숨어 있었고  미끄러운 자갈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거리나 산악 라이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코스였다.


밭 전체는 토스카나 유기농 구역에 가입되어 있다. 해충 공격을 받기 쉬운 민감한 밭에는  21개의 센서를 설치했고, 개별 센서는  7개의  중앙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포도의 건강상태를  전송한다. 밭에서 농약과 화학제품을 완전히 퇴출시킨 지 오래다. 또한 피렌체 대학과 공동으로 150여 개의 클론과 생체형( biotype)을 구분해 내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미세 환경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와인을 앞당겨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스텔로 디 멜레토의 아이콘 와인은 여러 밭을  블랜딩해 조화의 묘미를 낸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스푸만테, 빈산토와  단일 밭의 집중력이 뛰어난  캄보이와  그란 셀레지오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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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만테 브뤼 로제 메토도 클라시코
Spumante Brut Rose Metodo Classico 


9월 초에 멜레토, 산 피에로, 카시, 모치 밭에서 수확한 산조베제를 블랜딩 한 와인으로 3년간 병에서 향과 맛을 완성했다.  양파껍질 색이 은은하며 경쾌한 버블이 지속적으로 솟구친다. 버터 빵, 장미, 제비, 견과류 향이 상큼하며 살짝 향신료 여운을 남긴다. 산조베제 아로마와 보디감을 제대로 살린 스푸만테로, 토스카나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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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산토 델 끼안티 클라시코 DOCG 2009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3개월 건조한 산조베제, 말바시아 네라, 트레비아노 토스카나 건포도를  압착한 뒤  체리와 아카시아 카라티(오크통)에서 5년 숙성했다. 카라티 오크는  70%만 채우는데 산화취와  숙성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짙은 브라운색이 돌며,  눈물 간격이 촘촘하고 흘러내리는 속도에서 끈적함이 비친다. 바닐라, 캐러멜, 호도, 아몬드, 밤 꿀, 군밤, 버터 캔디에  산화 힌트가  곁들여진다. 깊고 중후한  풍미를 내며  단단한 구조가 받쳐주는 보디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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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이 IGT 2018 
Camboi


캄보이는 ‘황소의 들’이란  뜻을 갖는데 한때 소 방목터였기 때문이다. 바람이 자주 불고 여름에  일교차가 심한 산 피에로 밭에서 자란  수령 30~40년의  말바시아 네라로 만들었다.  말바시아 네라는 원래 블랜딩 품종이지만, 단일품종 와인으로 시도를 했는데 애호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두 번 이상 사용한 바리크에서 15개월 숙성했다. 검붉은 색 가장자리에 보랏빛 섬광이 비친다. 농익은 체리, 블랙베리, 말린 꽃향이 짙게 번지며 후추, 계피향이 이국적이다.  풀보디에 단단한 구조감이 밸런스를 잡아 주며 타닌감이 적당해  마시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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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DOCG 2017포자르소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Poggiarso 

 


포자르소는 해발고도  530미터의 경사가 급한 밭이다. 계절마다 기온차가 극심해 열매는 적게 열리나 아로마가 풍부하다. 점토 함량이 높아 보습력이 뛰어나고 알베레제, 갈레스트로 자갈이 섞여있다.


50헥토리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7개월 숙성했다. 미네랄, 체리, 정향, 말린 제비꽃,  말린 허브향이 원숙한 느낌을 준다.  아삭 거리는 산미는 입안에 과일 아로마를 화사하게 피운다.  잘 다듬어진 타닌 질감이 유려하며 산도와 멋진 밸런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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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DOCG  2017카시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Casi 


카시 포도밭은 울창한 숲이 둘러싸고 있어 고도는 높지만 기후가 온화하다. 모래 비율이 높고 갈레스트로 자갈이 섞여 있다. 알코올 발효를 마친 산조베제를  30헥터리터  슬라보니아산 오크, 50헥터리터  프랑스산 오크, 500리터 프랑스산 오크에 나누어서  27개월 숙성한 후 병입 전에 블렌딩 했다. 오크 사이즈와 숙성기간은 빈티지와 밭의 미세기후에 따라 결정된다. 정향, 오크향, 향신료, 제비꽃, 체리향이 화사하다. 밀도 있고 집중력 있는 구조감, 잘 다듬어진 타닌 결은  지금 마시기 적당하나 숙성 잠재력도 겸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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