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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사상 초유의  단테 신곡 여주인공과  베르나차 와인 매칭-
 

 

<이 글은 "2021 안테프리마에 데뷔한 TOP8 와인 동향(6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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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맨해튼이란 닉네임을  갖는 산지미냐노>

 


이탈리아의 시성, 단테 알레기에리가 사망한지 올해로  7백 주년을  맞는다. 이탈리아 달력에 예약된 고인 추모 행사만  5백 여개, 단테 열기가 이탈리아의  삼복더위를 이열치열할 기세다. 행사 개막 테이프 커팅은 지난 3월 25일 로베르토 베니니가 끊었다. 베니니는  ‘인생은 아름다워(라 비타 에 벨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적이 있고 신곡 낭송회를 자주 열어 단테 배우로 각인되기도 했다. 낭송일이 이 날로 잡힌 이유는, 신곡의 저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단테가  721년 전에  저승 여행을 개시했을 거란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인 데 있다.

 

방랑의 이유가 추방이던 여행이던,  단테는 평생 타향을 떠돌던  이탈리아 김삿갓이다. 고향이자 추방국인 피렌체를 곱씹었고 오갈 데 없는 자신을  받아들인 베로나와 고독한 노구를 맡긴 라벤나에서 비애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단테의 막장드라마가 펼쳐진 도시들도 시인의 애증을  짚어내는 이벤트를 마련해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토스카나의 소도시, 산지미냐노는 자타가 인정하는 단테 도시다. 가문의  유세와 부를  탑의 높이로 가늠하던 시절, 산지미냐노 스카이라인에 수백 개의  탑이 솟아오른다. 현존하는 탑의 수는  16개에 불과하지만  산지미냐노의 랜드마크는 여전히 ‘탑’이다.


시인이 탑 도시를 처음  방문한 때는 1300년이다. 정치경력이 순항궤도를 타고 있을 때다. 시인 인생에서  산지미냐노에 머문 날은 찰나였지만, 신곡 내  시구로 새겨져 영속하고 있다. 연옥 편(제 24곡 19-24)을  보면 산지미냐노를  베르나차 와인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신곡에서 '와인'은 시인이 즐겨 쓰던 시어나, 이름을 솔직히 밝힌 와인은 베르나차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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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와인. 좌측부터 Cesani, Collemucioli, Guicciardini Strozzi, Il Colombaio di Santa Chiara, Tenuta La Vigna, Palagetto 와이너리) 

 


토스카나는 산조베제 와인  최대 산지다. 한편으로는  산지미냐노가  산지인  베르나차를  유일하게  DOCG 등급  화이트 와인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산조베제 세계에서  베르나차는 독보적인 화이트라  토스카나 여왕으로 추앙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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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홀에서 열렸던  ‘신곡 여주인공과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매칭’ 이벤트 주최자들>

 


지난 5월 19일,  “신곡 여주인공과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와인 매칭’이벤트가 열렸다. 여주인공들은 시인이 지옥, 연옥, 천국 순서로 여행할 때 만난 6명의 실존인물이다. 생존 시 상당한 염문을 뿌렸고 휘말리기도 했었다. 장소는 단테 홀이 선정되었는데, 시인이 산지미냐노가 시에나와 결별하고 피렌체 연맹에 합류해야 할 이유를 성토했던 곳이다. 


매칭 포인트는 단순하다. 신곡 속 여주인공과  이들의 성격에  들어맞는 베르나차를  커플로 묶었다. 주인공의  감정선이나  아우라에  초점을 두면서  복합미와 빈티지를 매치했다. 단테가 시구에 심어 놓은  사건 정황이나 이에 대처한 주인공의 성품도 캐릭터 포착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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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1. 베아트리체와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DOCG  2019 빈티지(라 라스트라La Lastra 와이너리)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소울메이트이자 영혼의  구세주다. 신곡에서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곁에 머물면서 천국을 안내하고 최고 지선의 세계로  데려간다. 지적이며 섬세한 성품을 지녔으나  단테가 실수를 저지르면 단호한 어조로 질책한다. 연옥 편에서 베아트리체는 신비에 싸인 천사로 나타난다. 얼굴은 베일에  가렸고 그녀가 걸친 불꽃 의상 허리춤에는  올리브 가지로 엮은 허리띠가 매어져 있다. 그 위를 녹색 망토가 살포시 덮고 있다. 


매칭 와인인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DOCG  2019 빈티지(라 라스트라La Lastra 와이너리)‘는 바질, 로즈마리, 젖은 숲 내음 같은 지중해 허브와  서양배, 레몬향이 상큼하다. 산도가 예리하며 깔끔한 맛이 오래 머문다. 

 


커플 2. 피카르다 도나티와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DOCG  아솔라  2018 빈티지(테누타 몬타냐니 Tenuta Montagnani 와이너리)


천국 여행 중, 첫 번째 달의 하늘에서  피카르다를 만난다.  그녀는 타인을 위해 서원을 접어야 했던 성인들 틈에 섞여 있다. 그녀는 수녀를 꿈꾸었지만, 정치욕에 눈먼 오빠가 한 귀족 청년과 강제로 결혼시켰다. 혼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절했으며  단테는 피카르다를 유순하며 순결한 여인으로 그렸다.


매칭 와인인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DOCG  아솔라  2018 빈티지(테누타 몬타냐니 Tenuta Montagnani 와이너리)’는 월계수잎, 타임, 금작화, 마가렛 같은 들꽃 향이 화사하다. 멜론의 달콤한 향이 감미롭게 감싼다. 톡 쏘는 산도와 짭짤한 맛이 어우러져 밸런스가 돋보이며 무게감도 지닌다.

 


커플 3.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와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DOCG  돈나 지나  2019 빈티지(파토리아 디 푸냐노 Fattoria di Fugnano 와이너리)


이번 주인공은 지옥에서 정부와 같이 벌을 받고 있는 프란체스카. 프란체스카는 절름발이 남편과 결혼했으나 시동생과  불륜에 빠진다. 이를 알아챈 남편은 두 남녀를 살해한다. 세상은 음탕녀로 낙인 찍었지만 그녀는 기사도 서적을  여러 권 독파했으며 정절 교육도 받았다. 단테는 그녀의 해박함이 본능을 옳은 길로 이끌지 못했음을  유감스러워한다.


매칭 와인인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DOCG  돈나 지나  2019 빈티지(파토리아 디 푸냐노 Fattoria di Fugnano 와이너리)’는 바나나, 멜론, 옥수수차, 캐모마일, 바질 향이  유려하다. 아삭한  산도와 상쾌한 과실 향이 입안에 퍼진다. 쌉쌀한 맛이 풍미를 높이며 식감이 매끄럽다.

 

 

커플 4.  피아 데 토로메이와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DOCG 피오레  2018 빈티지( 몬테니도리 Montenidoli와이너리)


남편에 의해 살해 당한 피아 데 토로메이는 억울하게 죽은 망자가  배정받는  전 연옥(Ante Purgatorio)에 보내진다. 그녀는 인간 세상과 분리된 차분한 음성으로  이승에서 겪은 참변을 고백한다. 성격은 온순하고 침착하며 확신에 차 있고 논리적이다. 


매칭  와인인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DOCG 피오레  2018 빈티지( 몬테니도리 Montenidoli와이너리)’는 허브티, 바나나, 모과, 리치, 캐모마일, 재스민 향이 다채롭다. 지중해 풍취와 열대과일 풍미가 향연을 펼친다. 쌉쌀한 맛, 깔끔한  산미가 어우러지며  중심에는 단단한 구조가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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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5. 사피아 살바니와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리제르바 Docg  2018 빈티지(산 베네데토 San Benedetto 와이너리)


사피아 살바니는 연옥 두 번째 원 내부, 눈이 궤 매인 자들 무리 사이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녀가 저지른 죄목은 고향인 시에나가 피렌체에 승리했는데도 기쁨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 생존 시 그녀는 포악했고 죽음을 맞이해서야 성격이 누그러들었다고 한다. 연옥에 보내진 사람들은 대체로 온순한데 비해 그녀는 침울한 성격과  신비한 매력을 발산한다.


매칭 와인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리제르바 Docg  2018 빈티지(산 베네데토 San Benedetto 와이너리)’는 망고, 바나나, 리치의 원숙하며 달콤한 향과 홍차, 부싯돌의 은은한  향기가 포개진다. 아삭 거리는  산미, 여기에 타닌 느낌이 더해져 긴장감이 있다. 쌉쌀함, 산미, 짠맛이 제각각의 맛을 내다가 조화로운 풍미를 낸다.


커플 6. 마텔다와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리제르바 DOCG  2017 빈티지(산 도나토 San Donato 와이너리)


마텔다의 정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에는’ 카노사 굴욕’의 마틸데 디 카노사란 설도 있다. 그녀는 인간이 원죄를 짓기 이전의  절대 행복을 상징한다. 마텔다는  영혼을 레테 강(망각의 강)과 에우노에 강(선행의 강)에 데려간다. 마텔다는 신비하며  단테를 지순한 자비심으로 감싼다.
매칭 와인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리제르바 DOCG  2017 빈티지(산 도나토 San Donato 와이너리)’는 영롱한 골드색이 비친다. 마가렛, 바나나, 캐모마일, 허브차에 이어 이스트 향, 페트롤 향이 밀려온다. 산미와 쌉쌀한 맛이 잘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친다. 세밀하며 잘 다듬어진 풍미가 식감을 높인다.


 

<이 글은 "2021 안테프리마에 데뷔한 TOP8 와인 동향(8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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