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반 물 반 채운 버킷에 담아 놓았던 화이트 와인이 마시기 좋은 온도로 차가워졌다. 야외였다면, 비닐 봉투에 편의점에서 사온 얼음을 채우고 와인을 식혔을 거다. 와인에 곁들일 안주로는 간단하게 치즈와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더운 날씨에 식욕을 잃을 만도 한데, 시원한 화이트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입맛이 금세 살아난다.
와인 수입 통계가 역대급 성장률을 보이면서, 야외에서 레스토랑에서 하다못해 고깃집에서도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매년 우리나라 와인 시장은 5-6%씩 성장하는 추세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작년 수입 금액 기준으로 프랑스가 1위, 그 뒤를 미국과 칠레가 잇는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년 대비 미국 와인의 수입량이 60%가 넘게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미국 와인의 가성비와 우리 나라 사람들 취향에 맞는 풍미가 이유일 것이다(출처_ “와인 각 1병 시대…트리플 넘버 원”).
이처럼 미국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미국 와인을 들여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열심이다. 이 글에서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미국 와인들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금요일 밤, 한강의 정취와 어울리는 와인
‘카퍼릿지’ & ‘갤로 패밀리 빈야드’
카퍼릿지 Copper Ridge(아래 사진)는 홈플러스의 무적와인 시리즈 중 하나로, 와인커뮤니티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성비 최고의 와인이다(4,990원). 저렴한 가격 때문에 품질을 의심할지도 모르나, 대형 마트에서 출시하는 최저가 와인 중에는 잘 알려진 와인생산자와 손잡고 대량 생산해서 가격을 낮춘 것들이 꽤 있다. 카퍼릿지의 레이블은, 해가 질 무렵 저녁 노을과 함께 카퍼릿지 포도밭 산마루에 비치는 구릿빛 태양광을 표현한 것이다.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포도로 만들어 잘 익은 과일의 향이 풍성한 카퍼릿지 와인은, 미국에서 ‘레스토랑 와인 TOP 10’에 이름을 올리며 15년 이상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인 와인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세 가지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유통 중인데 캘리포니아 지역을 대표하는 화이트 진판델(로제), 까베르네 소비뇽(레드) 그리고 메를로(레드)가 그것이다.
갤로 패밀리 빈야드 GFV(아래 사진)는 187ml 용량의 미니 사이즈 와인으로 이마트24에서 판매 중이다(3,900원). 야외로 피크닉을 나갈 때는 사실 미니 와인 만한 것이 없다. 용량도 적당하고, 대부분 스크류캡 마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열고 닫기에도 편리하다. ‘갤로 패밀리 빈야드 미니 와인 패키지’는 메를로, 모스카또,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품종은 한국의 와인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종으로 꼽힌다. 참고로, 와인 좀 마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갤로Gallo는 유명한 전자 제품 기업처럼 꽤나 유명한 와인 기업이다. 1933년에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어니스트&줄리오 갤로 형제가 설립했고, 80여 년이 지난 지금은 60여 개에 달하는 제품과 막강한 유통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 1위 와인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류 브랜드 100선’에도 갤로라는 이름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홈 파티에는
‘라 마르카 프로세코’
라 마르카 프로세코 La Marca Prosecco(아래 사진)는 미국 내 프로세코 부문 판매 1위, 스파클링 와인 부문 판매 1위를 자랑하는 대표 브랜드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의 프로세코 생산자 중 유일하게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라마르카 프로세코는 깔끔한 민트색의 레이블이 눈길을 끈다. 풍성하고 산뜻한 버블이 오래 지속되며, 프로세코 특유의 깔끔한 산미 또한 인상적이다. 모임이나 홈파티의 분위기를 돋우기에 이만한 와인이 있을까. 가느다란 기포가 생기 있게 솟아오르는 스파클링 와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흥미롭고 유쾌한 시간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호캉스에서 즐기는 5성급 호텔와인
‘캐년로드’ & ‘프로버브’
캐년로드 Canyon Road(아래 사진)는 미국의 2만5천여 개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미국의 특급호텔(리츠 칼튼, 포시즌스 등)에서도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되는 와인이다. 캐년로드 샤르도네는 잘 익은 배와 핵과일의 풍미에 바닐라 뉘앙스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캐년로드 카베르네 소비뇽은 검붉은 베리 풍미에 캐러멜의 달콤한 뉘앙스가 은은하다. 캐년로드 메를로는 자두, 딸기잼, 바닐라, 시나몬, 정향의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알코올 도수가 8.5도로 낮은 캐년로드 화이트 진판델은 식전주로 마시기에 안성맞춤이며 샐러드나 가벼운 요리에 곁들이면 좋을 와인이다.
프로버브 Proverb(아래 사진)는 속담 또는 격언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각 와인의 뒷면 레이블에 각기 다른 와인 격언이 적혀 있다. 예를 들면, ‘프로버브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에 적힌 격언은 루이 파스퇴르가 남긴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모든 책보다 많은 철학이 담겨 있다. A bottle of wine contains more philosophy than all the books in the world.”라는 문구다. 프로버브는 따듯하고 온화한 기후를 지닌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덕분에 와인은 잘 익은 과일 풍미와 향긋한 아로마를 드러내며, 산도가 날카롭지 않고 질감이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을 띤다. 프로버브는 힐튼이나 포시즌 같은 미국의 5성급 호텔과 델타 항공사 기내 와인으로도 납품되는데, 이처럼 프리미엄 채널로 유통된다는 것은 그만큼 와인의 품질이 뛰어남을 의미한다. 국내에는 홈플러스에서 1만원대로 프로버브 와인 4종(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소비뇽 블랑, 로제)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