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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끼안티에는 끼안티 와인이 없다”
 

 

 

이 글은 "2021 안테프리마에  데뷔한 탑 7와인의 동향(2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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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끼안티 러버스와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안테프리마가 열린 피렌체 전시장 Firenze Fiera 입구. 끼안티 새 빈티지 160종, 모렐리노 디 스칸사나노 새 빈티지 70여종이 선보였다>

 


끼안티 와인은 매우 토스카나적인 와인이다. 광활한  생산지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끼안티 와인은 토스카나 곳곳에 침투해 있다. 피사 탑을 구경하거나 팔리오 경마를  보러 시에나에 가도, 심지어 몬테풀차노에서 온천 여행 중일 때에도 지방마다 특색 있는  끼안티를 맛볼 수 있다. 차라리 끼안티가 안 나오는 도시를 찾는 게 더 쉽다고나 할까.


끼안티 와인이 토스카나의 굵직한 역사와  맞물려 있는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피렌체의 자유무역과 금융업이 번성할 무렵, 유력한 가문이나  여러 길드 조합은  와인이 황금을 낳는 거위임을 감지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도농업이나 양조 지식은 수도원이 향유하는 신성한 분야였으나  피렌체의 실세들은  지식을  담장 밖으로 끌어내  이들의 세속적인 물욕과 결합시켜 부를 쌓는다. 피렌체 곳곳에는 주점과 와인 창고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피렌체의  3대 길드 중  한 분파인 와인 길드(Arti dei Vinattieri)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메디치 가문은 와인을 잘 활용해서 정치세력을 굳건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적으로는 끼안티 와인을 즐겨 마셨으며 가문이  투자한  와인 무역에서 나온 이익은 메디치 금고를 살찌웠다. 또한 메디치 지도자들은  카리스마를  확고히 하기 위해 와인을 활용할 줄 알았다. 피티 궁 이전에  메디치 가문의 청사이기도 했던  팔라쪼 베끼오 궁 개조 때  안뜰에 세워진 기둥에 포도송이 부조를 새겼다. 16세기 코시모  1세가  외국대사를 알현하거나 공식업무를 수행하던 오백인의 방(Salone dei Cinquecento) 천장은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상징인 검은 수탉과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의 알레고리화가 장식하고 있다.


이때만 해도 끼안티는 특정 지역의  와인보다는 지명에 불과했다. 1398년 고문서는  끼안티 와인을 ‘붉은색이 나는 와인’이란 뜻의 베르밀리오(Vermiglio)라 했다가  어떤 문서는 베르나차(Vernaccia)로 기록해놨다. 현재 베르나차는 품종명이자 동일한 품종의 와인을 아우르지만 중세 토스카나에서는  베르나차가 화이트 와인을 의미했다.

 


<끼안티는 끼안티 지역이 아닌 곳에서 나온다? >

 


레드 와인도 됐다가 갑자기 화이트 와인으로 둔갑하는 끼안티의  불투명한 과거, 여기에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곁들여지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둘 다 토스카나가 원산지이고  끼안티란  공통어가 일으킨 불편함이다. 토스카나 현지인(이탈리아인들도 마찬가지)에게 지도를 펼쳐 보이며 끼안티의 위치를 물으면 손가락은 남 피렌체와  북 시에나 중간의 어느 지점을 가리킨다. 정확히 말하면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이다. 끼안티 클라시코의 외곽, 즉  변두리에서 끼안티 와인이 나오므로  끼안티 와인은 끼안티 아닌 곳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혼란은  끼안티 와인의 최대  고객인 메디치 가문과  관련이 있다. 1716년  코시모 3세 대공은  토스카나  3대 와인을 지정하고  와인별로 생산지역 경계는 물론 보호규정을  포함하는 칙령(Bando)을 포고한다. 이때부터 끼안티는 지명뿐만 아니라 와인 원산지로도  묶인다. 이 칙령으로 시에나와 피렌체 사이에 있는 4군데 마을(라디 인 끼안티, 그레베 인 끼안티, 카스텔리나 인 끼안티, 가이올레 인 끼안티)에서 나온 와인만이 원칙적으로  끼안티 와인이 될 수 있었다. 20세기 초 이 지역은 ‘원산지’ 또는 ‘원조’란 뜻의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으로 따로 분류된다.


19세기에 들어 끼안티 와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좋은 가격에 팔려 나갔고  판매량은 3배로 뛰었다. 1932년 이탈리아 정부는 늘어나는 특수를 감당하기 위해 칙령에 변경을 가한다. 경계선을 피렌체, 시에나, 아렛조, 피스토이아, 피사, 프라토 지역(Province)으로 확장했고  결국에는  7개 지역을 포함하는 끼안티 대식구를 거느리게 된다. 추후에 변경이 가해지기도 했으나 지금의 끼안티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1996년 끼안티 클라시코가 독립해서  자체 규정과  와인 컨소시엄을 조직한다. 이로써 끼안티는 원조가  빠진 끼안티로 남게 된다. 

 


<끼안티 와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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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지도. 출처Consorzio Vino Chianti>

 


일반 끼안티와  7군데의 세부지역(Subzone) 끼안티로 나뉜다. 일반 끼안티는 범용이란 뜻의 끼안티 제네리코(Chianti Generico)라고도 하는데  7군데  세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다.  끼안티는 광범위한  DOCG급 와인이라  각 세부지역마다  단위 컨소시엄이 있고,  끼안티 컨소시엄(consorzio Vino Chianti) 협회가 단위 컨소시엄을 총괄하는  피라밋 구조를 이루고 있다. 단위 컨소시엄은 개별 와인규정을 갖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와인품질을 통제한다.


세부지역은 다음과 같다: Chianti Colli Aretini, Chianti Colli Fiorentini, Chianti Colli Senesi, Chianti Colline Pisane, Chianti Montalbano, Chianti Montespertoli, Chianti Rufina

 


<허용 품종>


끼안티 와인은 19세기 중반  벳티노 리카솔리(Bettino Ricasoli) 후작이 완성한 끼안티 포뮬라(Formula di Chianti) 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산조베제로만 양조하던  끼안티의  맛은 다소 거칠고 뻑뻑한 느낌이 있었는데 후작은  유연한  맛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거쳐 포뮬라를 완성했다. 산조베제의 풍미 개선에 적합한  품종과  블랜딩 비율이 핵심인  포뮬라는  산조베제 70%, 카나이올로 15%, 말바시아 비앙카15% 로 정했다 . 


포뮬라는 와인시장의 입맛에  맞추어 여러 번 변했다. 모든 끼안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기본 틀은 다음과 같다. 주품종은 산조베제이며  함량은 1병당 무조건  70%를 초과해야 한다. 보조 품종은 무려 87개나 있으나 가장 많이 블랜딩 되는 품종은 말바시아, 트레비아노 토스카나, 콜로리노, 카나이올로, 카베르네 소비뇽,카베르네 프랑, 메를로다.  화이트 품종일 경우  최대 10%를 초과할 수 없고  국제 품종은  최대 15%까지만 블렌딩 할 수 있다.

 


<품종별 특징>

 


산조베제는 재배가 까다로운 단점이 있으나 지역별 차이가 심한  이탈리아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는 탓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양조학 측면에서도 탁월한 적응력을 발휘해 스푸만테, 로제, 디저트, 드라이 맛의  와인 등 어떠한 스타일로  만들어도 균일한 품질과 신선한 아로마를 유지한다. 밭 면적당 산출량 제한,  껍질과 즙의 접촉시간, 오크 숙성 기간을 조절하면 가볍고 캐주얼한  스타일에서부터 묵직하고 집중된 풍미까지 다양한 변주를 낼 수 있다.  타닌과 산도가 높지만 생산자의 역량과 경험에 따라  이들의  강약과 뉘앙스가 천차만별이다.

 

다음은  생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블랜딩 품종이며  허용량은  최소 20%, 최대  30%로 정해져 있다.


카나이올로(Canaiolo): 타닌을 부드럽게 한다
콜로리노(Colorino): 껍질의 과분층이 두껍고 검붉은 색이 돈다. 와인색을 짙게 한다
트레비아노 토스카노: 산미와 식감을 높인다.
말바시아 비안카 룬가 델 끼안티(Malvasia Bianca Lunga del Chianti): 아로마를 높이고  무거운 느낌을 줄인다.

 


<와인 타입과 고베르노 발효법>


고베르노 발효(Governo all uso Toscano )는  산조베제의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향미를 높이기 위해 애용되던 전통 양조법이다. 현재도 이런  용도로 사랑받고 있으며, 규정에는 고베르노 양조법을 따른 끼안티는 생기가 돌고 원만하다고 했다.


잘 익고 건강한 포도를 일찍 수확해서 건조장으로 옮겨  6주간 건조한다. 정상적으로 수확한 와인이 발효가 끝나면 지게미를 걷어내고 오크통에  옮긴다. 여기에 건조한 포도송이를 압착해서 얻은 포도즙을 붓고 다시 발효를 일으키는데 보통 수확 이듬해 봄이면 발효가 끝난다.


끼안티 타입은 안나타(annata), 수페리오레(superiore), 리제르바(riserva)가 있다. 안나타 타입은 수확한 다음 해 3월 1일부터 판매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끼안티 루피나와 끼안티 꼴리 피오렌티니 안나타는  오크 숙성을 의무로 하며 시판일은  수확 이듬해  9월 1일부터다.


수페리오레는 안나타와 리제르바의 중간 캐릭터를 지닌다. 최소 1년 숙성하며 수확한 다음 해 9월 1일부터 판매된다. 리제르바 타입은 껍질 침용과 오크 숙성기간이  최소 24개월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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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Marzocco Di Poppiano, Fattoria di Poggiopiano-Galardi, Fattoria San Michele a Torri, Frescobaldi, Tenuta Coeli Aula, Torre a Cona, Vecchia Cantina di Montepulciano 와이너리>

 


Chianti Colli Fiorentini Docg 2019 
생산자: 마르조꼬 디 포삐아노(Azienda Agricola Marzocco di Poppiano)


달콤한 붉은색 과일,  허브 티 향이 감미롭다. 산미가 경쾌하고 타닌이 순하다.

 


Chianti Colli Fiorentini Docg 2019
생산자: 파토리아 산 미켈레 아 토리(Fattoria San Michele a Torri)


라즈베리, 딸기, 달콤한 체리, 바이올렛 향이 감돈다. 산미가 다소 높으나  타닌과 잘 어우러져  밝은 느낌이다.

 


Chianti Colli Fiorentini Docg 2019 
생산자: 토레 아 코나(Torre a Cona)


라즈베리, 딸기의 달콤한 아로마와  바이올렛 향기가 세련된 느낌을 준다. 기분 좋게 끝맺는 뒷맛과  여기에 감도는 금속 향이 감칠맛을 낸다.

 


Chianti Docg Riserva 2018
생산자: 파토리아 디 포조피아노- 가라르디(Fattoria di Poggiopiano-Galardi)


장미, 민트, 체리의 달콤한 향기와 쌉사름한 바다 내음이 지중해 뉘앙스를 풍긴다. 적당한 무게의 보디감을 드러내고 타닌은 다소 떫은 맛이 나지만  밸런스는 잘 잡혀있다.

 


Chianti Docg Riserva 2018 
생산자: 테누타 코엘리 아우라(Tenuta Coeli Aula)


바이올렛, 커피, 타르 향이 조화롭다. 산미와 타닌이 잘 어우러졌고 적당한 묵직함도 지녀 완성도가 높다. 

 


Chianti Rufina Docg Riserva Nipozzano 2018
생산자: 프레스코발디( Frescobaldi)


장미 향이 은은하며 매혹적인 체리, 민트, 부싯돌, 발삼 향이 연이어 피어오른다. 산미는 원만하며 입안 가득 과실 향을 피운다. 타닌의 질감이 견고하며 여러 풍미와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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