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칠레 국보급 와이너리, 쿠지노 마쿨 Cousino Macul"이란 글을 통해 쿠지노 마쿨이 생산하는 로타(Lota)와 피니스 테라에(Finis Terrae), 2종의 와인을 소개한 바 있다. 두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와인 앱, 비비노(VIVINO)에서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사용자 평점을 받은 인기 와인이다. 최근에는 <Descorchados Guide>지의 와인평론가 Patricio Tapia가 Lota(2014 빈티지)에 96점을 부여하며 '최우수 레드 블렌드'로 꼽았고, Finis Terrae White Blend(2018 빈티지)에 95점을 주며 '최우수 화이트 블렌드'로 선정했다.
국내에 소개된 지 십여 년, 쿠지노 마쿨은 "칠레 와인 산업에서 가장 오랜 경험과 리더십을 보유한 와이너리"로 소비자들 사이에 알려지며 탄탄한 인지도를 쌓아왔다. 콘차이 토로, 산 페드로, 몬테스 같은 칠레의 국가 대표급 와인생산자들이 선두에 서서 적극적인 시장 공세를 펼쳤다면, 쿠지노 마쿨은 오랜 기간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고급 와인을 생산해 온 정통 부티크 와인의 표본이다.
쿠지노 마쿨 와이너리의 기원은 마티아스 쿠지노가 1856년에 땅을 매입해 가축을 기르고 작물을 재배했던 데서 비롯된다. 한때 그 땅은 식민지 시절 스페인 왕의 명령에 따라 포도를 재배했던 곳이다. 1862년에는 마티아스 쿠지노의 아들, 루이스가 그의 아내와 함께 프랑스 와인 산지를 여행하면서 포도나무 묘목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와인 생산에 뛰어들었다. 마르티약의 소비뇽 블랑 묘목, 알자스의 리슬링 묘목, 포이약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묘목 등이 그 예다. 실제로 19세기 중반은 칠레의 부유층이 유럽 여행에서 프랑스 포도 묘목을 들여와 프랑스의 양조가들을 고용해 와인을 생산하던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다.
위 사진은 루이스 쿠지노의 아내, 이시도라 고예네체아(Isidora Goyenechea).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와이너리를 비롯해 여러 군데의 탄광까지 상속받은 그녀는, 남미 대륙 최초의 여성 기업가이면서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한편, 그녀는 노동자의 작업 조건을 개선하고 생산 방식을 표준화하여 와인의 지속적인 우수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쿠지노 마쿨은 친환경 농법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1550 평방미터의 부지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매년 2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경감시키는 태양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와인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1927년에 쿠지노 마쿨은 와이너리를 대표할 수 있는 최상급 와인을 내놓았는데 '안티구아스 리저브(Antiguas Reservas)'가 그것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첫선을 보인 안티구아스 리저브는, 1969년에는 샤르도네 품종이 추가되었고 곧이어 메를로와 시라도 합류했다. 이들 와인은 신세계 와인의 완숙함과 구세계 와인의 우아함이 조화를 이루며, 고급 칠레 와인의 품격과 표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에는 수입사 제이와인을 통해 안티구아스 리저브 4종이 수입, 유통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안티구아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최상급 포도를 엄선해서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우아한 질감, 신선한 과일 풍미, 균형 잡힌 산도를 갖추었으며 식전주로 뛰어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해산물 요리, 담백한 양념의 볶음 요리 등 여러 요리와 좋은 매칭을 선사한다.
안티구아스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은 다양한 과일 풍미, 촘촘한 구조감 그리고 맛있는 산도가 균형을 이룬다. 덕분에 숙성 초기에 마셔도 부담이 없지만, 수 년의 기다림이 가져다 줄 복합적인 풍미와 대리석 같은 질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약간의 인내심을 가져도 좋겠다. 참고로 Patricio Tapia는 2018 빈티지 카베르네 소비뇽에 94점을 줬다.
안티구아스 리저브 메를로는 여러 겹의 아로마와 짙은 색감, 우아한 타닌과 섬세한 결을 갖추었다. 보르도 유수의 레드 와인에서 드러나는 우아함과 풍만함이 이 와인에서도 엿보인다. 매년 한정된 양만 생산되며 프랑스산 오크토에서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된다.
안티구아스 리저브 시라는 우아하면서도 고도로 농축된 과일 풍미를 선보인다. 보랏빛 도는 붉은 색은 맑고 선명하며, 잘 익은 과일 풍미와 꽃 향, 다크 초콜릿 등의 풍미가 은은하게 드러난다. 적절한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은 와인이 지닌 숙성 잠재력을 암시한다.
수입) 제이와인 (02-419-7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