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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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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는 은퇴한 우주비행사 쿠퍼와 그의 딸이 인류를 구하는 내용이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인류는 식량부족 위기를 자초한다. 유일한 희망은  미국 항공 우주국이 극비로 추진 중인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라’ 프로젝트. 쿠퍼와 일행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시간으로 1백 년을 헤맨 후 행성에 데려다 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알아낸다. 하지만 쿠퍼는 5차원 세계에 갇히게 되고 지구와의 통신은 두절된다. 곧 쿠퍼는 5차원 세계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초현실 공간임을 알게 되고 미래의 자신이 과거에 살고 있는 딸에게 무사히 정보를 전달한다. 


영화는 광활한  옥수수 밭 장면으로 시작된다. 옥수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농사지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곡식이다. 이는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일부 식물에 의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유엔 환경계획 한국협회 자료에  따르면 식용 가능 식물은  5만 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 인구의 3분의 2는 옥수수, 밀, 쌀로 만든 음식에 의존하고 있다. 하루 필요한 에너지의 80%를 3대 곡물에서 얻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식증에 걸렸고 다른 곡식이 주는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되어 있다.


인류의 편식은  와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제 와인 기구(OIV)가 발표한  FOCUS  OIV 2017 통계에  따르면  와인 생산이 가능한 포도 품종은  1만 여 종이다. 실제로는  33여 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의 반을  차지한다. 비교적 토착품종이 잘 보존된 이탈리아는 품종 편식증 안전지대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토착품종끼리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농부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판의 형세는 복잡해진다. 수지에  맞지 안거나  특정한 와인의 인기가 치솟으면  그렇지 못한 품종은 포도밭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지난 7월 7일  노벨로 마을 나스체타(Nas-Cëtta) 와인 생산자 협회는 와인 미디어 관계자들과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 나스체타 와인이 이탈리아 와인규정을 통과해  DOC등급에 선발된 지 1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재 DOC등급에 오른 이탈리아 와인은  3백30여 개. 백주년이 아니고 10주년을 자축했다니, 이유가 뭘까?

 

 

나스체타(Nas-Cëtta)가 뭐길래

 


나스체타는 품종명이자 주원료가 이 품종인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한 번 듣고 따라 하기가 이탈리아인도 쉽지 않다. 필자도 듣기와  발음을 열 번 이상 반복한 뒤에야  입에서 튀어나왔다. 단어 중간에 있는 하이픈이 품종명을 두 동강 냈지만 한글로 옮길 때는 생략하기로 한다.


19세기 저명한 이탈리아 농업학자들은 나스체타를  “섬세하고 감미로운 와인”이라 칭송했다. 정갈하고 품격 있는 와인만이 오를 수 있는 ‘미사주’로 사용되곤 했다. 어떤 와인 비평가는 나스체타로 만든 스푸만테 풍미를  샴페인에 비교했고, 껍질과 즙을 오래 놔둔 다음  오크통에 옮겨 숙성하면 모젤산 리슬링에  못지않은 숙성 능력을 얻는다고 했다. 다양한 칭송이 쏟아졌지만 원산지가 노벨로(Novello)인  노벨로 산 나스체타 와인을 최고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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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체타 품종

 


나스체타 와인의 전성시대는 19세기로 보며 그때에는  알바(Alba) 시 주변  랑게 지역에서 번성했다(지도 참고). 원래 랑게는 네비올로, 바르베라, 돌체토 등의  레드와인 산지이지만  나스체타도 한쪽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20세기 초반  옥수수, 쌀, 밀에게 벌어진 일이 나스체타에게도 일어난다. 나스체타 와인은 레드와인의 인기에 밀려  와인 생산업자들로 부터 외면을 당한다. 설상가상으로  바롤로 보이스로 촉발된 바롤로 와인 특수는 나스체타 밭을 점령해 나갔다. 
                   

 

나스체타를  구하라

 


구원의 손길은 내부에서 왔다. 바롤로 생산자들이 나스체타를  뽑아냈고 다시  밭에 되돌려 놨다.  1990년대  노벨로 마을에서 바롤로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던  엘비오 꼬뇨(Elvio Cogno)와  그의 수석 양조가  발터 피쏘레(Valter Fissore)는  우연히 1983년 산 나스체타 와인의 맛을 보게 된다. 발터 피쏘레는 그날의 느낌을  “이리스, 아카시아 꽃, 벌꿀 향이 풍겨  소테른 와인인 줄 알았다 ”라고 표현했다.


이튿날 발터 피쏘레는 노벨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나스체타의  상황을  파악했다. 상태가 좋은 나무만 골라내어 실험재배를  했다. 이때가 1994년이었고 첫 생산량이  8백 병 이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다. 이후 노벨로 소재 동료 생산자들이 가세했고 나스체타 품종은 빠르게 보급된다.  


2001년 나스체타는 이탈리아 농림수산부가 인가하는 ‘이탈리아 영토 내 재배 가능 품종 목록’에 등록된다. 목록에 오른 지 1 년 만에 Langhe DOC등급에 지정된다. 랑게(Langhe)는 지역명칭으로 이 안에서 재배되고 양조된 나스체타 와인만이 얻는 독점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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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부분이 랑게지역이다>

 


2010년  노벨로 생산자들은 독자행보를 결정한다. 랑게 DOC에서 떨어져 나와 ‘노벨로(Di Novello)  마을의(Del Comune)  랑게  나스체타 (Langhe Nas-cetta)’라는 뜻의 와인을 출시한다.  랑게란 거대 지역의 이점을 포기하고  본산지로 승부수를  띄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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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로 마을 나스체타 생산자 협회공식 로고. 2010년도에 8명의 노벨로 마을 생산자는 Produttori Nasceta del Comune di Novello협회를 설립한다. 이후 독자적으로 Langhe Nascetta del Comune di Novello  DOC와인을 출시한다>

 


토스카나의 아이콘 와인, 끼안티 클라시코도  원래 끼안티 와인의 일부였다가  탈퇴했다. 거대 와인 연합에서 떨어져 나와  보호권을  벗어났지만, 후에  본산지임을 인정받았고 고급 와인으로 거듭났다. 이탈리아 등급 와인의  미니멀리즘 현상은 고급 와인 이미지와 연결되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나스체타,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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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로 마을 나스체타 생산자 협회 소속 와인들. 와이너리명(왼쪽부터): Sansilvestro, Elvio Cogno, Le Strette, Casa Baricalino, Marengo Mauro, Cascina Gavetta, Arnaldorivera, Stra, Luca Marenco, La Pergola, Vietto>


나스체타는 세미 아로마 품종이다. 아로마가 발현되는 데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 없으며  시간이 흘러도 변질되지 않는다. 포도 품종 유전자 분석가에  따르면 유전자만 볼 때 네비올로와 친척관계다. 양조법과 포도가 자란 토양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뽑아낼 수 있다. 모래땅에서 자란 열매를 스테인리스 탱크에  숙성하면 포도 아로마는 물 만난 제비다. 사과, 복숭아, 아카시아, 라임, 서양배, 허브 향기가 신선하고 화사하다. 산미는 싱그럽고  짠맛이 입안에 착 감긴다. 나스체타 초보자도 쉽게 빠져드는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하되  효모와 오래 놔두면  벌꿀, 송진, 페트롤, 카모마일 , 구운 빵, 로즈마리,  사루비아 향이 그윽하다. 오크 숙성을 거치면  바닐라와 버터 향이 더해진다. 나스체타의 강점은 적당한 산도와 짠 맛에 있다. 짠맛은 산미와  잘 결합하며 입안에서 단단하고  야무진 인상을 남긴다. 이탈리아 와인은 음식과 궁합이 좋은 와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벨로 산 나스체타는 바롤로 와인과 비슷한 기후대에서 자란다. 8백만년 내지 6백만년 사이에 형성된 토르토니아노 토양에서 재배된다. 해저가 솟아오른 뒤 바람과 비에 쓸려온 흙이 섞여 들어간 입자가 고운 석회질 토양이다(참고: "[
이탈리아 현지 소식] 상반된 작황, 품질은 끄떡없다"). 여기에 자신의 수족처럼 토양을 다루며 땅과 품종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는 바롤로 생산자의 노하우가 덧붙여진다. 나스체타는 화이트 옷을 입은 바롤로라 할 수 있겠다.


거추장스러운 덩치보다는 작지만 확실한 원조의 본때를 보여주기로 한 나스체타 협회원들이 소확행을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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