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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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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업용으로 재배되는 와인 품종 중 사그란티노는 타닌 양으로는 세계 제일이다. 와인 1리터당 타닌 함량이 평균 6g으로, 3~3.5g인 네비올로와 1.5~1.8g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능가한다. 그러나 사그란티노가 입 안을 훑어내리는  떫은맛과 쓴맛의 자극 정도는 앞의 두 품종 수준에 머물거나 약간 추월한다.


타닌 양과 입 안의 느낌이 불일치하는 이유는 타닌의 출처에 있다. 보통 타닌은 포도씨, 열매 자루, 포도 껍질에서 발견되는데 사그란티노의 타닌은 껍질에 몰려있다. 과피에 저장된  타닌은 원만하며  와인 바디를 증진시키는 고급 타닌으로 알려졌다. 과피 타닌의 품질은 포도 완숙 상태와 완숙에 걸린 시간에 달려 있다. 사그란티노 재배농가들은 고급 타닌을 얻기 위해 과피의 타닌이 완전히 익는 10월 중순까지 수확을 늦춘다. 또한 사그란티노 수령도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로, 나무의 나이에 비례해서 과피의 타닌 저장력이 늘어난다.


사그란티노 과피의 타닌은 자신의 장점을 숙성 중에 십분 발휘한다. 사그란티노가 과피에 쌓아 놓은 타닌 분자의 크기는 씨앗이나 열매 자루의 그것보다 크다. 분자가 크면 와인의 다른 성분이나 폴리페놀 분자와 결합(중합력)하려는 성향이 늘어난다. 와인이 숙성하는 동안 (병 숙성이나 오크 숙성 포함) 타닌은 부드러운 맛을 주는 다당류나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활발해져 거친 느낌을 일으키는 쓴맛이나 떫은맛이 유연해진다. 레드 와인 색소인 안토시안이 타닌과 결합하면  좀더 붉은색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분자들끼리 고리를 만들어 색소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2.jpg<이미지제공https://winefolly.com>

 

 

 

사그란티노 품종 산지는 유일하다고 하는데...

 


맞다.  몬테팔코(Montefalco)와 이웃마을이 지구에서 유일한 사그란티노 산지다. 몬테팔코는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에 속하며 몬테팔코와 주변의 네 군데 마을(Bevagna, Castel Ritaldi, Giano dell’Umbria, Gualdo Cattaneo)을 포함한다. 종교 성지인 아시시(Assisi)를 기준으로 두면 위치 파악이 쉽다. 아시시 반대편에 보이는 몬티 마르타니(Monti Martani) 산 중턱에 흩어져 있는 낮은 구릉지다. 마을들은 해발 220~472 m 벨트 대에 속하며 포도밭의 넓이는 760헥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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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산타고스티노 성당 내부. 1451년 제작된 천장 벽화는 옛날부터 몬테팔코와  사그란티노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 몬테팔코 시청>

 

 


사그란티노가 몬테팔코와 첫 인연을 맺은 때는

 


사그란티노의 등장은 아시시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사들과 연관이 깊다. 15세기경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사들은 성지순례차 중동지방에 갔다가 귀향길에 이 품종을 들여왔다. 중동산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주로 미사주로 올랐고 그래서 신성함(사크라, Sacra)을 뜻하는 사그란티노라 불리게 되었다. 사그란티노가 몬테팔코에 남긴 첫 기록은 14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몬테팔코 도심에 위치하는 산타고스티노 성당 벽화에 그려진 와인병이 그것으로, 성당이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임을 감안할 때 병 안을 채웠던 와인은 사그란티노라는 설이 유력하다.

 

 


사그란티노는  원래 달콤한 와인이었다고 하던데

 


원래 40년 전까지만 해도 사그란티노 와인은 달콤한 맛이 나는 파시토(passito)를 뜻했다. 이탈리아 상당수의 레드 와인(바롤로, 아마로네)이 과거에는 스위트 와인이었음에 비춰 볼 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사그란티노의 경우 달콤하면 타닌이 유순해져 마시기 편했을지도 모른다. 


드라이한 레드와인이 유행하자 1980년대 일부 사그란티노 생산자들은 드라이 와인 양조법을 적용했다. 새 스타일의 사그란티노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66헥타르에 불과하던 포도밭 면적이 30년 뒤에는 11배인 750헥타르로 늘어났다. 2019년 기준 병입 와인 수량이 1백 9십만 병에 달한다. 사실, 사그란티노 와인의 인지도가 향상되었지만 아직 대중적인 와인이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대신, 묵직한 타닌에 익숙하며 와인 숙성이 진행되면서 이에 반응하는 다양한 타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된 애호가들에게 적절한 틈새 와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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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토는 사그란티노를  최소 2개월 건조한 후 당도가 최상인 때  만든다>

 

 


사그란티노가 와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1992년 사그란티노 와인은 DOCG 등급에 지정되었고 와인 공식 명칭은 Montefalco Sagrantino DOCG다. 앞서 말한 대로 드라이 타입과 스위트 타입이 있으며, 후자는 파시토란 단어를 첨가해 드라이 타입과 혼동을 피했다. 드라이 타입은 숙성기간을 최소 33개월로 규정해 놨으나 용기별로 정해진 최소 의무 숙성기간을 지킨다는 조건하에 생산자 재량으로 숙성기간을 신축성 있게 조절할 수 있다. 알코올 최소 농도는 13%이나  상당수 와인이  15도를 넘는다. 스위트 타입  포도는 건조실에서 최소 2개월  말린 후 양조실로 보내진다. 숙성기간과 방법은 드라이 타입과 동일하며 최소 알코올 농도는 18도다.

 

 


사그란티노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여름 평균기온은 18~28도로 서늘하고 겨울은 4~6도 안팎의  온난한 기후를 보인다. 연강수량은  750~1300mm로 여름에 집중적으로 내리고 가을은 건조하다. 수확은 두 번에 나누어서 하는데  파시토용 사그란티노는 9월 말~ 10월 첫째 주에 시작되며 드라이 타입은 대략  2주 후에 한다.


토양은 약 258만 년 전부터 11만 년 까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지구 토양 역사의 축소판이다.  토양은  형성시기와  종류가 다양해  한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지만 다음의  4군데 토양 그룹에 속한다.

 


1. 호수, 강이 운반한 황토색 모래와 자갈이 굳어서 된 역암토
2. 점토와 호수 바닥에 묻혀있던 모래가 융기한 모래토
3. 빙하기에 산에서 쓸려내려 온 자갈과 흙이 굳어서 된 충적토: 면적이 몇십 미터에서 수십 킬로 미터에 달한다. 플라이스토세 때 5~50m 지하층이 솟아오른 후 표면에 쌓인 토양이 단단해진 퇴적토다.
4. 다양한 지질 시기에 형성된 석회석, 황토색 사암과 회색 미사(silt)가 섞여 있는 석회석, 석회석과 사암 혼합토

 

 

 

사그란티노의 순한 맛,

몬테팔코 로쏘(Montefalco Rosso DOC) 와인

 


사그란티노의 ‘사’ 자도 들어본적 없는 와인 애호가라면  몬테팔코 로쏘에 주목하길. 몬테팔코 로쏘 와인의 등장은 로쏘를 징검다리 삼아 순도 높은 사그란티노에 연착륙 시키는데 있다. 사그란티노 대비 산조베제 함량을  60~80%로 조절해 사그란티노가 유순해졌다. 산조베제 입장에서는 향신료, 허브 등의 다양한 향을 얻었다. 사그란티노는 산조베제 특유의 제비꽃, 체리, 자두 향을 얻어 접근성을 업그레이드 했다.

 

 


지중해와 산이 화이트 와인에서 만나다

 


그레케토(grechetto) 품종은 고대 그리스인이 들여온 품종으로 그리스와 기후가 비슷한 중남부 이탈리아에 급속히 퍼졌다. 특히 몬테팔코산 그레케토는 짙은 노란색과 감귤류, 복숭아, 아몬드, 허브가 주된 향기로 지중해 낭만이 농후하다. 적당한 산미와 쌉쌀한 뒷맛은 가벼운 음식과 잘 맞아 데일리 와인으로 무난하다. 몬테팔코산 그레게토는 와인 라벨에  원산지 보호명(Montefalco Grechetto DOC) 표시를 의무화해 타지역산 그레게토와  구별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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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 품종을 토기안에서 침용과 숙성시키면 내추럴 와인의 풍미를 띈다>

 


그레게토가 지중해의 매력을 발산한다면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trebbiano spoletino)는 서늘한 산들바람을 전한다. 토스카나산 트레비아노 디 토스카나 품종과 이름만 비슷할 뿐 연관성은 없다. 몬테팔코에서 가까운 스포레토(Spoleto)가 원산지이며 몬테팔코 토양에 적응했다. 가벼운 스타일에서 묵직한 스타일은 물론 드라이, 스위트, 스푸만테, 오렌지와인까지 다룰 수 있어 양조 효율성이 뛰어나다. 오크나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쉬르 리 숙성(효모 앙금과 와인을 접촉시키는 방법)할 경우 바닐라, 구운 빵, 열대과일향이 도드라지며 일관된 맛이 입안을 풍요롭게 한다. 침용과 숙성을  세라믹이나 토기 안에서 하면 내추럴 와인 풍미를 띄우며 보디감이 강화된다.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 와인은 함량에 따라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품종 본연의 느낌을 선호하면 함량을 85% 로 늘린 Spoleto Trebbiano Spoletino를, 궁합이 잘 맞는 화이트 품종과 블랜딩해 조화로운 맛을 끌어올린   Montefalco Bianco 가 있다. 

 


* 칼럼 전반부의 타닌 관련 기사는 몬테팔코 사그란티노 컨소시엄과  Istituto San Michele 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사그란티노 폴리페놀 연구 결과(
링크 참조)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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