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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와인 하나를 고르는 일도 어려운데 다양하기 그지없는 부르고뉴 와인은 더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천하의 부르고뉴 와인이라 하더라도, 몇 가지 족보만 알아두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쉽게 고를 수 있다. 

 


등급, 생산자 그리고 가격의 밀접한 관계


부르고뉴 와인은 엄격하고 냉정한 등급으로 나눠진다. 가장 기본 등급은 '부르고뉴 레지오날'이고 그 위로 즈브레 샹베르탕 Gevrey-Chambertin, 뫼르소 Meursalt 같은 '마을(빌라주) 단위' 와인이 있다. 상위 두 등급은 '프르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로 아주 특별한 포도밭임을 뜻한다. 알기 쉽게 우수, 최우수라고 도장을 팡팡 찍듯이 와인 레이블에 프르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라고 표시한다. 


그럼 단순하게 등급에 따라 선택하면 끝이라 생각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변수가 있다. 크뤼급 포도밭을 소유한 모든 생산자가 유명세에 걸맞게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클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 포도밭이다. 70여명의 생산자가 이 포도밭을 조각조각 소유하며 와인을 만들지만, 다 같은 그랑 크뤼임에도 품질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땐 생산자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나 부르고뉴처럼 빈티지(포도를 수확한 해, 또는 그 해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선 생산자가 중요하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생산자라면 좋은 빈티지는 물론 어려운 빈티지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마지막 종착지는 가격이다. “정말 좋은 부르고뉴 와인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는 <더 와인 바이블>의 저자, 캐런 맥닐 Karen MacNeil의 속상한 지적대로 부르고뉴 와인은 비싼 게 현실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조건대로 본 로마네 Vosne-Romanée 같은 유명한 마을, 프르미에 크뤼나 그랑 크뤼 포도밭 그리고 지명도가 높은 생산자의 와인이라면 그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후퇴하기엔 아직 이르다. 영국의 와인 전문지 Decanter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우수한 생산자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여러 전문가들도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 동안 과소평가된 꼬뜨 드 본 Côte de Beaune의 사비니-레-본 Savigny-lès-Beaune과 쇼레-레-본 Chorey-lès-Beaune 두 마을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역의 맹주로서 품질 향상에 이바지해 온, 우리가 찾는, 그 우수한 생산자의 헌신도 간과할 수 없다. 

 


사비니-레-본의 대표주자,

시몬 비즈 에 피스 Simon Bize et F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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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꼬뜨 드 본에서 가장 넓은 마을 중 하나인 사비니-레-본은 꼬르똥 Corton과 본 Beaune 언덕의 사이에 위치한다. 마을은 갈로-로만 시대에 형성되어 역사가 깊고 포도밭 면적은 약 346헥타르에 22개의 프르미에 크뤼가 있다. 이곳의 레드 와인은 균형이 잘 잡혀 있고 가격까지 착하다. 부드럽고 무게감이 있지만 산미는 강하지 않은 편이다. 화이트 와인은 뫼르소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 꽃 향기가 지배적이고 입에선 버터, 브리오슈, 레몬, 미네랄의 풍미가 넘친다. 산도는 신선하고 살집이 있는 스타일이다.


시몬 비즈 에 피스 Simon Bize et Fils의 역사는 시몬 비즈 가문이 1880년에 포도밭 몇 구획을 매입하면서 시작되었다. 1950년부터 와인을 직접 병입하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도멘의 명성이 널리 퍼졌고, 이는 사비니-레-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되었다. 1972년, 부르고뉴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완벽주의 생산자 중 한 명인 파트릭 비즈 Patrick Bize는 양조장을 새로이 만들고 셀러를 확장하는 등 현대화에 힘썼고 새로운 포도밭도 적극적으로 매입했다. 2013년 파트릭이 운명을 달리하며 그의 아내와 여동생이 기존의 팀과 힘을 모아 이끌어가고 있다. 총 22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한 시몬 비즈는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으로 포도밭을 관리하며, 발효할 때도 야생효모만 사용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와인을 만든다. 


현재 수입사 비노쿠스를 통해 국내 수입, 유통되는 시몬 비즈의 와인들은 다음과 같다. 


부르고뉴 블랑 레 샹플랭 Bourgogne Blanc Les Champlains, 사비니-레-본 블랑, 사비니-레-본 루즈 오 그랑 리아흐 Savigny-Lès-Beaune Rouge Aux Grands Liards, 사비니-레-본 프르미에 크뤼 레 푸르노 루즈 Savigny-Lès-Beaune 1er Cru Les Fourneaux Rouge, 사비니-레-본 프르미에 크뤼 오 베르즐레스 루즈 Savigny-Lès-Beaune 1er Cru Aux Vergelesses Rou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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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니-레-본 블랑

Savigny-Lès-Beaune Blanc


생산지: 프랑스 > 부르고뉴 > 꼬뜨 드 본 > 사비니-레-본

품종: 샤르도네 100%
등급: AOC Savigny-Lès-Beaune
빈티지 : 2016


1996년 파트릭 비즈는 2헥타르 포도밭에 샤르도네를 심었다. 레드 와인의 비중이 컸던 사비니-레-본에서 그의 결정은 다소 급진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10년만에 결실을 맺으며 마침내 그가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했고 사비니-레-본 블랑은 오늘날 전세계가 사랑하는 와인이 되었다.


여러 구획에서 재배한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든다. 첫 인상은 매력적이며 부드럽다. 미네랄 느낌이 돋보이며 신선함과 구조의 균형감이 매우 뛰어난 와인이다. 사과 꽃 향을 시작으로 패션후르츠가 느껴지고 마지막엔 약간의 꿀 풍미가 퍼지며 기분 좋게 마무리된다. 닭과 오리 등 각종 가금류와 잘 어울리고 크림 소스 파스타나 피자와도 좋은 궁합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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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니-레-본 프르미에 크뤼 레 푸르노 루즈

Savigny-Lès-Beaune 1er Cru Les Fourneaux Rouge 


생산지: 프랑스 > 부르고뉴 > 꼬뜨 드 본 > 사비니-레-본 
품종: 피노누아 100%
등급: AOC Savigny-Lès-Beaune 1er Cru
빈티지 : 2016


시몬 비즈의 노하우가 압축된 와인이다. 레 푸르노는 사비니-레-본 프르미에 크뤼 중 동쪽을 향하고 가장 경사가 심한 밭으로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와인이 나온다. 다른 프르미에 크뤼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부드럽고 신선한 과실 풍미가 돋보이며 긴 시간 숙성하지 않아도 즐기기엔 충분하다.


주홍 색을 띤다. 잘 익은 야생 검붉은 과일들로 만든 바구니, 향신료, 꽃의 향미가 조화를 이루며 감각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오크에서 오는 나무 향은 과하지 않고 완벽하게 와인에 녹아 들었다. 한 모금 마시면 풍성한 과실 풍미를 느낄 수 있고 부드러운 미감이 인상적이다. 타닌이 동글동글한 느낌으로 우아하게 다가온다. 1시간 정도 디켄팅을 추천한다. 소고기 스튜나 스테이크, 레드 와인을 넣고 볶은 버섯 요리와 잘 어울린다. 

 

 

쇼레-레-본의 테루아를 지키는

도멘 똘로 보 에 피스 Domaine Tollot Beaut & F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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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뜨 드 본에 위치한 쇼레-레-본은 알록스-꼬르똥, 사비니-레-본과 이웃하고 있다. 쇼레-레-본 와인은 부르고뉴 마을 등급의 와인 중에서도 여러모로 편안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과거 오랫동안 레이블에 '꼬뜨 드 본 빌라주 와인'으로 표기되어 판매되었지만 훌륭한 품질이 입소문을 타며 1970년대부터 쇼레-레-본의 이름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알록스-꼬르똥 쪽 와인은 좀더 풍부하고 풀 바디에 가까운 스타일이고 사비니와 본 쪽은 좀더 가벼운 스타일이다. 쇼레-레-본의 전체 포도밭은 136헥타르로 대부분 피노 누아를 재배하며 샤르도네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그러나 점점 샤르도네의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쇼레-레-본의 레드 와인은 가볍고 절제미가 있다. 우아한 타닌과 풍성한 과일 풍미가 돋보여 개성이 뚜렷하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어릴 때는 생동감이 넘치고 과일 풍미가 압도적이지만 오랜 시간 숙성하게 되면 풍성하고 묵직한 무게감에 긴 여운을 가진 와인으로 발전한다. 


도멘 똘로-보는 1921년에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기 시작한 최초의 생산자 중 하나였다. 또한 똘로-보는 와인 품질의 향상을 통해 쇼레-레-본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오늘날 도멘의 얼굴은 5대손 나딸리 똘로 Nathalie Tollot지만 모든 분야에서 가족이 중심을 이룬다. 쇼레-레-본을 비롯해 사비니-레-본, 알록스-꼬르똥, 본에 걸쳐 총 24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엔 그랑 크뤼 꼬르똥 브레상드 Corton Bressandes와 꼬르똥 Corton,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는 삐에스 뒤 샤피트르 Pièce du Chapitre도 포함된다. 똘로 가문은 수령이 오래 된 나무의 비율을 높여 와인의 복합미와 품질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부르고뉴 레지오날 등급부터 그랑 크뤼 등급까지 진지하면서도 단정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현재 수입사 비노쿠스를 통해 국내 수입, 유통되는 똘로-보의 와인들은 다음과 같다. 


부르고뉴 블랑, 부르고뉴 루즈, 쇼레-레-본 루즈 Chorey-lès-Beaune Rouge, 알록스-꼬르똥 루즈 Aloxe-Corton Rouge, 알록스-꼬르똥 프르미에 크뤼 레 푸르니에흐 Aloxe-Corton 1er Cru Les Fournières, 본 끌로-뒤-후와 프르미에 크뤼 Beaune Clos-du-Roi 1er Cru, 본 프르미에 크뤼 Beaune 1er Cru, 꼬르똥 그랑 크뤼 Corton Grand C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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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블랑

Bourgogne Blanc


생산지: 프랑스 > 부르고뉴 > 꼬뜨 드 본
품종: 샤르도네 100%
등급: AOC Bourgogne
빈티지 : 2017


희소 가치가 높은 쇼레-레-본 중심의 화이트 와인이다. 똘로-보는 쇼레-레-본에서 4%밖에 되지 않는 샤르도네 포도밭의 일부를 획득하여 부르고뉴 블랑으로 생산하고 있다. 올드 바인의 풍성함과 질감, 산도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사과, 레몬, 흰 꽃, 짭짤한 미네랄과 함께 구운 브리오슈의 풍미가 느껴진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밀도감과 감각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는 와인이다. 흰 살 생선과 새조개, 가리비 같은 어패류를 비롯해 생선전, 구운 너트류와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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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레-레-본 루즈

Chorey-lès-Beaune Rouge

 

생산지: 프랑스 > 부르고뉴 > 꼬뜨 드 본 > 쇼레-레-본
품종: 피노누아 100%
등급: AOC Chorey-lès-Beaune
빈티지 : 2017


똘로-보의 시그니처 와인이다. 쇼레-레-본에서 6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는데 남향이며 유기농으로 관리한다. 대부분의 쇼레-레-본 와인은 다른 마을의 와인들과 블렌딩해서 꼬뜨 드 본 빌라주로 만들어 판매한다. 쇼레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똘로-보는 관행을 거부하고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의 쇼레-레-본을 만들어냈다. 바로 쇼레-레-본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크렌베리, 야생 딸기 같은 붉은 과일과 꽃 그리고 미네랄과 향신료의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날카로운 산미가 주는 신선함과 깨끗한 느낌 덕분에 “여름용 레드 와인”으로 이상적이다. 여운에서 타닌의 느낌은 정제된 느낌으로 유럽의 가공육인 샤퀴테리, 돼지 족발, 편육과 잘 어울린다. 

 

 

 

수입 _ 비노쿠스 (02 45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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