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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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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유럽의 귀족 자녀들은 그랜드 투어를 즐겼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유람으로 짜인 그랜드 투어를 향유함으로써 미래의 상속자들은 역사, 예술, 외국어에 능통해지고 세상 보는 눈도  키웠다. 


21세기에도 그랜드 투어가 있다. 범위를 좁힌다면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을 원 없이 시음하면서 유람의 기쁨도 챙기는 그런 투어다. 그랜드 투어 일정에도 있던 피렌체가 출발지인 안테프리메 토스카네(Anteprime Toscane)를 추천한다. 파리, 베니스, 피렌체를 거처 로마에서 마침표를 찍던 원조 그랜드 투어와 차이가 있다면  안테프리메 토스카네는 토스카나에 머물면서 산조베제에 몰입하는 일종의 그랜드 테이스팅 투어다.


매년  2월 중순 무렵  피렌체에서 출발해서 산지미냐노, 몬테풀차노를 차례로 돌다가 몬탈치노에서 끝맺는다. 행사목적은  앞의 도시들이 매년 출시하는 새 와인을 알리는 데 있다. 산조베제의 영혼을 담은 끼안티, 끼안티 클라시코, 비노 노빌레디 몬테풀차노, 부르넬로디 몬탈치노 와인,  토스카나 유일의 DOCG급 화이트 와인인  베르나차디 산지미냐노를 포함한다. 이 기간 동안 적게는 80여 종,  많게는 7백 여종의 와인이 개봉된다. 와인업계 종사자는 예약만 하면 되고 일부 안테프리메 토스카네(이후 안테프리메)는 소액의 입장료만 내면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다(자세한 일정과 예약 정보는 www.anteprimetoscane.it를 참조하자.) 


2월 15일부터 22일에 열린 2020년 안테프리메는 이탈리아 첫 코로나 19  감염자의 발견 시점과 겹쳤다. 이로써 아시아에 국한된 전염병일 거라 믿었던 심리적 방어감에 균열이 생겼다. 중국 본토 와인 저널리스트들이 참가를 취소했고 행사 내내 굵직한 국제 와인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특히 빈이탤리VINITALY의 귀추는 세인의 촉을 쏠리게 했다. 행사가 종료된 22일로부터 열흘 뒤, 빈이탤리 주최 측은 원래 일정보다 두 달 늦은  6월 14~17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끼안티 클라시코 콜랙션의 세계

 


끼안티 클라시코 콜랙션은 피렌체가 유치하는 대형 안테프리메다. 올해는 480명의 생산자가 740여 종의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선보였으나 실제로 개봉된 와인은 1만 병이 넘었다.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1716년 코시모3세 대공이 지도 위에 경계를 그은 4 군데  마을과 그 후에 추가된  4 군데 마을을 아우르는 포도밭(1만 헥타르)에서 재배한 산조베제가 원료다. 수확한 포도의 양조 및 숙성의 전 과정도 8군데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는 테루아 밀착 와인이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매년 생산되는 안나타(annata) 타입과  포도품질이 뛰어난 해에만 나오는 리제르바와 그란 셀레지오네의 프리미엄 타입이 있다. 공식적으로 출시한 와인은 안나타 타입은 2018, 리제르바는 2017, 그란 셀레지오네는 2016 년 산이나  2012년 산까지 망라하고 있었다. 어린 산조베제부터 단계적으로 와인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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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클라시코 피라미드는 세가지 와인 타입을 피라미드에  대입시켰다. 위로 오를수록 면적당 포도 산출량은 줄어들고 숙성연도는 길어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2017년 산과 2015년 산을 흥미롭게 시음했다. 2017년은 대체로 덥고 건조한 해였지만 토스카나는 그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늦봄에 서리가 내려 포도 생존량이 자연감소했으며 생존했더라도 6월과 8월의 고온을 겪어야 했다. 과숙의 우려도 있었으나 9월 초에 비가 적당히 내려 무사히 완숙에 이를 수 있었다. 2016년에 비해 와인 생산량이 27% 감소했고 이는 40년 만의 가장 저조한 양이다.


봄철의 이상기후가 낳은 자연감소, 포도밭에서 선택적으로 걸러진 포도만이 와인이 되었던 2017년 산은 태어날 때부터 품질은 타고났다. 잘 익은 체리, 라즈베리, 크랜베리의 경쾌한 향과 바이올렛, 장미 향이 섞여 우아한 기품을 풍겼다. 산미는 날카롭고 신선하며 타닌의 전체적 느낌은 어린 데서 오는 단단함이 전해졌지만 결이 부드러워 마시기 적당했다. 일부 와인에서는 나이에 비해 조숙한 와인이 발산하는 감초, 타바코, 젖은 낙엽 향을 냈지만 맛은 어린 산조베제의 산도와 타닌을 지녔다. 


필자가  인상 깊게 시음한 와인 사진을 모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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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산 끼안티 클라시코. 생산자는 왼쪽부터 Ottomani, Oliviera , La Montanina, Castello di Fonterutoli , Poggio Borgoni>

 


2015년 초반 날씨는 추위와 포근한 날씨가 번갈아 왔다. 포도 개화와 결실을 제때에 달성했고 8~9월에는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포도 완숙이 서서히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수확 때 안토시안, 폴리페놀, 포도 아로마의 완숙 타이밍이 적절했다는 평가다. 리제르바와 그란 셀레지오네 타입에서 품질이 두드러졌다. 농축된 과일향과 꽃 향기가 선명하되 가죽, 젖은 흙, 카카오, 버섯 계열의 세련된 향기가 은은히 퍼졌다. 산미는 알코올의 열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며 결이 매끄러운 타닌과 탄탄한 보디감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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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리제르바, 그란 셀레지오네 타입. 생산자는 왼쪽부터 I Fabbri, Antica Fattoria Machiavelli, Castello di Meleto, Podere il Palazzino, Solatione>

 


2013년이 탄생 첫 해인 그란 셀레지오네는  빠른 속도로 끼안티 클라시코의 프리미엄급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리제르바와 나란히 키안티 클라시코 전체 생산량의 42%를 차지한다. 다른  타입에 비해 생산자의 손길이 더 담겼다는 게 성공 비결이다. 여러 밭에서 최상급 포도만 가려서 빚지만 단일 포도밭의 개성을 담아낸 빈야 그란 셀레지오네는 원료의 투명성을 보장한다.
                                                             

 

 

<Chianti Classico Collection 2019 공식 영상>

 

 

블랜딩의 예술-빈산토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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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말바시아와 트레비아노 포도는 자연건조실로 옮겨져 긴 건조과정에  들어간다. 이미지 출처_ Losi Querciavalle>

 


빈산토 와인은 손이 많이 가고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에 비해 수익성은 낮다. 그걸 감수하면서도  토스카나 와인 생산자들은 기꺼이 만든다. 빈산토는 가족이나 친척 모임에 등장하며, 반가운 손님이 왔을 때 환대의 마음을 빈산토로  대신했다. 그러니, 빈산토를 내오는 주인의 면전에 "스위트 와인은 별로예요"라고 직설을 날린다면 그의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선별된 말바시아와 트레비아노, 산조베제(오끼오 디 페르니체 빈산토의 경우)는 자연 건조실로 보내진다. 손으로 뒤적거리면서 말린 상태를 확인하고 터지거나 곰팡이가 핀 것은 버린다. 이 때 포도알을 덮고 있는 물질이 곰팡이인지귀부균인지를 잘 분별해야 한다. 만일 포도알을 싸고 있는 게 귀부균이면 포도에 행운 벼락이 떨어진 거다. 귀부균이 들러붙으면 포도는 그걸 상처로 인식하고 자기 방어용 물질을 분비하는데 아로마 성분을 분해하며  농축을 촉진한다.


빈산토 한 병을 만드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치자. 그렇다면 건조가 끝나는 시점에 시계바늘은 새벽을 가리키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카라텔리 용기와 마드리 효모의 협업으로 채워진다. 카라텔리는 토스카나 전통 빈산토 숙성용 목재 용기로 참나무, 체리, 뽕나무, 아카시아, 밤나무 판자를  조립해서 만든다. 카라텔리 내부에는 효모, 박테리아, 포도  효모가 젤 상태로 뭉쳐진 마드리 효모(lievito di madri)가 거주한다. 마드리는 숙성 주기가 끝나면 매번 오염상태와 효모 숫자 검열을 거친다. 변질되었거나 숫자가 정상치를 벗어나면 이웃 카라텔리 안에 거주하는 건강한 마드리로 교체된다. 


통 안에 부은 모스토(말린 포도를 압착한 포도즙)는 마드리의 기질대로 발효와 숙성이 일어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20~30년을 마드리는 비정형 패턴으로 모스토를 변화시킨다. 카라텔리가 놓이는 위치도 간과할수 없는 모스토의  변수다. 남쪽에 놓인 카라텔리는 좀 더 드라이하거나, 북쪽에 놓인 모스토는 달거나 짠맛이 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카라텔리는 그저 쿠베가 담긴 통일뿐이다. 각각 불거지는 개별 맛은 빈산토로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조화로운 단일 맛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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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 순으로, Il Poggiolino Vinsanto 1983, Bibbiano Vinsanto San Lorenzo 2013, Losi Querciavalle Vinsanto 2006, Isole e Olena Vinsanto 2009. 카라텔리 안에 부은 모스토는 마드리 효모의 기질에 따라 맛 유전자를 바꾼다. 와사비, 쌉쌀한 향, 대추차, 말린 무화과, 차 잎, 피스타치오, 열대과일, 살구 풍미 외에도 복합적인 향을 얻는다. 빈산토에 적신 혀를 입안 전체에 굴려보라.  피로감이 일시에 사라짐을 느낀다. 산도가  단 맛을 적절히 조절하며 상큼한 풍미를 입안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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