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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보졸레 Beaujolais 와인을 말할 때 난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처럼 보졸레 누보가 떠오른다. 명색이 와인전문기자임에도 보졸레 와인에 관한 정보의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게으름과 선입견 때문에 따라잡지 못했던 보졸레 와인은 눈부시게 성장 중이다. 지난 2월, 저명한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 James Suckling은 2018 빈티지 보졸레 와인을 시음한 후 그 결과를 온라인에 소개하며 보졸레 지역을 적극적으로 조명했다. 

 


빙산의 일각이었던 보졸레

 


와인 서적에서도 다른 와인산지에 비해 찬밥 취급을 받았던 보졸레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되었다. 뉴욕타임즈의 와인 컬럼니스트 에릭 아시모프 Eric Asimov에 의하면, 전세계를 풍미했던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햇와인)의 열기가 식으면서 보졸레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한다. 때마침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보졸레의 10개 크뤼 cru를 중심으로 야심 찬 생산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안개가 걷혀야 풍경이 보이는 것처럼 보졸레 누보 인기의 거품이 꺼지자 보졸레 와인의 진면목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에릭 아시모프는 “지난 20년 동안 그들은 10크뤼의 위대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켄터 Decanter 또한 보졸레 누보보다 10크뤼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극적으로 향상된 품질을 바탕으로 보졸레 부흥에 성공했고 현재 새로운 에너지를 더해줄 젊은 생산자들이 성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보졸레가 내추럴 와인 혁명의 초기 실험실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자연주의 와인 양조의 아버지” 줄스 쇼베 Jules Chauvet, 내추럴 와인 운동의 선구자 마르셀 라피에르 Marcel Lapierre를 비롯해 걸출한 와인 생산자들이 오늘날 보졸레의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마르셀 라피에르가 10크뤼 중 하나, 모르공 Morgon을 이끌었다면 장-루이 뒤트레브 Jean-Louis Dutraive(이하 장-루이, 아래 사진)는 ‘보졸레의 여왕, 플뢰리 Fleurie를 대표하는 생산자이다. 마르셀 라피에르가 6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그 뒤를 이어 “보졸레 내추럴 와인의 요다”라 불리며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장-루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보졸레 내추럴 와인의 요다, Jean Louis" 글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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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장-루이와 가족들은 도멘 드 라 그랑꾸흐 Domaine de la Grand’Cour를 운영하고 있다. 장인의 섬세함과 완벽함을 갖춘 장-루이의 와인은 보졸레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믈리에는 보졸레를 좋아해

 


보졸레는 윗동네 부르고뉴와 달리 가메 Gamey 품종을 사용한다. 가메는 타닌 성분이 적고 과즙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탄산가스 침용법을 이용해 만드는 보졸레 누보는 이런 가메의 특징을 한층 더 살린 와인이다. 그러나 10크뤼를 비롯한 최근 보졸레 와인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품질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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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닌이 적고 산미는 강하며 과일과 꽃 향기가 풍부한 보졸레 와인은 대부분 음식과 단짝을 이룬다. 보졸레는 프랑스의 식도락 중심지인 리용과 가까운 덕분에 미식의 문화를 공유해왔다. 보졸레 와인과 음식을 매치하여 완벽한 사례들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소믈리에들은 보졸레 와인이 ‘진정한 음식친화와인’이란 것에 동의한다. 그래서 보졸레 와인은 파리, 뉴욕 등 대도시의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개를 오픈하자마자 기다릴 필요 없이 제 모습을 보여주는 보졸레 와인의 특징은 바로 음식과 함께 마셔야 하는 레스토랑에서 안성맞춤이다.


10크뤼의 우수한 와인들과 고품질 내추럴 와인들의 경우,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빼놓지 않고 서둘러 리스트에 올린다. 도멘 드 라 그랑꾸흐를 수입, 유통하는 제이와인의 김지혜이사는 “이 와인이 들어왔을 때 소믈리에들이 먼저 알고 주문”했다고 한다. 참고로 장-루이의 와인은 몇 해 전 해외 소믈리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고 현재 플뢰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다. 


 
도멘 드 라 그랑꾸흐의 와인에서 느껴지는 여인의 향기

 


동굴 속에 사는 것도 아닌데 몰라도 너무 몰랐다. 도멘 드 라 그랑꾸흐의 플뢰리 와인, 끌로 드 라 그랑꾸흐 Clos de la Grand’Cour(아래 사진)를 마셔보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까탈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안아주는 듯 감싸는 맛과 여운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잘 익은 풍성한 과일의 맛과 신선한 산미가 잘 어우러지고 우아한 멋을 풍긴다. 촘촘하게 잘 엮은 구조와 산미 덕분에 앞으로 5-6년은 끄덕 없을 것 같다. 함께 곁들였던 약간 매운 맛의 피자도, 와인의 여운에서 느껴지는 과일의 달콤한 맛이 쓰담쓰담 해주며 잘 넘어간다. 오리, 닭 요리, 양고기, 치즈, 햄 또는 소시지, 생선 등 매칭할 수 있는 음식의 폭이 매우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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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도멘 드 라 그랑꾸흐의 '뀌베 비에이 빈뉴 르 끌로 Cuvée Veilles Vignes Le Clos'(아래 레이블)도 함께 국내 유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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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 높은 이웃 부르고뉴 와인과 보졸레 누보에 가려져 있던 보졸레 와인은 조용히 때만 기다리며 꾸준히 단련해 온 선수와 같다. 와인 세계에 돌풍을 불러온 아름다운 와인들을 선입견에 갇혀 거부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수입_ 제이와인 (02-419-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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