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쿠나와라 Coonawarra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우아하고 구조감이 좋으며 산도와 미네랄 풍미가 대단히 풍부하다. 레이블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소믈리에들조차 보르도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170여 명의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 중 한 명인 Gillian Balance의 말이다.
 

 

 

붉은 땅, 쿠나와라 Coonawarra
 

원주민 말로 인동(덩굴식물의 일종)을 의미하는 쿠나와라는, 바로사 밸리와 함께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산지다. 바로사 밸리가 풀보디의 쉬라즈와 생기 있는 리슬링으로 유명한 반면, 쿠나와라는 구조가 좋고 농도 짙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쿠나와라에서 가장 명망 있는 포도원들은 길이 14km의 가느다란 땅에 몰려 있는데, 이곳은 테라로사Terra Rossa라 불리는 투과성 있는 붉은 토양이 석회암을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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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는 기반암석이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 지역에서 석회암의 풍화 결과 형성된 토양이다. 그 어원은 라틴어의 ‘적색’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에 넓게 분포하던 석회암 지역의 적색토양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보수력이 약해서 경지는 주로 밭으로 이용한다. 주로 여름의 고온건조한 기후조건에서 토양의 발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식의 발달은 거의 없고, 철, 알루미늄 등의 성분이 산화되고 집적되어 있다. ‘terra rossa’는 라틴어의 terra(soil)+ rossa(rose)로 ‘붉은 장밋빛 토양’의 뜻을 가지고 있다(출처_ 네이버 자연지리학사전).

 

 


망명자에서 호주 제일의 와인생산자로


1913년, 21세의 젊은 청년 Shlomo Weintraub은 전쟁으로 인한 징집을 피하고자 당시 러시아에 점령되어 있던 고향 폴란드를 떠나 호주의 멜버른으로 망명한다. 호주에 도착한 그는 이름을 Samuel Wynn으로 바꾸었는데, 우연의 일치였을까, Weintraub은 유태계 독일어로 ‘포도(또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Wynns는 ‘와인’을 가리키는 고대 영어였다. 이후 사무엘 윈은 호주에서 명망 있는 와인 상인이 되었고, 그의 아들 데이비드는 1951년에 한 유서 깊은 와이너리를 인수한 후 ‘윈즈 쿠나와라 에스테이트 Wynns Coonawarra Estate’ (이하, 윈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쿠나와라에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은 것은 1890년대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척자 존 리독John Riddoch이다. 그가 설립한 와이너리는 1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번창했다가 대공황의 여파로 최악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출구없는 터널처럼 와인산업은 오랜 침체기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1951년에 멜버른에서 와인 소매업을 하던 사무엘 윈과 그의 아들이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인수했고 와이너리의 이름을 '윈즈 쿠나와라 에스테이트’로 바꾸었다.”(
2018.10.29일자 리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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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독>

 

1982년, 윈즈는 존 리독의 이름을 붙인 플래그십 와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전체 포도 수확량의 1%, 가장 뛰어난 품질의 포도를 엄선해서 만든 이 와인은 호주에서 가장 세련되고 숙성력이 뛰어난 와인으로 평가받으며 “쿠나와라 카베르네 소비뇽의 정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현재 국내에는 유통되고 있지 않으므로 호주를 방문한다면 위시리스트에 반드시 넣도록 하자. 국내 유통 중인 윈즈 와인들은 아래에서 소개하도록 한다.

 

 


윈즈를 만드는 사람들

 


“저는 쿠나와라 카베르네 소비뇽을 사랑합니다. 특히 1960년대 윈즈에서 생산했던 와인의 스타일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요. 가벼우면서도 여리지 않고, 은은하게 오크 풍미를 드러내죠. 싱싱하게 잘 익은 과일 풍미와 낮은 알코올 도수도 매력적이에요. 한마디로, 숙성력이 좋은 세련된 와인이죠.”

 


Sue Hodder는 호주에서 손에 꼽히는 와인메이커 중 한 명이다. 펜폴즈 Penfolds 라는 굵직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던 그녀는 1993년에 윈즈에 합류했다. 그녀는 2002년에 합류한 또다른 전문가 Allen Jenkins와 함께 과거의 윈즈 스타일을 복원하는데 힘썼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 <Gourmet Traveller WINE>으로부터 ‘Winemaker of the Year’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아래 영상에서 Sue Hodder는 60번째 빈티지의 윈즈 블랙라벨에 대한 기대와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윈즈의 아이콘, 블랙라벨 Black Label

 


1954년, 윈즈의 와인메이커였던 Norm Walker는 순수하게 쿠나와라 지역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 것을 결심했다. 당시에는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여러 다른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해서 와인을 만드는 일이 잦았으며 특히 1970~1980년대에 유행처럼 번졌다. 따라서 윈즈가 ‘블랙라벨 Black Labe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100% 쿠나와라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이러한 유행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테루아 terroir라는 개념을 장착하고 탄생한 독보적인 와인이었다(아래 사진).

 

 

Wynns_BLACKLABLE.jpg

 

 

여기에 블랙 앤 화이트 톤의 모던한 레이블과 합리적인 가격은 윈즈 블랙라벨을 여러 와인들 사이에서 더 돋보이게 했다. Wine Spectator가 선정한 TOP 100에 85위로 등극한 2010 빈티지, 호주의 저명한 와인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가 96점을 부여한 2012 빈티지의 블랙라벨은 소장 가치도 꽤 높다. 국내에는 윈즈 블랙라벨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랙라벨 쉬라즈, 그 밖에도 윈즈 쿠나와라 카베르네 소비뇽과 쉬라즈 와인(아래 사진)을 와인샵,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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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와인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라면, 윈즈가 생산하는 데일리급 와인 두 가지, 사무엘 윈즈 카베르네 소비뇽 그리고 쉬라즈를 홈플러스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아래 사진). 이 두 와인은 2017년에 첫 출시되었으며 젊은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한 와인이다. 레이블에는 사무엘 윈즈의 젊은 시절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친구들 또는 가족과 함께 캐주얼하고 편하게 와인을 즐기고 싶을 때, 풍부한 과일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을 지닌 사무엘 윈즈는 당신이 찾는 바로 그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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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_ 제이와인 (02-419-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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