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페라노 에스페리엔제' 와인 글라스>
“아무데나 따라서 그냥 마시면 되는 거 아냐?”
와인을 마실 때마다 와인의 온도를 신경 쓰고 와인잔을 애지중지 다루는 와인애호가들은, 누군가 무심코 “아무데나 따라서 그냥 마시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하면 힘이 빠지고 만다. 온도를 잘 맞추고 알맞은 종류의 잔에 따라 마시면, 그 와인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기막힌 맛을 선사하는데 말이다.
알다시피 와인의 감상 포인트는 시각, 후각, 미각, 청각의 네 가지다. 와인잔의 역할은, 이 네 가지 감각을 기분 좋게 자극할 수 있도록 와인의 모든 것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다. 좋은 와인잔은 유리가 아닌 크리스탈로 만들어 와인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고, 중앙의 지표면이 넓어 와인이 산소와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돕는다(와인의 풍미는 산소와 접촉하면서 더 풍부해진다). 그리고 입술이 닿는 부분이 아주 얇아 와인이 매끄럽게 혀를 타고 흘러 들어온다. 뿐만 아니다. 좋은 와인잔으로 건배를 하면 “쨍”하는 날카로운 소리 대신 “탱~”하는 아름다운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참고로, 시중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와인잔은 와인을 담는 부분, 손잡이, 바닥의 세 부분을 각기 만든 후 붙여 만든다. 이렇게 만든 와인잔은 두껍고 무거우며 둔탁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 즉, 깨지기 쉽다. 반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수작업으로 만든 고급 와인잔은 일일이 입으로 불어 만드는 일체형이기 때문에 매우 가볍고 얇으며, 탄성이 좋아 오히려 더 튼튼하다.
국내에 유통 중인 여러 와인잔 브랜드 중에서 와인수입사 와이넬을 통해 유통 중인 ‘자페라노 Zafferano’는, 이탈리아 최대 와인 전시회 VINITALY에서 공식 시음잔으로도 활용되는 브랜드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증가율을 보여주며 소믈리에를 비롯한 와인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와인잔 하단이 물결 치는 모양으로 제작된 ‘에스페리엔제 ESPERIENZE’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이 글의 첫번째 사진), 와인잔을 흔들 때 와인과 산소의 접촉을 강화함으로써 와인의 풍미를 짧은 시간 안에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다시 말해, 에스페리엔제는 와인을 디캔팅하는 기능을 갖춘 와인잔이다.
자페라노의 또다른 와인잔 ‘울트라라이트 Ultralight’는 95-105g의 초경량을 자랑하며 최고급 와인에 최적화된 아이템이다(위 사진). 울트라라이트는 총 네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와인의 종류에 따라 아래와 같이 적용 가능하다.
울트라라이트 UL05100
빈티지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 전용 글라스로, 중앙부가 튤립 모양처럼 넓어 와인의 아로마를 극대화 시켜준다. 같은 수입사를 통해 유통 중인 ‘바타시올로 Batasiolo' 와인 브랜드 중 스푸만테(Spumante, 2013 빈티지, 미수입)를 유리로 만든 와인잔과 UL05100 울트라라이트에 따른 후 비교 시음해본 결과, 화사한 흰꽃 향, 구운 견과류 향 등이 울트라라이트에서 더 짙게 드러났다. 와인의 기포 역시 훨씬 힘차고 촘촘하게 솟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울트라라이트 UL05500
와인잔의 중앙부가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디자인되었다. 실제로, 꽃봉우리처럼 살짝 오므려진 와인잔 입구에 코를 갖다 대면 흰꽃, 미네랄 풍미를 포함한 와인의 향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시음한 와인은 ‘바타시올로 로에로 아르네이스 Batasiolo Roero Arneis’(2018 빈티지)로,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았고 출시 후 1-2년 내에 마시기 좋은 타입의 와인이다.
울트라라이트 UL07700
와인잔 중앙부가 유독 넓은 이 잔은 피노 누아나 네비올로처럼 섬세한 아로마를 지닌 레드 와인을 마실 때 적합하다(사실, 이 두 품종의 와인을 저렴한 일반 와인잔에 마시는 것은 큰 실수다). 실제로 이 잔에 ‘바타시올로 랑게 네비올로 Batasiolo Langhe Nebbiolo’(2016 빈티지)를 따라 마시면, 여전히 왕성한 타닌과 함께 장미꽃 향과 잘 익은 딸기 향이 기분 좋게 드러난다.
울트라라이트 UL08200
와인잔 중앙부의 급격한 경사각이 특징으로, 잘 숙성된 고급 레드 와인의 부케와 아로마를 풍부하게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시음한 와인은 ‘바타시올로 바롤로 보스까레토 Batasiolo Barolo Boscareto’(2009 빈티지). 잔에 담긴 와인의 중앙부는 선명한 루비빛을 띠지만, 가장자리를 살펴보면 숙성된 레드 와인 특유의 벽돌색을 관찰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감초, 다크 초콜릿, 가죽 등의 숙성된 향이 드러나다가, 20분 정도 흐르면 네비올로 품종 특유의 순수한 과일 풍미가 입안을 가득 덮으며 길게 이어진다.
수입 _ 와이넬 (02-325-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