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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을 꾸릴 때마다 더하기보다 빼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더하거나 빼기를 반복하다 보면 문득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깨닫게 된다. 스페인 와인 역사에서 루에다 최초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된 보데가스 메나데 Bodegas Menade 또한 과감하게 빼기를 선택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미래지향적인 와인’이란 당시에 없던 기술을 이용해 전혀 새로운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을 포함한 미래에 진정한 미래 지향적인 와인이란 자연을 존중하고 순수한 옛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추럴 와인은 과거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지난 7일 메나데 와인의 한국 출시를 위해 방한한 엘레노라 인퓨소 Eleonora Infuso 수출 담당자는 내추럴 와인에 관한 매나데의 철학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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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에다의 선구자에서 내추럴 와인 생산자로 


보데가스 메나데(이하 메나데)는 2005년에 설립된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는 신생 와이너리다. 설립의 주역들 마르코 Marco와 리차드 Richard, 알레한드라 Alejandra 형제(위 사진)는 6세대에 걸쳐서 와인을 만들어 왔던 산즈 Sanz 가족의 일원이다. 가족의 역사는 18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루에다 Rueda 지역에 포도밭을 구매했고 와인을 만들어 왔다. 이들의 부친 안토니오 산즈 Antonio Sanz는 루에다 지역의 토착품종인 베르데호 Verdejo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쓰면서 1970년대에 외래 품종인 소비뇽 블랑을 이 지역 최초로 들여와 재배했다. 


포도원을 관리하게 된 삼형제는 2000년부터 유기농법을 실천해, 인증을 받을 정도로 포도나무와 지력 모두 건강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수평선 끝에 다다르고 싶은 범선처럼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내추럴 와인을 향해 나아갔다. “이산화황을 쓸 필요가 있을까란 질문을 계기 삼아 진짜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스페인 최초의 베르데호를 생산했다. 그것이 바로 노쏘 Nosso 2013 이다.”라고 매나데가 내추럴 와인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매나데는 루에다와 토로 Toro에 걸쳐 약 2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베르데호, 소비뇽 블랑, 템프라니요를 재배하고 있다. 포도나무들을 1820년대에 심기 시작해서 평균 수령이 무려 40~140년에 이른다. 게다가 필록세라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일부 포도밭들이 남아 있다. 포도밭의 토양은 둥근 자갈이 표층을 이루고 모래가 섞인 점토와 석회석이 층층을 형성하고 있다. 

 

제초제는 물론 보르도 믹스(구리와 이산화 황을 함유한 살충제의 일종)를 포함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 매나데의 포도원은 그야말로 청정구역이다. 간혹 포도나무에 곰팡이가 생기면 우유에서 분리한 유청, 벤토나이트 가루, 계피를 이용해 퇴치한다. 포도나무 외에 이 지역의 고유 식물들이 40종 이상 자라고 새, 당나귀 등 가축도 키우며 포도원의 생태계를 건강하고 다양하게 유지한다. 문제해결방법 또한 자연에서 찾는데 와인을 밀봉할 때 알루미늄 호일 대신 사용하는 밀랍도 직접 양봉을 해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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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첨가, 무제거 그리고 무간섭


메나데는 토양과 품종의 고유한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배양효모 대신 야생효모를 그대로 사용한다. 포도 자체가 건강하게 잘 익었으면 배양효모, 이산화 황 모두 필요 없다는 걸 메나데는 잘 알고 있다. 발효 후 강한 산도를 누그러뜨려 부드럽게 해주는 젖산 발효를 할 때도 젖산균을 넣지 않고 자연적으로 일어나게 둔다. 와인을 병입할 때도 이산화황을 넣지 않는다. 다만 자연적으로 이산화황이 10mg/L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메나데는 가볍게 정제와 여과를 한다. 희뿌연 와인을 맑게 해줄 뿐만 아니라 와인의 안정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병마다 컨디션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벤토나이트를 사용하고 레드 와인은 중력을 이용해 부유물을 가라앉혀 걸러낸다. 


매나데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들고 ‘글루텐 프리 Gluten free’, ‘알러지 프리 Allergy free’, 정제할 때 동물성 물질을 쓰지 않은 ‘비건와인 Vegan wine’, ‘히스타민 Histamine 미함유’라는 점을 레이블에 표기하고 있다(위 두 사진). 히스타민이란 젖산발효의 부산물로, 포도의 상태와 양조장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많이 생길 수 있다. 포도와 양조장의 상태를 늘 최상으로 유지하는 메나데에서 생산하는 와인엔 히스타민이 없으며 이를 관련 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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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에다와 영원한 단짝, 베르데호 


루에다는 화이트 와인의 생산지로 완벽하다. 대륙성 기후를 띠는데 메나데의 포도밭은 해발 750-800미터에 위치한다. 이 지역의 낮 온도는 38-40도, 밤이 되면 15-16도로 극심한 일교차 때문에 포도의 자연적인 산도가 매우 우수하다. 


매나데에게 베르데호는 남다르다. 베르데호는 루에다 토착품종으로 11세기부터 재배했고 1980년대에 루에다를 공식 원산지로 인정, DO 등급을 부여했다. 메나데가 유기농 와인에 그치지 않고 내추럴 와인까지 생산하게 된 배경엔 베르데호 그리고 루에다가 존재한다. 


“메나데의 베르데호는 루에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베르데호에 비우라,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메나데는 베르데호 100%를 고집한다. 품종과 루에다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배양효모로 만든 상업적인 베르데호에선 열대과일 풍미가 많이 난다. 이는 품종 특성이라기 보다 효모의 특징에서 온 것이다. 이런 와인은 처음 마시는 사람도 좋아할 수 있지만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다. 메나데는 베르데호와 루에다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개성 없이 엇비슷한 와인들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와인을 생산하는 것, 이 지역에서 우리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단위당 수확량에서도 메나데는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루에다 와이너리에선 헥타르당 10-12톤의 포도를 수확하지만 메나데의 표준은 헥타르당 7-8톤이다. 메나데가 얼마나 품질관리에 힘쓰는지 알 수 있다. 


현재 메나데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캐나다, 미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태국, 홍콩, 일본, 대만, 싱가포르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신규 와인으로 메나데를 국내에 소개하는 나라셀라는 4종의 화이트 와인 베르데호, 노쏘, 라 마시온, 소브레 내추럴과 레드 와인 클렌데스티노 그리고 스위트 와인 소비뇽 돌체를 선보이고 있다. 
 

 

006.jpg노쏘 2018

Nosso 2018


스페인 최초로 이산화황을 넣지 않고 만든 베르데호 100% 와인이다. 노쏘는 ‘no sulpur’란 의미지만 라틴어로는 ‘우리의 일부’란 뜻도 갖고 있다. 맛과 향 모두 순수하고 깨끗해서 맑은 유리로 만든 조약돌 같은 와인이다. 레몬, 라임, 꽃 향기가 선명하고 뒤이어 미네랄과 빵의 향이 이어진다. 입 안에서 부드러운 질감과 중간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지고 산미가 잘 살아 있어 여러 음식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일부러 내추럴 와인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전혀 눈치챌 수 없을 것 같은 와인인 동시에 적당한 가격으로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임에도 10년 남짓한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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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미시온 2016

La Mision 2016


140년 수령의 포도나무가 자라는, 필록세라 발발 이전의 포도밭에서 나온 베르데호로 만든 와인이다. 극단적인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라 할 수 있는 헥타르당 1톤의 포도를 수확해 올드 바인의 풍미를 집약했다. 500리터 오크통과 메나데 포도원의 진흙으로 만든 암포라에서 약 11개월 동안 숙성한 후 병입하고, 출시 전 2년 정도 안정화를 거친다. 오랜 수령의 포도 나무에서 오는 복합성과 깊이감에 압도될 지경이다. 다양한 허브와 강하지 않은 과일, 오크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레몬 파이, 사과, 미네랄의 맛도 나고 잘 정돈된 산미는 튀지 않고 얌전하다. 또한 우아하며 실크처럼 매끄럽게 넘어가는 질감에 감탄하게 된다. 참석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엄지척을 하게 했던 와인.
 

 

008.jpg소브레내추럴 2015

Sobrenatural 2015


“과거를 소환하는 와인”이라고 소개한 와인으로 베르데호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70년대 이전 루에다에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포트와인처럼 주정강화를 해서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절의 컨셉트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는데 베르데호의 다재다능한 특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쥐라의 뱅존, 피노 셰리의 느낌과 비슷하다. 1500리터의 큰 오크통에서 3년 동안 플로르(flor, 와인의 표면에 아주 얇게 형성된 살아있는 효모의 막)가 떠 있는 상태로 숙성한다. 플로르는 와인이 과산화되는 것을 막고 독특한 맛을 만들어준다. 병입해서 6개월 동안 안정화를 거친 후 출시한다. 구운 사과, 커스터드, 견과류, 블랙티, 미네랄의 향미가 느껴진다. 입 안에서도 복합성이 뛰어나고 마실수록 매력적인 와인이다. 생산량은 3000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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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랜데스티노 2017

Clandestino 2017


총을 레이블 디자인에 사용한 이유는 “메나데가 스페인의 와인규정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분투를 표현한 것이다. 노쏘의 첫 빈티지가 나왔을 때 루에다 DO 규정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테이블 와인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품질을 중시하는 메나데는 설령 DO 등급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랜데스티노는 알코올과 오크 풍미, 힘이 넘치는 일반적인 토로 와인과 정반대의 선상에 있다. 메나데의 유일한 레드 와인, 클랜데스티노는 필록세라의 침입을 피한 포도밭에서 자라는 110-12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신선한 과즙과 산미가 잘 살아 있는데 과일 풍미를 강조하고 싶어 오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체리, 후추, 템프라니요 특유의 흙 향이 난다.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꽃 향기가 오래 남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010.jpg소비뇽 돌체

Sauvignon Dulce


메나데는 의외의 행보를 즐긴다. 남들이 모두 소비뇽 블랑으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메나데는 스위트 와인을 만든다. 수확을 늦춰 포도의 천연 당도를 높인 후 발효를 시작한다. 당도가 리터당 30-38브릭스가 되었을 때 발효온도를 낮춰 서서히 발효를 중단시킨다. 이 와인의 잔당은 리터당 31브릭스이다. 패션 후르츠, 구아바 같은 열대 과일의 향이 잘 드러난다. 산미가 신선하게 유지되어 달콤한 맛이 부드럽고 과하지 않다.  

 

 

수입 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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