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뭐냐고 물으면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눈보라처럼 몰아치는 ‘겨울’의 선율은, 마치 심폐소생술이라도 한 것처럼, 멈춘 것 같았던 심장을 펄떡펄떡 뛰게 만든다. 때로는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잔잔한 선율에서 “그래도 봄은 온다”고 속삭이며 언 손을 녹여주는 온기가 느껴진다. 올 겨울, <사계>의 ‘겨울’을 들으며 와인 한잔 하고 싶을 때 이 와인의 마개를 열어보자. ‘겨울’과 이 와인은 닮아도 너무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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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 북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알프스 산은 이 지역의 와인 생산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위 사진). 한겨울에 내린 눈은 포도나무에 병충해가 생길 여지를 주지 않고, 눈이 녹으면 토양에 스며들어 있다가 필요할 때 포도나무에 수분을 제공한다. 한여름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열기도 알프스 산이 식혀준다. 다시 말해, 피에몬테는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고, 이곳의 와인 생산자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와인을 만들어왔다. 비에티Vietti도 마찬가지다.

 

흔히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의 부르고뉴”라고들 한다. 피노 누아라는 단일 품종 와인으로 명성이 높은 부르고뉴처럼, 피에몬테는 네비올로라는 단일 품종의 와인(바롤로, 바르바레스코)으로 명성이 높다. 단일 품종을 사용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양조장의 규모, 토양, 양조 방식 등에서도 이 둘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 자기집 정원을 가꾸듯 포도나무를 보살피는 양조가들의 태도도 비슷하다.

 

 

“7월 즈음 포도송이의 3분의 2를 솎아냅니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 서너 송이만 남겨 놓고요. 이것이 비에티 와인의 풍미가 짙고 품질이 높은 이유입니다.”
 

비에티의 오너 겸 와인메이커, 루카 쿠라도 비에티 씨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양의 와인을 만드는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매년 최고의 품질을 보여주는 와인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자 고집이다. 비에티의 모든 바롤로 와인을 15개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네비올로로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롤로에는 총 172개의 크뤼(cru) 포도밭이 있는데 그 중 20개가 그랑크뤼급이며 40개가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된다.

 

 

Vietti Barolo Cru Ravera.jpg

 

 

비에티의 크뤼 바롤로는 와인수집가들이 소장하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명품 와인에 속한다. 특히 연간 생산량이 5천병 안팎인 ‘라베라 Ravera’ 와인(위 사진)은 타닌이 짙고 부드러우며 장미꽃, 담뱃잎, 가죽, 향신료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낸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걷히고 장미 에센스만 남은 것처럼 순수함을 드러내는데, 가히 바롤로 와인의 최고봉이라 불릴 만하다. 어떻게 이런 와인을 만드는 것일까.

 

 

“재료가 좋으면 어떤 요리든 맛있습니다. 저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포도 나무를 가꾸는 농부일 뿐이에요. 품질 미달의 포도에서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마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눈을 감고 라베라의 향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알프스 산을 뒤로 하고 펼쳐진 눈 덮인 포도밭, 날카롭고 선명한 네비올로의 타닌, 몸을 덥히는 따듯한 알코올 기운, 때론 강렬하게 때론 잔잔하게 발산되는 네비올로의 풍미가 뒤엉켜 끝 모를 황홀감을 선사한다. 때맞춰 어디선가 ‘겨울’이 들려온다면 오감만족이 따로 없을 것이다.

 

 

Vietti.jpg<비에티의 바르베라, 아르네이스, 모스카토 와인>

 

 

피에몬테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평범한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바르베라, 모스카토, 아르네이스 같은 품종도 비에티에서는 네비올로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네비올로를 재배할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비에티의 바르베라 와인은 강렬한 체리향이 기분 좋게 후각을 자극하고, 적당한 산도와 타닌, 매끄러운 질감 덕분에 마시기가 매우 편하다. 바르베라는 이탈리아에서 식사와 함께 가장 많이 즐기는 와인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유독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많다. 이탈리아 요리에 곁들일 적당한 가격의 맛있는 와인을 원한다면 와인 리스트에서 바르베라를 찾아보라.
 
비에티가 만드는 두 종류의 화이트 와인, 아르네이스Arneis와 모스카토Moscato는 여성 와인애호가와 젊은 와인 소비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다. 실제로 아르네이스의 경우, 현재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피노 그리처럼 너무 가볍지도, 오크통에서 숙성한 화이트와인처럼 너무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바디감, 향기로운 아로마와 미네랄 풍미, 부드러운 질감과 완만한 산도 등이 인기의 비결이다. 참고로, 비에티 가문은 50년 전 사라질 뻔한 아르네이스 품종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비에티의 아르네이스가 성공을 거두자, 여기저기서 비에티의 포도나무 묘목을 가져가서 심었다고 한다.

 

피에몬테 와인에 대한 설명이 모스카토에 이르자 쿠라도 씨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하다. 90년대 이후 불어온 모스카토 광풍은 와인의 대량생산을 초래했고, 이 때문에 피에몬테의 또다른 보석 중 하나인 모스카토가 저렴하고 평범한 와인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생산자들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포도가 채 익기도 전에 수확해서, 수분을 제거하거나 설탕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이렇게 대량생산된 모스카토 와인은 걸쭉하고 찐득한 단맛을 낸다. 하지만 비에티에서는 다른 와인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포도송이를 솎아내고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수분을 일부러 제거하거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포도의 천연적인 단맛이 유지된다. 비에티의 모스카토 와인을 입 안에 머금고 있으면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달콤함이 느껴지고, 뒷맛 또한 깔끔하다.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더라도, 간혹 명품을 입고 싶을 때가 있죠. 비에티의 아르네이스와 모스카토는 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와인 양조가의 열정적인 설명과 몸짓은, 때로는 듣는 사람의 정신을 고양시키기기도 한다. 위 영상은 쿠라도 씨가 피에몬테의 대표 품종 중 하나인 모스카토 와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다.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만든 “real moscato”를 단 한번이라도 꼭 맛보라며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연상시킨다. 이 글에서 비에티의 설립과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보는 “Crazy American이라 불리던 남자, 그리고 바롤로 크뤼의 탄생”이라는 이전 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비에티 수입처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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