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즈 쿠나와라.jpg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근무하는 소믈리에의 역할은 막중하다. 수십 년간 잠자고 있던 위대한 올드 빈티지 와인을 오픈할 때, 파워플한 와인에 숨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할 때,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고요하기만 한 고가의 와인을 핸들링 할 때 등. 마개를 연 후 3시간 이후에 마셔야 할지 5시간 이후에 마셔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이런 상황들을 이미 경험한 숙련된 인력의 스킬은 힘을 발한다. 물론 이들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드문 일이며 업장에서 와인을 마실 때는 집에서는 영 맛이 나지 않던 기본급의 와인도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레스토랑에서는 마개를 열었을 때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와인들이 판매하기도 쉽고 구매하는 쪽에도 부담이 없다. 이런 관점이라면 호주 쿠나와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윈즈(Wynns)는 우아한 공간에도, 다소 정신이 없는 고깃집의 와인 리스트에도 합격이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코를 가까이 가져가기도 전에 미네랄 풍미와 블랙베리 아로마가 얇은 줄기를 따라 잔에서 뛰쳐나오니, 그냥 합격이 아닌 특차 합격점을 주고 싶다. 뿐만 아니다. 잔에 손을 대기도 전에 와인의 풍미가 공간을 가득 채워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로마의 향연이 펼쳐진다.

 


쿠나와라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윈즈 Wynns

 

 

wynns_coonawara.jpg

 


호주 쿠나와라 지역을 대표하는 윈즈 와이너리는 이 모든 것을 독특한 떼루아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약 60만 년 전 쿠나와라는 제 12기 빙하기에 속해 있었다. 각각의 빙하기는 새로운 해안선을 형성하면서 사토(sandstone) 위에 석회암 능선을 형성했는데 쿠나와라도 그중 하나다. 이후 가벼운 점토질이 바람에 날린 토사에 석회암에서 빗물에 의해 추출된 칼슘이 혼합되어, 햇빛을 받아 산화되거나 철분 성분과 합쳐져 붉은색이 선명한 푸석푸석한 흙이 덮였다. 이것이 바로 핑크빛 흙을 의미하는 테라로사(terrarosa, 아래 사진)다.

 

 

테라로사.jpg

 


지표면에서 40~50cm 밑에는 배수가 잘되는 석회암층이 자리하며 약 2m 아래로는 지하수가 안정적으로 흐른다. 이는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물을 잘 흡수하는 동시에, 배수가 좋은 석회암 위를 테라로사가 잘 덮고 있어 보다 알찬 포도송이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러한 환경은 와인의 농도와도 직결된다. 포도 재배에 있어 유토피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쿠나와라는 좋은 토양 조건뿐 아니라 호주 남쪽으로 내려와 있는 지리적 위치로 타 지역에 비해 서늘하다. 또한 해안에서 가까워 여름내내 남극해류와 편서풍이 불어와 온도 유지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를 먼저 알아보고 1800년대 후반부터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해 호주를 넘어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들어 낸 곳이 바로 윈즈 와이너리다. 1950년대 데이비드 윈즈(David Wynns)는 와이너리를 매입해 자신의 이름을 붙여 오늘날의 윈즈 와이너리의 틀을 만들었으며, 이는 장기 숙성용 쿠나와라 까베네 소비뇽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윈즈.jpg

 

 

 

윈즈 쿠나와라 까베네 소비뇽

Wynns Coonawarra Cabernet Sauvignon 

(위 왼쪽 사진)

 


호주 전역이 그렇듯 쿠나와라의 대표 품종은 원래 쉬라즈였다. 하지만 1960년대 초부터 까베네 소비뇽 재배가 이상적인 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오늘날에는 무려 60%에 달하는 지역에서 생산된다. 윈즈 쿠나와라 까버네 소비뇽은 까베네 소비뇽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라벤더와 같은 화사한 허브 아로마와 까시스, 잘 익은 검은 체리, 자두 등의 아로마를 필두로 입맛을 다시게 하는 상쾌한 산도가 있어 식사에 곁들이기도 제격이며 13%대의 알코올 도수도 부담스럽지 않다. 매끄럽고 존재감 있는 타닌감과 약간의 숙성된 체더치즈, 흙내음을 후미에 남긴다. 

 


윈즈 쿠나와라 쉬라즈

Wynns Coonawarra Shiraz

(위 오른쪽 사진)

 


후추, 넛맥과 같은 향신료, 잘 익은 블랙 베리, 루바브 등의 과실향과 감초의 아로마가 다채롭게 느껴진다. 힘이 좋으면서도 결이 고운 타닌감으로 우아한 질감을 선사하며 마른 월계수 잎을 떠오르게 하는 후미를 남긴다. 스테이크나 체더, 파르마산과 같은 경성 치즈는 물론이며 족발이나 갈비찜과 같은 한식에도 잘 어울린다. 

 

 

문의 _ 제이와인 (02-419-7443)

 

 

양진원.jpg

 

 

글_ 양진원 < 와인칼럼니스트·프리랜서 와인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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