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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는 누군가의 도움 없인 걸을 수 없다.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면서 드디어 아기 스스로 걷기 시작하면 새로운 페이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칠레 고품질 와인의 프런티어, 몬테스Montes의 후광에 힘입어 성장의 궤도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카이켄Kaiken은 2018년부터 독자적인 행보를 선언, 제 힘으로 뛰기 시작했다. 
 

폭염의 기세가 여전한 8월 중순, 현재 카이켄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나라셀라의 주최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카이켄의 수출 담당자, 토마스 마르코네티Tomas Marconetti는 카이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몬테스의 새로운 프로젝트
 

 

“솔직히 부럽고 얄미웠다.”
 

지난 2016년에 방한한 몬테스 와인의 회장이자 수석 와인메이커인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는 아르헨티나의 테루아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와인생산자의 까다로운 안목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01년 몬테스는 칠레를 벗어나 새로운 성공의 역사를 쓸 개척지를 물색 중이었다. 호주,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많은 후보지 중 앞서 언급했듯이 마음에 쏙 들었던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za 지역을 선택했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카이켄 와이너리를 2002년에 인수한 몬테스 부자는 아르헨티나의 놀라운 테루아에 몬테스의 양조기술과 노하우를 이식하여 안데스 산맥을 넘나들며 와인을 생산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사는 남미의 야생 거위, ‘카이켄’을 와이너리 이름으로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이켄의 남다른 배경을 담은 절묘한 네이밍의 예라고나 할까.
 

아르헨티나는 남미 대륙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나라다. “칠레와 완전히 다른 테루아 때문에 몬테스에게 와인생산이란 도전 그 자체”라며 토마스 마르코네티는 아르헨티나의 남다른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002.jpg<포도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안데스 산맥>

 

 

첫째, 태평양의 영향으로 습하고 서늘한 칠레와 달리 아르헨티나는 사막처럼 건조하다. 연 평균 강수량이 200~250mm밖에 되지 않고 연 평균 습도도 30% 수준이다. 게다가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지속되어 강렬한 햇볕이 풍부하다. 이렇게 바짝 마른 날씨덕분에 사실상 아르헨티나의 포도밭들은 각종 곰팡이 균에서 자유로워 농약이 필요 없다. 말 안 해도 유기농이 기본이다. 


둘째, 더운 여름 칠레는 건조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경우 안데스 산에서 내려오는 빙하가 녹은 물의 영향으로 건조함이 덜해진다. 그리고 사막이 되어버렸을 땅에 물을 공급함으로써 포도원들이 번성하게 되었다. 이곳의 관개방법은 기존의 방법과 달리 물을 그대로 포도밭에 범람시켜 흥건하게 만든다. 토양 깊숙이 푹 젖어 들어가 포도나무에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셋째, 900~1000m에 달하는 해발고도이다. 태평양 연안과 인접한 칠레의 주요 와인생산지는 고도가 낮은 반면에 아르헨티나의 주요 와인생산지인 안데스 산맥의 구릉지대는 해발 1,494m로 세계에서 고지대의 와인생산지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태양 가득한’ 파워풀한 와인이란 특징을 갖게 되었다. 

 


멘도사 지역에 위치한 자가 소유의 포도밭


카이켄은 아르헨티나 와인산업의 핵심 지역, 멘도사Mendoza에 3개의 포도밭(레드 와인용), 북쪽의 살타Salta에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포도밭과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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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탈바

 

카이켄 와이너리가 있는 곳이다. 해발 1,050m에 조성된 포도밭으로 1910년대에 만들어졌다. 17헥타르로 점토에 모래, 둥근 자갈이 많이 섞여 물 빠짐이 좋다. 와인의 견고한 뼈대를 구성하기 위해 비스탈라의 포도를 이용하고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 마이Mai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공식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유기농은 물론 일부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생물의 다양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양, 닭, 오리 등을 함께 기르고 있다(위 사진). 

 


아그렐로

 

카이켄의 포도밭은 해발 950m에 위치한다. 비스탈바에 비해 점토의 비율이 높고 양분이 많아 여러 종의 포도나무들을 재배한다. 총 70헥타르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비스탈바의 경우 헥타르당 5톤이지만 아그렐로에선 10톤에 달한다. 아그렐로의 포도는 와인에 과일 풍미와 우아한 특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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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타 플로레스

 

멘도사에서도 늦게 개발된 우코 밸리에 위치하고 있다. 돌이 많은 지역(위 사진)으로 안데스 산맥이 형성되기 전엔 태평양의 일부였다. 그 영향으로 이곳의 와인은 미네랄리티와 신선함이 풍부하다. 포도밭의 해발고도는 1,350m로 다른 포도밭에 비해 높다. 15헥타르의 포도밭을 만들 때 돌이 얼마나 많던지 무려 트럭 200대에 나눠 옮겨야 할 정도였다. 카이켄 와인 중 울트라 레인지를 만들 때 주로 여기의 포도를 사용한다. 

 


현재 카이켄은 5개 레인지로 나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아이콘 와인 마이Mai, 아르헨티나에서 인기 높은 스파클링 와인 브룻Brut, 프리미엄 와인 시리즈 울트라Ultra, 아르헨티나 테루아를 잘 표현한 와인 시리즈 테루아Terrior, 가성비 뛰어난 기본급 와인 클래식Classic 이다. 2002년에 몬테스의 형제 와이너리로 시작한 카이켄은 60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연 평균 5%씩 성장하면서 순항 중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몬테스와 함께 한 카이켄보다 앞으로 아르헨티나의 대표 선수, 카이켄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와인 전문 기자의

카이켄 Kaiken 시음 노트


 

kaiken_카이켄.JPG

>좌측부터 토론테스, 울트라 말벡 2004, 2007, 2015 그리고 마이>

 

 

카이켄 테루아 시리즈 토론테스 2018

Kaiken Terrior Series Torrontes 2018


“토론테스는 뮈스카 오브 알렉산드리아와 유전적으로 닮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자생한 포도”라고 토마스 마르코네티는 소개했다. 이 토론테스는 멘도사가 아닌 북쪽 살타Salta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드는데 멘도사까지 무려 1,300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양조까지 끝마친다. 살타의 포도밭은 대략 해발 2,500m에 있어 화이트 와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신선미를 유지한다. 달콤한 꽃과 열대 과일, 감귤의 향이 나면서 산미가 잘 살아 있고 신선하다. 입 안에서 질감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된다. 토마스 마르코네티는 이 와인이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며 카레를 예로 들었다. 떡볶이, 매운 닭꼬치, 김치전 등 우리의 매운 음식과도 매칭해도 좋을 듯싶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2004 / 2007 / 2015

Kaiken Ultra Malbec 2004 / 2007 / 2015


멘도사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는 말벡임은 분명하고 원산지인 보르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멘도사의 말벡은 보르도의 말벡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조감과 농밀함을 자랑한다. 울트라 말벡은 “철저하게 음식과 함께 즐기는 와인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2004, 2007, 2015 버티컬 테이스팅을 통해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다.

 

울트라 말벡의 두 번째 빈티지인 2004(몬테스의 이미지가 함께 한 레이블)는 잘 익은 대추와 감초의 향미가 나고 강건한 구조감이 느껴진다. 2007의 경우, 담배와 가죽, 자두의 맛이 나며 입 안에서의 감촉은 부드럽고 따스하다. 두 빈티지 모두 10년이 넘었지만 앞으로 5년은 끄덕 없을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2015는 앞의 와인들보다 과일 향미가 풍부하고 바닐라, 말린 베리를 넣은 초콜릿의 맛이 난다. 


소고기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에서 말벡의 인기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소고기 스테이크가 햄버거보다 싸고 700g 심지어 1kg 스테이크를 레스토랑에서 파는 나라에서 와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거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고기에 먹는 유일한 야채는 말벡이라 말한다.”는 토마스 마르코네티의 이야기에서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고기와 와인 사랑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울트라 말벡의 숙성 스타일이 변하게 되었다. 2004, 2007은 12개월 동안 100% 오크에서 숙성했다. 1~2년 된 중고 오크를 혼용하긴 했지만 구조감과 풀 바디 스타일을 추구하는 설립자 아우렐리오 몬테스의 의지가 반영되었던 것 같다. 2015년 기점으로 오크 숙성기간은 동일하지만 그 양은 변했다. 2005은 오크 90%, 스테인레스 10%로 숙성했고 현재는 오크 50%, 스테인레스 50%로 오크 비율을 줄여 신선하고 날카로운 스타일로 변모했다. 최근 과일 풍미를 살리는 와인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카이켄 마이 2016

Kaiken Mai 2016


‘첫 번째first’란 의미를 가진 마이는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이다. 오랫동안 테루아를 분석하고 실험과 연구를 거듭하여 2007 첫 빈티지를 선보였다. 주로 비스탈바의 자가 포도밭에서 생산된 말벡 100%로 만든다. 특히 수령이 100년 이상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포함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헥타르당 1.5톤에 불과하다. 18개월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숙성 후 24개월동안 병 숙성을 한다. 말벡의 최대치를 끌어올린 와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농축된 풍미가 화려하고 입 안에서 무게감이 상당하며 벨벳처럼 감촉이 부드럽다. 길고 힘 있게 이어지는 여운에서 이 와인의 오랜 숙성 잠재력을 가늠하게 된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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