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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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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Rosèxpo가 열린 Convitto Palmieri 건물. 예전에는 성프란체스코 수도회 기숙학교, 현재는 레체 시립도서관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로제와인이 어울리는 목마른 여름철이다. 핑크빛으로 물든 잔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왜  또  로제와인이지?’ 하고 자문해본다. ‘시원함을 원하면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이어야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비집고 올라온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배타성, 화이트도 레드도 아닌 중성적 개성, 여름에 특히 당기는 선택적 맛은  선뜻 로제와인을 집어 드는 걸 주저하게 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지구촌을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로제와인 붐은 로제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해소된 데 있다. 로제와인이 하나의 와인타입으로 자리잡는데 결격 사유로 여겨지던 유니섹스적인 면이  로제의 매력으로 비쳐지는 시각 전환이 있었다. 또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여름철에만 마시던 메뚜기 로제 와인이 시간의 벽을 넘어서 데일리 와인으로 정착하는데 기여한 점도 빠질수 없다.


6월 22~23일 양일간 레체(Lecce,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에 속함)에서 열린 로제 엑스포((Rosèxpo)는, 이탈리아산 로제 와인에 대한 관심 상승과  모처럼의  긍정 모드를 시장점유율 향상의 적기로 삼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나와서 관심을 모았다.

 


이탈리아 최대의 로제와인 축제,

로제엑스포Rosèx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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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개최지가 로마나 밀라노가 아니라  왜  레체일까? 레체는 부츠 형태의 이탈리아 반도에서 굽 부분인 살렌토 반도에 위치한다. 살렌토 반도는 ‘이탈리아  6대 로제와인 산지’중 하나이며 오래전부터 로제 와인을 레드와인 마시듯 하던 곳이다. DeGusto 네그로 아마로 와인 협회(협회장 Ilaria Donateo)가  네그로 아마로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의 홍보를 펼치기 위해 개최한 것이Rosèxpo의 시작이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엑스포는 참여사가  매년 늘어나 로제 와인 관련행사로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에 이르게 되었다. 엑스포 기간에는 마스터클래스, 각종 토크쇼, 콘서트, 워크 어라운드 테이스팅, 사진전, BTo Press(저널리스트와 생산자 간의 맨투맨 테이스팅)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로제 와인의 빈이탤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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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Rosèxpo 기간에는 로제와인 프로모션을 위한  토크 쇼(위)와 시음회(아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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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부대행사 중 “거대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들이 로제 와인에 투자한다” 란 제목의 토크쇼는 이탈리아 로제 와인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이탈리아는  5위 안에 드는 세계최대 로제와인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지만(2016년 OIV와 France Agrimer통계 참고 )  자국 내 로제 소비량은 4.5%에 그쳐 세계 평균 10%에 훨씬 못 미친다. 판매되는 와인  10병 당  3병이  로제 와인인 프랑스에도 한참 뒤진다. 시점을 한국 로제 와인 시장으로 돌리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와인 총소비량 중 로제 와인 소비량은  0.2%이다(출처_ IWSR(International Wine & Spirits Trend)). 수치는  낮지만  소비 상승 무드를 타고 있어 한국 로제 시장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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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èxpo기간 많은 관심을 끌었던 패션과 로제와인의 만남>

 


미래의 전망이야  어떻든  두 나라에서 로제 와인의 갈 길이 먼 건 확실하다. 한국은 로제 와인을 수입하는 입장이고 이탈리아는 파는 입장이기 때문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라를 불문하고 와인 수입사나  HO.RE.CA종사자들은  와인판매를 늘려 수익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병상련 관계다. 로제 와인 최대 생산국의 이면에 가려진 로제 와인 소비 빈국이란 딜레마에 빠진 이탈리아. 밀레니얼 세대가 구원군으로 나설 거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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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시랜드 재즈 밴드의 BeDixie 공연>

 


프랑스 다음으로 로제 와인을 많이 마시는 미국의 경우,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이 로제 와인 소비의 VIP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로제 와인을 주로 마시는 때는 아페리티프 타임이다.  이탈리아 와인 관계자들은 5년 후면  미국인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이탈리아인들이 현재보다 로제와인을 더 많이 마실 거라 예측한다. Wine News지 조사에 따르면 최근 70%의  이탈리아인들이 로제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다 했고 연령으로 보면 30~44 연령대가 72%, 45~55세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67%다.


스페인  Advisium Group은,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와인과 고농도 알코올(스피릿) 소비량의 50%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로제를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로 easy to drink 를 들었다. 즉,  화이트나 레드와인에 비해 사전지식이 없어도  금방, 쉽게 좋아할 수 있고  떠들썩한 모임에 어울린다는 점이  밀레니얼 세대가 로제 와인을 인식하는 코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 밀레니얼 세대를  이탈리아 로제 와인 고객으로 잡아두기 위한   10계명이 발표되어 이목을  끌었다.  영국 잡지 The Drinks Business에  ‘ Y 세대를 유혹’ 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다음과 같다.

 

 

1. 목표를 높게 가져라. 밀레니얼 세대는 비싼 알코올 마시거나 구입하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2.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문제에 민감하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지속 가능한 영농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책임감 있는  와이너리임을 알려라(예를 들면 CRS: corporate social responsa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3. 경험하게 하라. 밀레니얼 세대는 축제, 경연대회, 이벤트에 참여하는 걸 좋아한다.

4. 새로운 스타일, 장르, 맛 등을 결합해 상품을 알려라.
5.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임을 확인하려 든다.

6. 그들은 독창적인 것에 탐닉한다. 콘트라스를 활용하라.  아름다움과 추함, 흑백, 전통과 유행의 대비 등 모든 것을 동원하라. 
7.첨단기술을 이용하라. 밀레니얼의 삶은 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8. 밀레니얼 세대는 가슴에 야망을 품었다. 와인이 그 욕망의 출구가 되도록 하라.
9. 광고할 내용을 잘 파악하라. 밀레니얼 세대는 글보다는 이미지에 열광한다.
10.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알려줘라.

 

이탈리아 로제 와인 품질의 표준,

Rosautoctono 협회
 

 

6.jpg< 네그로 아마로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들>

 


최근 6대 로제와인 컨소시엄이 Rosautoctono(토착품종 로제 와인 협회) 협회를 결성했다. 협회는 개별  와인 컨소시엄 이나 개인  차원으로 이루어지던  로제 와인  품질개선 노력을 컨소시엄간  네트워크로 끌어들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품질향상 외에 결성 동기는, 샤르마 방식 스파클링  와인의 거인인  프로세코DOC 컨소시엄(2018년에만 4억6600만병생산)이③ 로제 와인 시장에  뛰어들 거란  발표에  위기감을 느낀 로제 와인 컨소시엄의 초강수란 후문도 있다. 후문이야 어떻든  프로세코 로제의 등장에 대한 협회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프로세코가 로제 와인 시장에 뛰어들면 이탈리아 로제 와인의  위상이 높아지는 부수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Rosautoctono협회가  회원들에게 권고하는 로제 와인 품질 향상을 위한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토착 레드 품종만 사용, 로제 와인용 포도밭을 별도로 지정,  세녜 방식(Saignèe, 침용 중인 레드와인에서  포도즙 일부를 빼낸 후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양조)을 자제하고 중단기 침용으로 로제 와인의 청량감을  부각시킨다. 

 

 

[주]
①이탈리아  6대 로제 와인 산지: 크게 북부 이탈리아 가르다 호수 연안과 남이탈리아로 구분된다. 가르다 호수  좌안에는 Valtenesi Chiaretto,  우안에는 Chiaretto Bardolino 가 있다. 남이탈리아로 내려오면 풀리아주 살렌토 반도에 Salice Salentino, Castel del Monte,  아브루조의 Cerasuolo d’Abruzzo, 칼라브리아의 Ciro’가 있다. 모두 DOC등급에 오른 로제 와인이며  토착 레드 품종으로 만든다.


②2016년도 OIV와  France Agrimer 자료를 종합해서 이탈리아 와인 통계협회인  I numeri del Vino에서 낸 <
세계 로제 와인 동향>


_ 세계 로제 와인 생산량은 2400만 헥토리터이며  프랑스는 29%인  660만 헥토리터 , 스페인은 18%인 430만 헥토리터,  미국은 16%인 360만 헥토리터, 이탈리아는  10%인 240만 헥토리터를 각각 생산한다.

_ 로제와인 3대 소비국:  프랑스(36%) > 미국(15%) > 독일(7%) 
_ 로제와인 3대 수출국: 스페인(42%) > 이탈리아(16%) > 프랑스(14%)


③프로세코 DOC의 새 타입으로, 정식명칭은 Prosecco Spumante Rosè Millesimato 이다. 빈티지 프로세코이며 글레라와 피노누아 품종(최대 15%)를 블랜딩 한다, Brut Nature 과 Extra Dry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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