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 와인’ 하나쯤은 추억으로 품고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특정 와인이 되었든 어디선가 우연히 마신 이름 없는 와인이 되었든, 당시를 떠올리면 아련하면서도 기분 좋은 행복회로가 가동된다. 주변의 와인애호가들 중에는 리슬링 Riesling 품종의 와인을 접한 후 와인의 세계에 발을 디딘, 또는 더 깊이 빠져든 이들이 꽤 있다. 실제로 리슬링은 거부하기 힘들만큼 강렬한 개성과 고상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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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슬링은 잘 익은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과일 풍미,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산미, 길고 기분 좋게 이어지는 여운, 여기에 놀랄 만큼 긴 숙성 잠재력까지 갖춘 귀족적인 와인을 만든다. 드라이한 리슬링 와인의 경우, 향기롭고 표현력이 강하고 우아하며 부싯돌과 훈연 향을 풍긴다. 또한 산도와 과일 풍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덕분에 화이트 와인 중 생명력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오늘날 가장 고급스런 리슬링 와인 산지를 꼽으라면 프랑스의 알자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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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는 옛이야기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모습을 갖춘 아주 매력적인 와인 산지다. 포도밭은 햇빛이 잘 들고, 목골 구조의 가옥들은 어느 곳이나 창가에 화분으로 멋지게 장식해 놓았으며, 수 세기 역사를 간직한 110여 개 마을은 깔끔하다. 이들은 모두 보주 산맥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알자스의 와인생산자들은 일부러 특정한 풍미를 내는 와인을 만들기보다는, 그들의 땅과 품종 고유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품종 자체의 개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블렌딩이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높이 평가받는 와인을 보면 대부분 레이블에 표기된 품종을 100%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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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는 프랑스에 속해 있지만 언어, 음식, 관습 등 여러 면에서 독자적인 지역이다. 특히 미식(美食) 부문에서는, 이 작은 지역에 미슐랭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이 31개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런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미식을 위한 와인으로 손색이 없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세계적인 소믈리에를 비롯한 수많은 와인전문가들이 알자스의 와인을 대표적인 음식친화형 와인으로 꼽는다. 뿐만 아니다. 아시아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 리스트에도 알자스의 화이트와인이 항상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1836년에 로렌츠 가문이 설립한 ‘구스타브 로렌츠Gustave Lorentz’의 와인 역시, 알자스나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곧잘 찾아볼 수 있는 와인이다. 로렌츠 가문은 처음부터 음식에 곁들이기 좋은 와인을 만든다는 신조에 따라 와인을 생산해 왔으며, 이들의 와인은 균형이 잘 잡혀 있고 맛이 깔끔하며 신선한 과일 풍미와 산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스타브 로렌츠는 연간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60여 개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데, 최근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도 유통되기 시작했다. 위 사진은 구스타브 로렌츠의 5대 경영자인 찰스 로렌츠와 그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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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에서 가장 고급 품종인 리슬링으로 만든 와인은 대개 아주 드라이하고 표현이 대담하며, 마치 코팅하듯이 입 안을 휘감는 부싯돌, 미네랄 풍미에 복숭아, 설익은 자두, 라임 같은 감귤류의 향이 감돈다. 숙성 초기에는 단단하고 견고하지만 2-3년쯤 지나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10년 이상 숙성시키면 잘 익은 과일의 농후함과 석유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점성과 풍미를 발산한다.


위 사진은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뀌베 파티큘리에 Gustave Lorentz Riesling Cuvee Particuliere’. 한마디로 매끈하게 잘 빠진 와인이다. 게다가 매우 깔끔하다. 참치, 연어, 방어 같은 기름진 생선류에서부터 닭고기, 돼지고기 요리, 매콤한 양념의 요리까지 모두 소화해낼 만능 와인이다. 이 가격대로 이런 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소비자가격 6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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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로렌츠는 2000년부터 와이너리가 소유한 그랑 크뤼 포도밭과 베르그하임의 모든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오늘날 알자스 유기농 와인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였다. 구스타브 로렌츠 와인은 유명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항공사 기내 와인으로도 수차례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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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의 와인을 말할 때 리슬링 외에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품종이 있다. 바로 게뷔르츠트라미너 Gewurztraminer다. 알자스의 특산품이라 할 정도로, 알자스를 벗어나면 뛰어난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지녔다. 리치 열매, 생강빵, 바닐라, 과일 칵테일 시럽, 그레이프프루트, 훈연 향, 향신료, 미네랄, 인동덩굴의 풍미가 와인잔 안에서 폭발적으로 솟아오른다. 산도는 비교적 낮으며 여운은 길고 산뜻하며 깔끔하다.


위 사진은 ‘구스타브 로렌츠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저브 Gustave Lorentz Gewurztraminer Reserve’. 게뷔르츠트라미너 특유의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동시에 바디감이 육중하고 근육질인 이 와인은, 레드 와인이 어울릴 만한 음식도 거뜬히 소화해낼 수 있는 와인이다. 올해 열린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구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저력도 있다(소비자가격 6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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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와인을 구입할 때는 음식과의 조합, 가격, 숙성 정도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그래서 정말 맘에 드는 레드 와인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기회 비용이 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비해 화이트 와인은 제약 조건이 훨씬 적다. 일단 와인의 숙성 정도가 와인의 품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채소, 생선, 버섯, 육류 등 다양한 음식을 커버하는 만능 화이트 와인들도 더러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자스의 화이트 와인이다. 앞서 소개한 구스타브 로렌츠의 와인을 통해, 개성 넘치고 향기로우며 음식에 훌륭한 반주가 되어주는 알자스의 화이트 와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재평가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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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캐런 맥닐의 '더 와인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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