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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몬텔레나의 덩치를 키울 생각은 없어요. 규모가 커지면 내 역할은 경영자에 그칠 뿐 재미는 못 느낄 것 같거든요. 나만큼 와인에 미친 사람 다섯 명만 있으면 되는 지금이 좋습니다.”

 


‘파리의 심판 우승자’라는 위대한 타이틀을 가진 샤또 몬텔레나의 CEO 보 바렛이 얼마 전 한국을 찾았을 때 했던 말이다. 파리의 심판(Paris Tasting)은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으로, 1976년에 벌어진 이 대회에서 캘리포니아의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 와인이 프랑스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정상급 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는 세계적인 고급 와인 산지로 급부상했고 미국 와인 산업의 발전에도 가속이 붙었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
<와인 미라클>의 주인공, 샤토 몬텔레나를 만나다”에서 다룬 바 있다).

 

 

 

1976년 ‘와인 미라클’의 주인공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


19세기, 골드 러쉬로 인해 캘리포니아에 부가 축적되면서 이와 함께 양조장들도 진보, 발전했다. 1882년에 돌을 쌓아 만든 유럽풍의 샤또 몬텔레나도 그 중 하나로 오늘날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Chateau Montelena Winery.jpg

 


배럿 가문은 1972년에 샤또 몬텔레나를 인수한 이후 섬세하고 우아하고 유연한 유럽 스타일의 고급 와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인수한지 4년 만인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내로라는 와인생산자와 와인전문가가 모여 벌인 와인 대결에서 샤또 몬텔레나의 샤르도네 와인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사건은 ‘Paris Tasting 파리의 심판’이란 제목으로 TIME지에 보도되며 이후 책과 영화(와인 미라클, 원제: Bottle Shock)로도 기록되었다. 그리고 당시 1위를 차지한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가지 오브제’로 링컨의 모자, 암스트롱의 우주복 등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hardonnay.jpg

 

 

더운 기후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샤르도네는 종종 화려하고 육중한 스타일을 띠며 열대과일의 느낌이 물씬하다. 하지만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는 산도를 누그러뜨리는 젖산발효를 생략하고 자칫 와인의 산화를 초래할 수 있는 lee stirring(효모 앙금과 와인을 섞어주는 과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와인의 높은 산도를 유지하고 복숭아, 멜론, 배 등의 신선한 과일 풍미를 은은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단단한 골격과 우아함까지 갖추고 있어 ‘파리의 심판’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를 짐작케 한다.

 

 


“진짜 주인공은 나야, 나.”
샤또 몬텔레나 카베르네 소비뇽


파리의 심판이라는 사건으로 샤르도네가 샤또 몬텔레나에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지만, 보 바렛은 샤또 몬텔레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라고 강조한다. 생샨량도 전체 와인 생산량의 75%를 차지한다. 실제로 바렛 가문은 와이너리를 인수한 이후부터 보르도의 그랑크뤼 와인처럼 숙성력이 뛰어나고 섬세하며 우아한 레드 와인을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금도 “나파 밸리의 그랑크뤼 샤토”로 거듭나기 위한 반세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개성을 가장 고급스럽게 드러내는 카베르네 소비뇽 생산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Chateau Montelena Estate Cabernet Sauvignon.jpg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빈티지에 따른 기복 없이 항상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는 와인”이라고 샤또 몬텔레나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샤또 몬텔레나의 이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은 코를 뗄 수 없을 정도로 그 향이 매력적이며, 입안에서 천천히 음미해 보면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와인임을 알 수 있다. 로버트 파커는 이 와인에 95+의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위 사진).

 

 

Chateau Montelena Calistoga Zinfandel.jpg

 

 

국내에는 샤또 몬텔레나의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 외에 진판델과 소비뇽 블랑 와인도 유통 중이다. 샤또 몬텔레나 진판델은 바렛 가문이 와이너리를 인수했던 초기에 와이너리 운영 자금을 마련해 준 효자 와인이다. 농도 짙은 과일 풍미와 높은 알코올 농도를 가진 진판델 와인은 오래전부터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왔다(위 사진 왼쪽). 샤또 몬텔레나 소비뇽 블랑 와인이 특히 인상적인데, 한마디로 관능적이고 육감적이다. 날카롭고 짜릿하며 아삭한 특징의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과는 거리가 멀고, 가볍지 않은 무게감과 부드럽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질감, 리치 열매나 장미꽃을 연상시키는 향기로운 아로마가 매혹적이다(위 사진 오른쪽).

 

 


수입_ 나라셀라 (02. 40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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