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포도로 만들어 진다. 그리고 와인의 품질은 당해 재배된 포도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포도는 봄에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여름과 가을의 햇빛을 받아 결실을 맺고 가을에 수확된다. 이 과정에서 기온과 강수량이 적절하고 서리나 우박 등의 재해가 없다면 좋은 품질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연중 기온은 포도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순이 돋는 3월부터 수확이 이뤄지는 9~10월까지, 포도산지의 월별 기온 변화는 포도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어떤 달의 기온이 와인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르도와 바롤로 그리고 모젤 3개 지역의 과거 20~45년 간 월평균 온도와 빈티지 점수 간의 상관관계로 추정해 보자.
월평균 기온은 미국The National Climatic Data Center(NCDC)에서 제공하는 일 평균 온도를 월별로 평균하여 사용하였고, 빈티지 점수는 Wine Spectator (보르도, 모젤)와 Wine Doctor(바롤로)를 참조하였다.
3개 지역의 연도별 빈티지 점수와 12개월의 월평균 온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아래와 같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5월과 10월의 월평균 온도가 해당 연도의 빈티지 점수 간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젤 지역의 10월의 상관관계 0.415는 p-value가 0.061로 95% 신뢰 수준에 매우 근접함) 꽃이 피는 시기인 5월과 수확기인 10월의 기온이 포도 품질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온도가 낮은 모젤 지역의 경우 5월과 10월 외에도 가장 온도가 높은 시기인 7월과 8월의 기온이, 보르도 지역의 경우 꽃이 피고 난 뒤인 6월과 7월의 기온이 빈티지 점수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반면, 바롤로 지역의 경우에는 다른 달의 기온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특징이 보여 지역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관관계를 이해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기온이 빈티지 점수를 설명하는 설명력은 약 30% 수준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70%는 강수량과 서리 등 포도재배환경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가 설명하는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래 표는 3개 지역 데이터를 통합하여 선형회귀분석한 결과표로, 조정된 결정계수가 0.30이며 99% 신뢰도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함)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어 보르도 지역의 경우는 34.7%, 바롤로 지역은 23.8%, 그리고 모젤 지역은 72.9%이다. 가장 추운 지역인 모젤이 다른 포도산지에 비해 기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활용한 기후 관측소와 빈티지 점수 기관의 대표성 등의 제약으로 분석 결과에 한계는 있고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온은 해당 연도의 포도 품질 결정에 약 30% 정도 영향을 미치고, 그 중에서도 5월과 10월은 포도 산지의 위치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월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고자료
1. Climatic Data OnLine (CDO)
2. Wine Spectator, Vintage chart (Germany)
3. Wine Spectator, Vintage chart (Italy)
4. Bordeaux Vintage Chart
<별첨: 지역별 상관분석 결과 테이블>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