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프리미엄’ 또는 ‘플라시보 소비’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잘 나타내는 키워드이다. 전자는 기존의 대중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소비자에게 가격 대비 성능을 넘어선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트렌드 코리아 2018”, 김난도 외 공저). 이 두 가지 트렌드는 대형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기존 제품의 프리미엄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여기에는 와인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에서 와인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고급주류로 인식되어 왔던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되었고 와인의 맛과 향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대형마트의 와인시장 점유율은 무려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입맛과 요구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대형마트에 진열된 와인의 구색도 달라지고 있다. 가격면에서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파이니스트 프로세코’>
2011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홈플러스의 ‘파이니스트 Finest’ 와인 시리즈는 대형마트 와인의 진화를 선도한 사례로 꼽힌다. 파이니스트 와인은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같은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이 개발에 참여한 프리미엄 와인”임을 내세워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고, 단박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홈플러스는 합리적인 가격, 높은 품질,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모두 갖춘 와인을 계속해서 개발,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에 선보인 홈플러스 ‘슈퍼스타(Super Star) 4’ 중 '고스트 파인'>
지난 해 홈플러스는 영국의 명품 와인 브랜드 ‘베리 브라더스 앤 러드 Berry Bros & Rudd’(이하 BBR)를 들여와 와인의 프리미엄화를 한층 더 강화했다. BBR은 ‘영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가족 경영 기업 10’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서가 깊다. 1698년 런던에 문을 연 BBR은 초창기에는 커피, 차, 향신료 등 이국적이고 값비싼 식재료를 수입해 런던의 상류층에게 팔면서 ‘런던에서 가장 핫한 식료품 가게’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조지 3세 때부터 영국 왕실에 와인을 납품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왕실의 ‘로얄 워런트’(Royal Warrants, 왕실에 물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공식 증서, 아래 사진)를 수여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의 주류 유통 회사로 거듭났다.
<홈플러스가 출시한 BBR의 ‘더 와인 머천트’>
BBR 브랜드 아래 홈플러스가 선보이는 와인은 ‘더 와인 머천트(The Wine Merchant’s)'다. ‘더 와인머천트’는 “BBR이 그 이름을 걸고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와인을 전세계의 와인 소비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홈플러스는 ‘더 와인 머천트’ 출시 직후, BBR의 와인 디렉터이자 마스터 오브 와인인 마크 파르도Mark Pardoe 씨를 초청해 국내 와인전문가와 애호가에게 와인을 소개하는 대규모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는 15종의 ‘더 와인 머천트’ 와인이 유통되고 있으며 가격은 1만원대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내년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을 고려한 ‘한국인을 위한 ‘더 와인 머천트’ 와인’이 새롭게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