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와인 명인들의 타계 소식이 끊이지 않은 암울한 해로 기록된다. 프랑스만 해도 샤토 마고의 양조가 폴 퐁탈리에, 샤또네프 뒤 파프의 전설 앙리 보노, 보르도의 저명한 양조학자 드니 뒤보르디유 같은 여러 거장을 잃었다. 같은 해, 마스 드 도마스 가삭Mas de Daumas Gassac(이하, 도마스 가삭)의 설립자인 에메 기베르Aimé Guibert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전 세계 와인 매체들이 그의 부고를 전하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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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 기베르와 그의 자녀들>

 

 

“Uniformity is the enemy of quality.”
“획일성은 품질의 가장 나쁜 적입니다.”

 

 

획일성이 품질의 적이라는 이 한마디만큼 에메 기베르의 양조 철학을 잘 설명하는 문장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이야 말로 위대한 와인을 탄생시키는 바탕이라고 믿었다. 저렴한 와인을 대량생산하는 그저 그런 와인 산지로 알려져 있던 랑그도크 지역에서 세계적인 와인을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조의 자유를 지향하는 그의 철학은 다음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1979년 프랑스에서는, 랑그도크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뱅드페이vin de pays라고 레이블에 명시하는 조건 아래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품종, 수확량, 레이블 기재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기존의 보수적인 ‘원산지 통제 제도(AOC)’와는 거리가 매우 먼 것이었다. 평소 AOC 하의 온갖 규제들을 못마땅해 하던 기베르는 뱅드페이의 도입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원하는 품종으로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인생산자들의 자유재량을 늘리는 뱅드페이 제도의 도입은 와인의 품질과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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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스 가삭의 포도밭>

 

 

에메 기베르의 대담한 기질과 반항기가 엿보이는 사례도 있다. 20세기 말, 미국 와인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로버트 몬다비(1913~2008)는 프랑스의 랑그도크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고, 랑그도크의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인 도마스 가삭을 인수하고 싶어했다. 도마스 가삭의 설립자인 기베르는 몬다비의 끈질긴 구애에 완강하게 버텼고, 이후 몬다비가 랑그도크의 공유지인 아르부사스로 눈을 돌렸을 때에도 그에 저항하는 세력의 중심에 섰다. 그는 공유지를 개간하고 삼림을 파괴하려는 이방인의 프로젝트에 동조한다는 이유로 당시의 시장을 고소할 만큼 몬다비에 강력하게 저항했다 ("In Languedoc, Mondavi Heads for the Hills").

 

참고로, 랑그도크 라는 와인 산지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본 이는 로버트 몬다비 뿐만이 아니다. 1970년, 도마스 가문의 소유였다가 오랫동안 방치된 가삭 밸리의 땅(‘도마스 가삭’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다)을 사들인 기베르는 어떤 작물을 길러야 할지 고민했고 친분이 있던 유명한 지질학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돌아온 답변의 내용은 이러하다.

 

“이곳을 덮고 있는 돌들은 빙하기 때 형성된 것이네. 부르고뉴의 가장 좋은 포도밭에서나 볼 수 있는 돌이지. 자네가 사들인 이 땅에서 그랑크뤼급 레드 와인이 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네. 문제는, 자네의 그 뛰어난 와인을 세상이 알아주기까지 200년은 걸릴 거라는 점이야. 이 지방(랑그도크)에서 만드는 와인의 명성이 그리 높지 않거든.”

 

오늘날 도마스 가삭은 “랑그도크의 그랑크뤼”라 불리며, 도마스 가삭의 와인 중에는 최고급 보르도 와인만큼 비싼 것도 있다. 지질학자의 답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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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는 수입사 인터와인을 통해 도마스 가삭의 여덟 개 와인이 유통되고 있다.(070 7897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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