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aine Thenard의 몽하쉐 포도밭을 지나는 자전거 와인 여행자)
축구 애호가가 EPL이나 프리메라 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여행을 가고 싶어 하고, 뮤지컬 애호가가 미국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로 뮤지컬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듯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가가 되면 유명 와인 산지로의 와인 여행을 꿈꾸게 된다.
7월 이맘때는 포도알이 자라 굵어지는 계절이며, 포도알이 맺힌 후 100일이 되는 수확철인 가을에 포도밭을 둘러보고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와인을 시음하는 것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무척 설레는 여행이다. 그리고 와인이 생활과 문화의 일부이며 지척에 와인 산지가 있고 와인 산업이 발달한 서구 유럽에서는, 와인 여행은 매우 보편화된 여행 테마이며 다양한 와인 여행상품이 개발되어 있다.
와인을 테마로 떠나는 여행도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와인 여행 정보와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면 와인 여행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주로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와인을 시음하고 양조시설을 둘러보는 것에 집중하는 와이너리 여행, 짧은 시간 내에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테마를 소화하는 방식의 와인 여행, 와인산지의 테마와 함께 풍광을 즐기는 여행, 그리고 포도밭과 여유롭게 경치를 즐기는 여행 등이 그것이다.
와이너리 방문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생산자 방문 또는 테마를 소화하기 위하여 주로 자동차를 이용한다. 와인 테마와 풍광을 함께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자전거를 이용한 다양한 여행 상품도 있고,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포도밭과 경치를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는 Walking Tour도 개발되어 있다. 와인 여행은 가이드가 동행하느냐에 따라 Guided Tour와 Self-Guided로 나눌 수 있고, 여행자의 일정과 요구에 맞추는 유연성 정도에 따라 패키지 상품과 컨설팅 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Guided Tour는 패키지 상품의 형태를 띠지만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패키지 여행 상품도 어느 정도의 탄력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추세다.
아래 표는 와인여행 유형별로 특징을 요약하고 이태리 피에몬테 와인 여행을 기준으로 각 유형별로 여행상품을 예시한 것이다.
시음 와인 여행은 이태리 와이너리 투어 전문기관인 바르바롤스쿠올라 같은 컨설팅 와인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을에 바롤로 와인 여행을 갈 예정인 필자 역시 바르바롤스쿠올라 여행 상품을 협의 중이다. WineOK.com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며 17년째 이태리에 거주 중인 백난영씨가 운영하는 바르바롤스쿠올라의 장점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외국 여행 중 가장 큰 어려움인 언어소통이 쉽게 해결된다는 점과 백난영씨가 와인 전문가이기 때문에 일반 와인 여행사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와인 가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컨설팅 여행 전문기관이기 때문에 여행자의 요구에 맞춰 협의를 통해 어떤 유형의 와인 여행도 제공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와인 여행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서 패키지화 된 일반 와인 여행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이런 유형의 와인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의 한 여행사가 제공하는 4박 5일의 "Emotional Wine Tour"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바롤로와 바바레스코에서 각각 1군데의 와이너리 방문+와인 시음+유네스코 문화유산 견학+레스토랑에서의 식사+쇼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유형의 와인 여행은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와인을 포함해 다양한 테마로 여행을 즐기고 싶은 와인 애호가에게 적합하다.
또 다른 독특한 유형의 와인 여행으로는 자전거 여행을 들 수 있다. 한 여행사의 5박6일 여행 상품은 하루에 약 44km, 6일 동안 약 256km를 달려 체라스코에서 몬포르테 달바, 바롤로, 도글리아니, 로디, 노벨로 등 주요 와인 산지의 풍광을 즐기고 와인 셀라 방문과 와인 시음, 쿠킹 클래스와 송로버섯 채집 같은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짧은 거리와 전기 자전거를 이용한 프로그램 등 여러 난이도의 프로그램이 있어 자전거를 즐기는 와인 애호가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유형의 와인 여행이다.
와인 산지를 걷는 와인 여행 역시 해외에서는 각광 받는 와인 여행 방법의 하나다. 10년 전에는 피에몬테 도보 여행 상품이 한두 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Strada del Barolo e Grandi Vini di Langa 같은 협회를 포함해 많은 여행사들의 프로그램이 이용 가능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여행사에서는 숙소 예약과 상세 지도 및 숙소 간 짐 이동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행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어 "Slow Tour"에 관심 있는 와인 애호가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소수의 와인 애호가들이 주로 시음 와인 여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와인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와인 여행도 대중화될 것이고 그런 수요에 맞춰 다양한 여행 상품들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