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현재 미국와인업계의 루키로 떠오른 찰스 스미스Charles Smith의 ‘케이빈트너스K Vintners’,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부티크와인 ‘오린스위프트Orin Swift’의 와인들이 격돌했다. 두 와인을 수입하는 롯데주류가 소믈리에와 와인샵 관계자, 와인 전문 블로거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와인을 비교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 주, 미국 와인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지역의 맹주로서 두 와인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매우 흥미로웠다.

 

 

로커에서 수퍼스타급 와인메이커로, 찰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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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거리는 은발을 길게 늘어뜨린 와인메이커 찰스 스미스는 와인의 매력에 빠지면서 제2의 인생을 와인에서 찾았다(위 사진). 일찌감치 워싱턴주의 잠재력을 알아본 그는 와인생산을 위해 워싱턴 주 왈라왈라밸리에 정착했다. 당시 그의 수중엔 5천불이 다였다. 이방인인 동시에 정식 와인수업도 받지 않았던 스미스는 한 포도원에서 나중에 갚기로 하고 포도를 빌려와 또 다른 지인의 양조장에서 와인을 만들었다. 이렇게 너그러운 지역 생산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찰스 스미스의 와인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은행은 내 와인을 테이스팅하길 원했고 재고상태를 근거로 융자를 결정했다. 그들은 내 와인과 패키지에서 잠재력을 봤던 것이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찰스 스미스는 대출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밝히면서 자신감을 보여줬다. 찰스 스미스의 첫 와이너리 케이빈트너스는 2001년 12월에 설립되었다. 같은 해 출시한 첫 빈티지 와인, ‘케이시라 1999’가 330상자 전량 판매 완료되면서 성공가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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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빈트너스, 로얄 시티 시라>

 

 

케이빈트너스의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간단명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의 레이블이다. “사람들은 기억하기 쉬운 병에 담긴 제품을 좋아한다.”라는 케이빈트너스의 마케팅컨셉트이자 와인에 대한 찰스 스미스의 태도를 반영한다. 유명 디자이너 리키 코프Rikke Korff는 미니멀리즘에 근거한 흑백의 감각적인 레이블로 시각화했다. 이는 케이빈트너스뿐만 아니라 찰스 스미스의 대범한 아이디어가 담긴 또 다른 브랜드에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케이빈트너스의 와인들은 워싱턴 주 와인의 붐을 제대로 타면서 와인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죽기 전에 마셔야 하는 1001가지 와인’에 K Milbrandt Syrah가 올랐고 2014년 < Wine Enthusiast>에서 ‘올해의 와인메이커’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혁신적인 컬트와인 생산자, 오린스위프트

 

오린스위프트는 로버트몬다비 와이너리와 화이트홀레인Whitehall Lane에서 일했던 데이비드 피니David Phinney가 1988년에 설립했다. 부모님에게 헌정하는 의미에서 아버지의 중간 이름인 오린과 어머니의 결혼전 이름 스위프트를 조합하여 와이너리를 명명했다. 

 

설립 초에 진판델을 기반으로 카베르네소비뇽, 시라, 프티시라, 보나르다까지 블렌딩한 프리즈너Prisoner는 오린스위프트의 주력 와인이었다. 2003년에 출시한 이 와인은 성공적인 블렌딩의 예를 보여주며 급성장했다. 고야의 스케치를 담은 레이블 또한 화제가 되었다. 데이비드 피니는 2013년에 프리즈너를 Huneeus Vintners에 넘기고 팔레르모Palermo, 파피용Papillon, 머큐리헤드Mercury Head 등 새로운 와인을 개발,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오린스위프트는 나파밸리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100여개의 포도원에서 선별된 포도만을 사용해서 와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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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레이블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레이블의 중요도가 점점높아지는데, 오린스위프트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레이블은 소장용으로도 아깝지 않다. 파피용의 레이블은 미국의 인물사진의 대가, 그렉 골만Greg Gorman의 작품이고(위 사진) 머큐리헤드 병에는 1916년부터 1945년까지 발행된 10센트 동전이 붙어있다. 기억에 남는 레이블이란 점에서 오린스위프트는 합격 그 이상이다.

 

2016년 ‘이앤제이 갤로E&J Gallo’는 오린스위프트를 인수했다. 오린스위프트는 수년간 갤로로부터 포도와 배럴을 구매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갔다. 당시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피니는 “갤로의 훌륭한 시설과 포도밭을 통해 브랜드를 키우고 더 잘 만들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독특한 블렌딩과 감각적인 레이블로 승승장구하는 오린스위프트가 갤로의 안정적인 자원을 통해 더욱 우수한 와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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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대결의 결과는 어땠을까? 나무랄 데 없는 품질을 보여준 두 와인의 경쟁은 애초부터 무의미했다. 다만 현장에서 참여했던 사람들의 각자 취향을 확실하게 가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을 뿐이다. 케이빈트너스는 워싱턴주 시라의 명성을 쌓는데 한몫 했고 오린스위프트 또한 뛰어난 블렌딩 솜씨를 기반으로 전통과 혁신을 넘나드는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밤 주인공을 뛰어넘어 미국 와인을 이끄는 차세대 주자로 자리잡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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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토 언커버드 샤르도네 2015

Sixto Uncovered Chardonnay 2015

 

식스토Sixto는 샤르도네로만 만드는 화이트와인 전문 브랜드다. 찰스 스미스의 여섯 번째 와인으로 ‘여섯 번째’를 뜻하는 라틴어 이름과 맞아떨어진다. 2014 빈티지가 2017년 와인스펙테이터 올해의 와인 13위(94점)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새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으며 앙금 찌꺼기와 함께 15개월 오크 숙성을 한다. 사과, 레몬, 오렌지, 복숭아의 향이 신선하게 다가오고 미네랄 느낌과 산미가 적당하다. 식전주로 활용하기 좋고 간단한 에피타이저와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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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빈트너스 파워라인 시라 2015

K-vintners Powerline Syrah 2015

 

왈라왈라밸리의 남쪽, 해발 365미터에 위치한 파워라인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 산미와 타닌의 균형이 잘 잡혀있다. 27개월 오크 숙성을 통해 깊은 맛을 더했다. 2014 빈티지가 2017년 와인스펙테이터 올해의 와인 2위(95점)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당시 와인스펙테이터는 “A Knockout Syrah”라고 극찬한 바 있다. 블랙베리, 검은 자두의 향이 나고 여기에 구운 오크의 풍미가 더해져 복합적인 느낌이다. 타닌은 부드럽고 전체적인 구조는 촘촘하다. 후한 평가가 전혀 아깝지 않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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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린스위프트 팔레르모 2015

Orin Swift Palermo 2015

 

다소 충격적인 레이블의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기도하는 16세기 성직자의 미라이다. 시선부터 잡아놓은 팔레르모는 나파밸리에서 생산된 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 말벡을 블렌딩했다. 35%의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0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블랙커런트, 라즈베리 등 다양한 베리류의 향과 향신료, 삼나무와 오크 풍미가 어우러져 입 안을 채운다. 검은 과일 맛이 잘 살아있고 착 달라붙는 듯한 타닌의 느낌도 좋은 편이다. RP 9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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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빈트너스 샤롯데 2014

K-vintners Charlotte 2014

 

찰스 스미스의 딸 샤롯데의 이름을 와인이름으로 지었다. 그래선지 레이블 또한 귀엽고 사랑스럽다. 전형적인 프랑스 남부 론 스타일로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시라, 크누아즈, 픽풀 품종을 블렌딩했는데 타 지역임에도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잘 익은 자두, 허브류, 후추, 감초의 풍미가 나고 오크와 타닌 느낌이 매우 부드럽다. 풍성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풀바디와인으로 마음에 쏙 들었다. (RP 9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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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2015

Papillon 2015

 

포도원에서 일하는 농부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쓰인 파피용은 불어로 ‘나비’란 뜻이다. 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 말벡, 프티베르도, 카베르네프랑을 블렌딩한 전통적인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다. 흑백사진의 강렬한 인상이 와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까시스, 베리류, 구운 고기, 토스트의 향이 풍성하고 힘차게 코를 찌른다. 뒤이어 잘 익은 검은 과일류, 부드러운 타닌과 산미, 감미로운 감초의 맛이 느껴진다. 대담하고 복합적인 와인으로 보르도 와인을 좋아한다면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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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빈트너스 로얄시티 시라 2014

K-vintners Royal City Syrah 2014

 

레이블만 보더라도 최고급 와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찰스 스미스가 “로얄시티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도 한번 향을 맡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다. 말린 자두, 멀베리, 허브, 장미꽃잎, 올리브, 훈제 고기류의 풍미가 강하다. 입 안에서 둥글고 부드럽지만 정교하고 완벽할 정도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세계적인 수준의 시라로 북부 론의 명주, 에르미타즈와 코트로티와 경쟁할만하다. 레이블의 왕관이 정말 잘 어울리는 와인. 소량 생산하며 장기숙성을 통한 변화를 기대할 만 하다. (로얄 시티 2013, RP 9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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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헤드 카베르네소비뇽 2015

Mercury Head Cabernet Sauvignon 2015

 

머큐리헤드란 별명을 가진 10센트 동전을 레이블 삼아 병에 붙인 오린스위프트의 시그니처 와인이다. 현지에선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러더포도와 오크빌의 고급 포도원에서 수확한 카베르네소비뇽 100%로 만든다. 50%의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한다. 블랙베리, 블루베리, 까시스, 시가박스, 구운 오크의 향이 난다. 잘 익은 과일의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곧이어 타닌은 견고하지만 거칠지 않고 거침없이 넘어간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서 마지막까지 감미로운 과일 풍미가 느껴진다.(머큐리헤드 2013, RP 98점)

 

 

수입_ 롯데주류 (080-333-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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