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주류 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저도주 선호"와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 도수 저하"이다. 실제로 위스키 같은 고도주의 소비량은 줄어들고 맥주 같은 저도주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와인 시장의 성장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으며,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에 맞춰 소주 시장 역시 알코올 도수를 낮추어 시장 흐름에 맞는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
(출처: 한국와인시장 동향 2006. blog.naver.com/scotthana)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965년에 30도였으나 지금은 17도까지 낮아졌다. 19도 정도의 포트 와인 같은 주정강화와인이나 16도에 근접하는 신세계 와인을 생각하면 희석식 소주는 더 이상 고도주라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2000년~2016년 사이의 희석식 소주 및 와인 소비량 변화를 통해 저도주 선호와 소주 도수의 하락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분석 대상은 2리터 이하 병입 와인과 희석식 소주에 한정하였고, 알코올 도수는 소주의 경우 22도 (2000년)과 17도(2016년), 와인은 13도를 적용하였다. 소주의 평균 가격은 통계청의 "소주 생산자 물가 지수 (2010년=100)"을 적용하였고, 와인의 경우 수입평균 단가를 2010년=100을 기준으로 했다(인구증가와 소득증가는 감안하지 않음).
소주와 와인을 합한 일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2010년에 4,075ml였으나, 저도주 선호로 인해 소주 소비가 줄면서 2016년에는 3,160ml로 감소했다. 대신 와인 소비량은 약 49ml 증가, (맥주 같은) 다른 종류의 저도주 소비량이 916ml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전체 알코올 소비량은 동일하다고 가정).
이를 병 단위로 환산하면 2010년에 일인당 와인 0.2병, 소주 51.2병을 소비했다. 만약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지 않았다면 와인 소비량은 0.7병, 소주 소비량은 39병(3,093ml의 알코올을 22도 소주로 환산)으로 감소했을 것이고 이는 소주 회사의 "저도주 소주 마케팅"을 하게 만든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소주의 알코올이 22도에서 17도로 낮아지면 동일한 양의 알코올을 소비하더라도 소비자는 39병의 소주보다 11.5병이 더 많은 51.2병을 소비하는 셈이다.
저도주 마케팅은 소주 회사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까? 만약 소주의 도수를 낮추지 않았다면 소주 회사의 매출은 2000년 3,751(2010=100을 기준으로 한 매출)에서 4,557로 21% 증가하는데 그쳤겠지만 소주 도수를 낮춤으로써 5,897로 29%의 추가 매출 증대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소비량 변화에 따른 소비자 효용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알코올 분배선과 효용함수를 이용해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2000년 와인 및 소주 소비는 알코올 분배선과 효용함수가 만나는 a 점에서 이뤄지고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22도로 동일한 상태에서) 저도주 선호의 영향으로 새로운 알코올 분배선 CD와 Uy가 만나는 b에서 이뤄진다. 새로운 UY는 이전 효용함수인 U2000보다 낮다. (UY'>UY 이고 UY'와 U2000은 우위를 가릴 수 없는 관계임으로 U2000>UY 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소주 회사가 소주 도수를 낮추면 소비자의 알코올 분배선은 CD에서 EF로 확대되고 소비자의 와인 및 소주 소비는 b에서 새로운 분배선과 효용함수가 만나는 c로 이동하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비자의 효용함수 U2016은 UY보다는 크다. (UY''>UY 이고 UY''와 U2016은 우위를 가릴 수 없는 관계임으로 U2016은 UY보다 크다)
2000과 2016의 소비자 효용함수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저도주 선호 경향으로 인해 와인과 소주의 소비자 효용이 감소했다가, 저도수 소주 마케팅의 영향으로 소비자 효용이 다시 증가하여 2010년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효용을 갖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류 소비 환경의 변화에 맞춰 소주의 도수를 낮춘 소주 회사의 마케팅 활동은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켰고 그 결과로 회사의 성과를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자료출처: 통계청, 무역통계)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