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시럽과 아이스하키로 유명한 캐나다를 주목할 만한 와인 생산국으로 소개하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얼음과 눈이 가득한 겨울왕국의 이미지만 떠오르는 캐나다에서 와인이라니 말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세계가 인정하는 아이스와인 생산국이며 서서히 서늘한 기후대에 맞는 품종을 중심으로 스틸 와인의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막바지에 들어선 지난 2월 22일, 수입사 하이트진로 주최로 캐나다의 필리터리 이스테이트Pillitteri Estates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 디너가 열렸다. 수출 매니저인 제리드 고레즈Jared Gorez도 자리에 함께 하여 캐나다 온타리오의 와인과 필리터리 이스테이트에 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세계 수준으로 본다면 캐나다의 와인 생산 규모는 아직 걸음마 상태다. 1990년대만 해도 캐나다의 포도원 면적은 1만7천 에이커 정도였다. 현재 3만 에이커에 도달하면서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생산지는 서로 정 반대편에 있는 온타리오 남부Southern Ontario와 브리티시 콜롬비아British Columbia이다.
온타리오는 5대호에 속하는 두 개의 호수(온타리오 호와 이리 호)의 영향으로, 브리티시 콜롬비아 는 산맥의 영향을 받아 추운 지역임에도 포도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선선하고 건조한 날씨에 긴 일조시간과 큰 일교차 등 포도 재배자들이 꿈꾸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온타리오는 전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와인 생산지이다.”
– 맷 크레이머Matt Kramer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낯선 온타리오는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이태리 북부 등 세계적인 와인 생산 지역들과 동일한 북위 41~44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온타리오는 이른바 호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곳이다. 두 호수는 어린 새싹을 이른 봄의 서리로부터 보호한다. 여름이면 차가워지는 호수의 물이 열기를 떨어뜨린다. 반대로 겨울에도 얼지 않는 따뜻한 호수의 물은 기온이 급락하기 전까지 포도가 완전히 숙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고대의 빙하기가 지나면서 남겨진 석회질 토양 또한 고품질 와인 생산의 기반이 된다. 야심 찬 생산자들은 샤르도네, 리슬링, 피노 누아, 카베르네 프랑 같은 서늘한 기후에 알맞은 품종뿐만 아니라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등 다양한 와인 생산에 도전하며 하나 둘 성과를 내는 중이다.
<꽁꽁 언 포도를 손수확하는 모습>
온타리오는 ‘신들의 음료The Nectar of Gods’라 전해지는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성지다. 독일에서 시작된 아이스와인이 캐나다에서 뿌리 내린 시기는 1978년으로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위치한 하인리 빈야드Hainle Vineyards에서 처음 생산, 상업화되었다. 오늘날 포도가 언 채 수확하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아이스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는 독일, 캐나다, 오스트리아뿐이다. 아이스와인의 종주국인 독일의 경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이스와인을 만들지 못하는 해가 늘고 있다. 이에 비해 캐나다는 매년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어 세계 제 1의 아이스와인 생산지로 평가 받는다.
캐나다 아이스와인 총 생산량은 연간 100만 리터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중 90%를 온타리오에서 생산한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영국을 비롯해 동남 아시아로 한국은 2016년 수출량 기준 3위를 기록했다.
캐나다의 고급 와인엔 VQA라는 인증 마크를 발견할 수 있다. Vintner’s Quality Alliance의 약자VQA는 캐나다의 와인양조업자와 정부 기관, 연구단체들이 조직한 협회이다. VQA 마크는 캐나다 정부가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고 이를 인증한다는 뜻으로 프랑스의 AOP, 이탈리아의 DOC 제도와 유사하다. 온타리오에서는 연간 3천만 병의 VQA 와인을 생산한다.
필리터리 이스테이트 Pillitteri Estates
필리터리 이스테이트는 1993년 캐나다 온타리오에 설립된 가족 소유 와이너리이다. 1948년 이태리 시칠리아 출신 이주민 게리 필리터리Gary Pillitteri가 나이아가라Niagara에 정착한 후 오랫동안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 힘써왔다. 1988년 ‘나이아가라 아마추어 와인 대회’에서 비달 아이스와인이 금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오늘날 필리터리 이스테이트는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25%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세계 30개국으로 수출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아이스와인 생산자이다. 비달, 리슬링은 물론 10개의 품종으로 다양하게 아이스와인을 만든다. 최초의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을 선보였던 주인공이고, 아이스와인으로 만들기 힘들다는 쉬라즈 품종으로 세계 유일의 쉬라즈 아이스와인을 생산한 바 있다. 디캔터 어워드, 온타리오 와인 어워드 등 각종 국내외 와인 대회에서 수상함으로써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다.
까페 람베리Café L’EMBELLIR의 정갈한 요리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조화를 선보인 필리터리의 와인들은 다음과 같다.
▲ 니스와즈 샐러드에 곁들인 깨끗한 오프 드라이 화이트 와인, 필리터리 게브르츠트라미너 리슬링 2016(Pillitteri Gewurztraminer Riesling 2016, 품종: 게브르츠트라미너 55%, 리슬링 45%)
이질적인 두 품종, 게브르츠트라미너와 리슬링을 블렌딩한 흔치 않은 와인이다. 산도가 낮고 향이 진한 게브르츠트라미너와 산도가 높고 향이 달콤한 리슬링의 조화가 돋보인다. 리치, 복숭아, 라임, 게브르츠트라미너 특유의 비누향도 나고 과즙이 풍부하다. 리슬링의 높은 산도 덕분에 달콤함이 남지 않아 편안한 오프 드라이 와인이다. 가벼운 브런치 메뉴나살짝 매콤한 요리와 함께 즐겨볼 것.
▲ 안심 스테이크와 완벽한 매칭을 보여준 필리터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3(Pillitteri Cabernet Sauvignon 2013,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필리터리 이스테이트의 제리드 고레즈는 “스틸 와인을 만드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말하며, 지난 20년 동안 도전과 실험을 거듭한 끝에 레드 와인 생산에 성공했고 와인에 서늘한 기후 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두와 유칼립투스, 향신료, 오크, 나무의 향이 복합적으로 나면서 이웃인 미국 캘리포니아보다 보르도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타닌은 부드러운 편이고 진한 과일의 맛이 나면서 스테이크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 아이스크림을 얹은 퐁당 쇼콜라와 잘 어울렸던 필리터리 비달 아이스와인 리저브 2013(Pillitteri Vidal Icewine Reserve 2013, 품종: 비달 100%)
매우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1월 말 기온이 영하 8도 이하로 떨어지면 얼어붙은 포도를 수확한다. 6-12개월 동안 20%의 원액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고급스러운 황금색을 띤 이 와인은 잘 익은 배, 오렌지, 살구, 벌꿀의 향이 진하고 풍성하다. 산도와 당도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오크 숙성을 통해 깊어진 풍미가 여운까지 이어져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 베리류의 풍미 덕분에 딸기 소르베와 잘 어울린 필리터리 카베르네 소비뇽 아이스와인 리저브 2013(Pillitteri Cabernet Sauvignon Icewine Reserve 2013,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생산하는 희귀하고 특별한 아이스와인이다. 만드는 방법은 비달 아이스와인과 동일하다. 투명한 체리 루비색상부터 눈에 쏙 들어온다. 라즈베리, 크랜베리 같은 붉은 베리의 향과 함께 벌꿀과 잼, 천도 복숭아, 살구의 향도 함께 난다. 산도와 당도의 극적인 조화, 붉은 과실의 풍미까지 더해져 복합적이고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