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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0회를 맞는 ‘앙퓌이 와인 시장(Marché aux vins d’Ampuis)’이 코트 로티 와인 협회(Le Syndicat des Vignerons de Côte Rôtie) 주최로 지난 22일부터 4일간 코트 로티Côte Rôtie의 중심지인 앙퓌이Ampuis 마을에서 열렸다.

 

코트 로티와 북부 론의 와인 생산자를 합해 총 61개의 스탠드로 구성된 이 행사에는 주로 코트 로티, 콩드리유, 생 조셉 와인이 선보였으며, 간간이 헤르미타쥐, 크로제 헤르미타쥐, 코르나스, 생 페레이 와인도 만나볼 수 있었다.

 

단일 원산지로 인정 받은 샤토 그리예Château Grillet, 그리고 도멘 르네 로스탕René Rostaing과 도멘 죠르쥐 베네이George Vernay 같은 와인 생산자가 참가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코트 로티 와인 생산자의 약 80%가 참가하였으니, 집집마다 장맛이 다른 것처럼 같은 듯 각양각색인 와인을 마음껏 비교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참여한 와인생산자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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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hapoutier 부스의 시음 도우미 청년들>

 


앙퓌이 와인 시장에서는 와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와인을 직접 사고 판다. 그래서 와인 가격이 일반적인 소매가격보다 5-20% 정도 싸다. 소비자는 와인을 좀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중간 상인의 마진까지 챙길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생산자들은 기존 고객들에게 사전에 초대장을 보내는데, 초대장이 없으면 8유로의 입장료를 내면 된다. 행사장 입구에는 굴, 소시지, 달팽이 요리 등으로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차, 소시지, 치즈 등을 파는 미니 시장은 또 하나의 구경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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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as의 북부 론 와인(코르나스, 헤르미타쥐, 생조셉, 크로제 에르미타쥐, 코트 로티)>


방문자의 대부분은 와인 구매가 목적인 기존의 고객이지만, 와인 시음을 위해 이곳을 찾는 와인 애호가나 전문가들도 있다. 행사 첫날, 시음 노트를 열심히 적고 있는 ‘2000년 세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올리비에 푸시에Olivier Poussier와 악수를 나눌 기회도 있었으며,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서 온 와인수입업자들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방문자는 17세 정도로 보이는 반듯한 남학생들이었는데, 와인 애호가로 당당히 시음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색달랐다. 대부분은 와인생산자가 직접 와인을 소개하며 방문객들을 맞았지만, 대규모 생산자의 경우에는 직원들이 나와 시음을 돕는 모습이었다.

 

이런 행사장을 다닐 때 요령이 있다면, 시음 와인의 재고가 충분하고 스탠드에 생기가 넘치는 첫날에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너무 분주한 주말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점심을 간단히 준비하면 식사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와인잔 주머니를 준비하면 시음 노트를 적을 때나 사진을 찍을 때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사전에 어떤 와인을 시음할 것인지 목록을 만들거나, 생산자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가면 생산자와의 대화가 수월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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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소통 중인 E. Guigal의 필립씨>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코트 로티Côte Rôtie는 '불타는, 뜨거운, 구운 언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40-60도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와 론 강을 접하고 있는 모습은 독일의 모젤 포도밭과 비슷하고, 테라스로 이루어진 모습은 포르투갈의 두오로 지역을 연상시킨다.
     
코트 로티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시라Syrah를 80% 이상 포함해야 하며, 보조 품종인 비오니에 Viognier는 20%까지만 섞을 수 있다. 특히 현지에서는 로마시대부터 내려오는 토박이 시라 품종인 세린느(Serine 또는 Sereine)를 보존하고 있어, Serine라는 이름의 와인도 가끔 만날 수 있다.

 

1998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시라는 사보아 출신의 몽뒤즈 블랑쉬 Mondeuse Blanche 품종과 아데쉬 출신의 뒤레자Dureza 품종의 교배에서 나온 프랑스 현지 품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비오니에의 유전자에서도 몽뒤즈 블랑쉬의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코트 로티에서 만난 이 둘의 운명은 과연 우연인 것일까? 
    
시라와 비오니에의 블렌딩은, 가장 빠르게는 포도밭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특정 포도밭에서 두 품종을 같이 재배하는 경우 그 재배 비율이 곧 블렌딩 비율이 된다. 두 품종을 서로 다른 밭에서 재배, 수확하는 경우에는 블렌딩 비율을 결정한 후 그 비율에 따라 두 품종을 섞어서 양조한다. 이는 코트 로티의 전통적인 양조 방식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내에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는 것이 샴페인을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트 로티의 2016년 기준 재배 면적은 대략 308헥타르(약93만평, 여의도는 89만평) 이며, 약 65여 개의 생산자들이 연평균 12헥토리터 (75cl기준 약 170만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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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은 코트 루즈!

코트 로티는 토양의 특징에 따라 둘로 나뉘는데, 앙퓌이 마을을 기준으로 북쪽을 코트 브룬느, 남쪽은 코트 블롱드라고 부른다. 이 분류는1943년 l’Atlas de la France Vinicole 의 저자 라흐마Larmat씨에 의해 기록되기도 했다.(보러가기)
 
과거 이 지역 영주의 두 딸이 각각 갈색 머리(브룬느)와 금발 머리(블롱드)였던 것에서 유래한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보면 토양의 특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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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피샤에서 준비해온 토양의 표본 왼쪽부터 콩드리유의 점토, 퀴베 그랑 플라스의 편암(북), 샴퐁의 편암(북), 퀴베 로스의 남쪽밭 혼성암 (화강암, 자갈 등)>

 

 

북쪽의 코트 브룬느는 철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편암과 점토 표면 토양으로 색깔이 코트 블롱드에 비해 어둡다. 이곳은 튼튼한 운모편암을 기반으로 가지고 있어, 가파른 언덕에 계단식 샤이에(chaillées) 테라스를 형성하여 완만한 경작지를 마련한다.

 

반면, 남쪽의 코트 블롱드는 자갈과 모래 등 표면 토양 색깔이 연하며 약한 편마암과 혼성암 기반으로 세이(cheys)라 불리는 돌담이 포도밭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비오니에 재배 비율이 높아서, 코트 블롱드 구역 출신 와인들은 북쪽의 코트 브룬느 구역 와인보다는 비오니에와 혼합한 와인들이 많다. 한가지 기억할 점은 단일 포도밭 이름 중에도 코트 블롱드, 코트 브룬느가 있다는 것이다. 행사에서 만난 한 생산자는 블롱드와 브룬느보다는 북쪽과 남쪽으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했었다.

 

참고로 기후는 론강을 따라 올라오는 지중해 기후와 북쪽에서 불어오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모두 받아, 겨울에는 온화한 온도를 유지하고 여름에는 높은 온도와 일정한 강우량을 유지한다. 포도밭은 주로 남향 또는 남동향을 바라보고 있어 일조량이 아주 높다.


코트 로티에는 백악관이 있다?

코트 로티 아펠라시옹은 세 개의 행정구역, 즉 북쪽부터 생 시르 쉬르 르 론 Saint-Cyr-Sur-le-Rhone, 앙퓌이Ampuis, 투팡 스몽 Tupin Semon을 포함한다. 이들은 다시 리유-디(Lieu-Dits)라 불리는73개의 단일 밭으로 나뉘는데, 부르고뉴의 클리마(Climat)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고, 각각의 리유-디는 서로 다른 테루아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르고뉴와는 달리 공식적인 등급은 매겨져 있지 않다.

 

생 시르 쉬르 르 론에 12개, 앙퓌이에 48개, 투팡 스몽에 13개의 리유-디가 있으며(지도 보기) 그 중에는 이 기갈E. Guigal의 라라라la-la-la 시리즈를 통해 많이 알려진La Landonne도 있고, 백악관Maisons Blanches과 빨간집 Maison Rouge 등 재미있는 이름의 리유-디도 있다. 일부 유명한 리유-디를 정리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코트 브룬느에 속한 리유-디는 갈색, 코트 블롱드의 리유-디는 노랑색으로 각각 구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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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름은 밭 이름, 아니면 내 맘대로  

단일밭 포도로 양조하는 경우 포도밭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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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자망 에 다비드 뒤끌로( Benjamin et David DUCLAUX)가 메종 루즈(Maison Rouge)라는 이름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포도밭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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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츄럴 와인 생산자, 쟝미셀 스테판(Jean-Michel Stephan)이 코토 드 튜팡(Coteaux de Tupin)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역시 포도밭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하였다.

 

이와 달리, 여러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경우에는 생산자가 직접 지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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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수아 빌라르(FV는 Francois Villard의 약자)는 여섯 개 포도밭에서 엄선한 포도를 섞어서 만든 이 와인에  '르 갈레 블랑'(Le Gallet Blanc은 '하얀 조약돌'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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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 샤푸티에(M.Chapoutier)가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으로 만든 와인, '라 모르도레'(La Mordoree)는 코트 블롱드 등지에서 수확한 포도를 섞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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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 걍글로프(Yves Gangloff)의'라 바르바린느'(La Barbarine)는 화강암 기반 지역의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다.

또한 이기갈E.Guigal의 La Turque 와 La Mouline처럼 현재 리유-디의 리스트에는 등록되지 않은, 옛날 리유-디의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코트 로티 시음 노트

코트 로티의 강한 탄닌과 풀 바디가 시라 품종에서 오는 것이라면, 다른 북부 론 레드 와인에 비해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은 그만의 테루아와 양조 방식 그리고 숙성 과정에서 비롯되는 코트 로티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와인의 숙성 기간(보통 1- 3년), 오크통 크기, 원산지, 새 오크통의 사용 여부 등은 도멘마다, 와인마다 각양각색이다.

 

코트 로티는 일반적으로 5년 이상 장기 보관하기에 적합하나, 숙성 초기의 와인은 나름대로 강한 탄닌과 과일 풍미를 즐길 수 있으며, 숙성되면서 탄닌은 부드러워지고 과일 향은 송로버섯, 가죽, 담배잎 향으로 나타나 성숙한 면모를 드러낸다.

 

아래 코트 로티의 일반적인 테이스팅 노트를 끝으로 이글을 마치며, 불타는 금요일에는 불타는 코트 로티를 마셔볼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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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장에서 만난 프랑수아 빌라르와 루이 쉐즈(아래 사진)는 다른 생산자들과 함께 이번 3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감사와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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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_ 원정화 (WineOK 프랑스 현지 특파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후 1999년 삼성생명 런던 투자법인에 입사하여 11년 근무했다. 2009년 런던 본원에서 WSET advanced certificate 취득, 현재 Diploma 과정을 밟고 있다.  2010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와 인터폴 금융부서에서 6년 근무하던 중 미뤄왔던 꿈을 찾아 휴직을 결정한다.
 
10개 크루 보졸레에 열정을 담아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와인>의 '리옹댁'으로 활동 중이며 WineOK 프랑스 리옹 특파원으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해 문화와 가치를 소통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리옹댁 원정화의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 와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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