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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오래 전부터 와인 생산국이라기 보다 소비국으로 알려져 왔다. 와인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면 영국인들의 지독한 와인 사랑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보르도의 오랜 VIP 고객으로 보르도 와인을 클라렛Claret이라 명명한 것은 물론, 포르투갈의 주정강화와인(포트 와인)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도 영국인들이었다. 또한 샴페인의 거품을 ‘신의 저주’라며 없애려고 할 때 정작 영국인들은 그 거품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OIV(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2016년 10대 와인 소비국 중 6위를 기록했다. 비록 미국에 세계 와인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샴페인 시장에선 단연 영국을 빼놓을 수 없다. 샴페인 협회Comité Champagne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대략 3천만병을 수입하여 1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샴페인의 가치를 발견했던 영국은 이제 소비국을 뛰어넘어 스파클링 와인 생산국으로 세계 와인 지도에 그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 10년 동안 영국의 와인, 특히 스파클링 와인의 발전은 실로 눈부실 정도다. 1980년대 후반 웨스트 서섹스West Sursex에서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를 재배하면서 시작된 영국 스파클링 와인 산업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2015년 세계적인 와인 매체 Decanter가 주최한 <Decanter World Wine Awards>에서 영국 스파클링 와인들이 무려 130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게다가 <2015 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도 12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독일의 국제 와인 및 주류 박람회, 프로바인Prowein에서도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다.

 

UKVA(United Kingdom Vineyards Association)에 의하면 영국의 포도 재배 면적은 2,000헥타르로 10년 사이 무려 140% 증가했다. 등록된 포도밭 700개, 와이너리 수 133개, 연평균 생산량은 5백만병이다. 스파클링 와인 66%, 화이트 와인 24%, 레드와 로제 와인 10%로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의 비율이 상당하다.

 

영국의 주요 와인 생산지는 웨일즈와 잉글랜드이며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이 총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스파클링 와인 생산지라면 잉글랜드 남부, 서섹스Sursex, 켄트Kent, 써리Surrey를 꼽을 수 있다. 남부 해안에 인접한 이곳은 요즘 세계 와인업계가 집중하는 바로 그 서늘한 기후 지역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연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포도의 숙성에 관한 고질적인 걱정은 옛날 일이 되고 있다. 건조한 지역이기도 하여 안정적으로 포도를 재배, 수확할 수 있다. 전통적인 샴페인을 만드는 세 가지 품종,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를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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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의 상징, 화이트 클리프 @nationaltrust.org.uk

 

 

샴페인을 대체 불가능한 와인으로 만드는 요소는 백악질 토양과 북부의 차가운 기후다. 서섹스와 켄트, 써리 모두 프랑스 샹파뉴와 동일한 하얀 백악질 토양을 가지고 있다. 6,500만 년 전 선사시대 이전에는, 켄트의 하얀 도버 절벽에서 샹파뉴까지 거대한 바다의 분지였다. 두 지역의 지질학상 근원이 같다는 사실은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뛰어난 품질과 가파른 성장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Decanter는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성공 요인을 테루아적 요소뿐만 아니라 “상당한 투자의 결과”라고 설명하며, “어떤 산업이든 안정적인 재정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국 스파클링 와인 산업은 장기적인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세심한 지질 조사, 와이너리의 최신 설비, 샹파뉴 출신의 전문 컨설턴트 영입 등 다각도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스파클링 와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산도와 뚜렷한 과일 풍미를 지니며 섬세한 질감과 미네랄, 단단한 구조를 갖추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UKVA는 2020년 이후 영국의 스파클링 와인 생산량이 5백만 병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이는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테루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메이저 샴페인 하우스의 투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 강력했던 영국의 영향력이 스파클링 와인을 통해 부활하면서 영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생산지가 되고 있다.

 

 

영국 스파클링 와인.jpg

잉글리시 퀄리티 스파클링 와인 2010
English Quality Sparkling Wine 2010

 


작년 말 홈플러스는 세계적인 와인 앤 스피릿wine & spirit 회사인 베리 브라더스 앤 러드Berry Bros & Rudd(이하 BBR)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 ‘더 와인 머천트The Wine Merchant’s’를 국내 최초로 출시하면서 화제의 영국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했다.


2004년 켄트 지역에 설립된 후 영국 스파클링 와인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Gusbourne Estate가 생산하는 와인이다. 샴페인과 동일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BBR의 잉글리시 퀄리티 스파클링 와인은 11개월 동안 탱크 발효 후 자그마치 4년 동안 효모와 함께 숙성한다. 그 영향인지 황금색에 가까운 색상과 섬세한 거품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잘 익은 사과, 귤, 오렌지의 향과 함께 숙성을 통해 얻어지는 효모, 구운 빵의 향이 잘 어우러진다. 오래된 빈티지 샴페인 같지만 맛을 보면 신선한 과일의 산도가 잘 드러나며 톡톡 튀는 매력이 느껴진다. 확실히 호기심 많은 애호가를 위한 와인이다. 2017년 영국의 인디펜던트지Independent에서 뽑은 가성비가 뛰어난 영국의 스파클링 와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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