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셀라.jpg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와인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진지 30년이 지났다. 그리고 한국 와인 시장은 2018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3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간 수입 와인(HS코드 2204 기준) 금액은 88년의 약 4백만 달러에서 2017년 (11월 누계 기준) 1억8천7백만 달러 규모로 49배 커졌으며. 수입중량은 1,373톤에서 32,384톤 규모로 24배 커졌다. 

 

이 글에서는 한국 와인 시장의 과거 30년 간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2018년과 향후 전망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 와인 산업의 생명 주기(Industry Life Cycle)

거시적인 차원에서 한국 와인 시장에 영향을 미친 굵직한 사건으로는 ① 97년 외환위기 ② 한•칠레 FTA 체결 ③ 만화 <신의 물방울>의 인기 ④ 와인 수입 면허 자유화 ⑤ 대형 마트의 와인 유통 시장 진출 ⑥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를 꼽을 수 있다.

 

1997년과 2008년의 경제•금융위기 여파는 다음 해의 수입금액•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로 명확하다. 두 차례 경제위기에서 시장이 회복하는데 각각 3, 4년이 걸렸다. 한•칠레 FTA 체결, 와인 만화 붐, 와인 수입 면허 자유화, 대형마트의 와인 유통 시장 본격 진출은 2000년대 와인 시장 성장에 기여한 요인들이다.

 

 

1. 수입와인 금액 물량 추이 스파클링 2L 이하 병입 와인.jpg

 

 

지난 30년 간 수입 와인의 평균 수입단가 추이는 크게 3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와인 수입 자유화 이후 약 15년 간 3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00년대 초반 들어 급증한 후 2010년 이후에는 6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 한국 수입와인 평균 단가 추이.jpg

 

 

수입 와인 시장의 규모와 수입단가의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 와인 시장 30년은 아래와 같이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① 2000년대 이전의 도입기

② 2000년대의 성장기

③ 2010년대의 성숙기

 

특히 2000년대 성장기에 와인 소비자 저변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와인 교육 기관과 각종 소믈리에 대회도 등장하였으며, 이 시기의 입상자들이 지금 현직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시음회와 디너 행사 등 여러 유형의 마케팅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와인 블로그와 와인 까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와인 시장은, 비록 힘들었지만 2008년의 위기에서 빠르게 반등하고 한 단계 도약하여 성숙기에 진입할 수 있었다.

 

 

와인 종류별 특징

아래 표를 보면, 한국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기간 동안 레드 와인의 비중이 증가하여 2007년까지 80%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2008년 이후로 그 비율은 점진적으로 감소하여 2016년에는 70% 아래로 떨어졌다. 동 기간 스파클링 와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2000년의 4%에서 2017년에는 19%로 증가하였고 2015년에는 화이트 와인의 비중을 추월하였다.

 

 

3. 와인 종류 별 수입 비중 추이.jpg

 

 
와인 종류에 따른 수입 금액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와인 시장의 성장은 레드 와인이 견인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영향을 덜 받았다. 2011년 이후에는 레드 와인에 의한 시장 회복과 스파클링 와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스파클링 와인 수입 금액이 화이트 와인 수입 금액을 추월했고 그 배경에는 고급 샴페인 시장의 성장세가 있었다.

 

 

4. 3_종_와인_연도별_수입금액_추이.jpg

 


레드 와인 부문
프랑스와 칠레산 레드 와인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프랑스 와인은 평균 수입단가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칠레 와인은 큰 변화 없이 일정한 수입단가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이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개척했다면 칠레 와인은 중저가 레드 와인 시장을 개척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5. 레드와인 주요 원산지 별 수입금액 추이.jpg

 

 

화이트 와인 부문
2006년 이후 프랑스와 이태리산 화이트 와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이태리 화이트 와인의 성장세는 약발포성 와인인 모스카토의 인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스카토는 원래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스틸 와인에 쓰이는 병과 코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2L 이하 병입된 화이트 와인’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프랑스, 칠레, 미국산 화이트 와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칠레 화이트 와인은 기존의 칠레 레드 와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시장에서 칠레 화이트 와인의 지속적인 약진을 점쳐볼 수 있다.
 

 

7. 화이트 와인 주요 원산지 별 수입금액 추이.jpg


 
스파클링 와인 부문
스파클링 와인 부문에서는 프랑스가 독보적이다. 2010년 이후 스파클링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지속 상승하는 평균 수입단가는 고급 샴페인이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9. 스파클링 와인 주요 원산지 별 수입금액 추이.jpg

 

10. 스파클링 와인 주요 원산지 별 수입단가 추이.jpg

 

 

원산지 별 점유율 변화

2000~2017년 사이의 수입 물량 기준 시장 점유율 변화를 보면 매우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점유율 42%로 독보적인 시장 1위였던 프랑스 와인은 2017년 12월3일 현재 13%로 떨어졌고, 2000년에 2%에 불과했던 칠레 와인이 26%로 성장하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와인은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고, 스페인과 이태리 와인은 상승 추세이다.


 

11, 수입와인 원산지별 시자 점유율 추이.jpg

 


반면, 수입 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수입 물량 기준 시장점유율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52%에서 33%로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프랑스 와인은 여전히 1위이며, 2%에서 최대 22%까지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칠레 와인은 2005년에 이르러 2위로 올라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물량 기준이던 금액 기준이던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기에 해당하는 2000년대(특히 2003~2008년 동안)에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컸고, 그 이후 성숙기에 해당하는 2010년부터는 큰 변화없이 2000년대 말 시장 점유율 구조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12. 수입와인 원산지별 시자 점유율 추이 수입금액 기준.jpg

 


아래 표는 원산지 별 와인 수입단가를 나타낸다. 2000년만 해도 원산지 별 평균 수입단가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기에 돌입하면서 원산지 별 평균 수입단가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와인은 시장이 성장하면서 꾸준히 평균 수입단가가 상승한 반면 칠레 와인의 평균 수입단가는 2017년 현재까지 변화가 거의 없다.


미국 와인의 경우, 성장기 초기에는 평균 수입단가가 하락했다가 성숙기인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뉴질랜드 와인은 성장기에 높아진 평균 수입단가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양상이다.
 

 

13. 수입와인 원산지별 수입단가 추이.jpg

 


유념할 점은, 프랑스와 미국 와인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했지만 수입 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장점유율의 변화가 시장 창출 과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프랑스와 미국 와인의 성장률은 시장 전체의 성장률보다 낮았고,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른 원산지 와인보다 타격을 크게 받았으며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되었다.

 

 

14. 원산지별_수입금액_추이.jpg

 

 
원산지 별 포지셔닝

2017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저가 와인 시장은 스페인 와인이, 중저가 시장은 칠레 와인이 강하게 포지셔닝 되어 있다, 프랑스 와인은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와인은 2008년 당시 칠레 와인에 대응하는 중저가 위치에서 2017년 현재는 중고가 시장으로 포지셔닝이 바뀌었다.
 

 

15. 2017년_한국_시장에서의_원산지_별_포지셔닝.jpg

 


한국 와인 시장에서의 원산지 별 포지셔닝을 보면, 구조적인 면에서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영국 시장과 유사하다. 영국 시장에서도 프랑스 와인이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 시장에서의 칠레와 스페인 와인처럼 이태리와 호주 와인이 중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6. 2012년_영국_시장에서의_원산지_별_포지셔닝.jpg

 


향후 시장 전망과 성장 동인

2017년 현재 한국 와인 시장은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 들었으며 수입규모와 수입단가는 2008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0년 이후 한국 와인 시장에 나타난 주요 현상은 레드 와인 비율의 하락과 스파클링 와인 소비의 증가, 원산지 별 시장점유율 변동 감소, Value Wine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 가격 경쟁의 심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18년은 성숙기 단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외부적 임펙트가 없는 한 도약을 위한 에너지 축적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와인 시장에는 성장 견인의 요인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단기 성숙단계로 볼 수 있다.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저도주 선호 경향과 술을 음식의 하나로 보는 음식 문화 확산 등을 발판으로 한국 와인 시장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이 때, 성장을 견인하고 시장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은 요인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① 와인 세금 제도 개선(종가세에서 종량세로) 
② 온라인 와인판매 허용 (온라인 유통채널 확산)
③ 와인 유통구조의 개선 (와인수입•도매•소매 겸업 허용) 
④ 한식과 와인 궁합의 확산 (새로운 유통채널 개발) 
⑤ 업소 시장의 서비스 개선 (합리적인 와인 가격 정책 등)


위 다섯 가지 요인들이 와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다르지만 와인 수입단가와 와인 가격의 하락, 그리고 소비자가 느끼는 와인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향후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어 한국 와인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더 가치 있는 와인을 소비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길 기대한다.

 

 

 

이상철.jpg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글쓴이의 블로그 바로가기
글쓴이의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명절 와인 선물, 이렇게 고르세요

    우리나라에서 일년 중 와인 구매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는 명절 전이다. 그만큼 명절 선물로 와인을 고르는 이들이 많다.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업들이 선물용으로 사가는 와인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들 대부분은 선물...
    Date2018.01.25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2. 마시고 남은 와인, 이렇게 보관하자

    와인을 열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남는 와인의 보관이다. 보통 2~3일 안에 마시면 문제가 안 되고 코르크를 오픈한 후 한 병을 다 마시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알코올의 양으로 본다면 소주 한 병 반(13도X750ml /17.8도X360ml)에 해당하는 와인 한 병은 주...
    Date2018.01.15 글쓴이이상철
    Read More
  3. 한국 와인 시장, 30년 간 이렇게 변했다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와인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진지 30년이 지났다. 그리고 한국 와인 시장은 2018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3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간 수입 와인(HS코드 2204 기준) 금액은 88년의 약 4백만 달러에서 2017년 (11월 누계 기준) 1...
    Date2018.01.02 글쓴이이상철
    Read More
  4. '더 머천트' 와인 3종 시음기

    지난 칼럼 “가성비로 승부하는 PB 와인”에서는 홈플러스의 PB 와인 출시가 가진 의미, 그리고 한국 와인 시장에서 PB 와인의 전망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홈플러스의 PB 와인 <The Wine Merchant>(이하, 더 와인 머천트)의 와...
    Date2017.12.19 글쓴이이상철
    Read More
  5. 가성비로 승부하는 PB 와인

    최근 홈플러스가 영국 유통업체인 BBR의 PB(Privet Brand) 와인 “The Wine Merchants 더 와인머천트”를 출시함으로써 한국 와인 시장에서 PB 와인 간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국내 PB 와인 시장의 문을 연 것은 Costco의 Kirkland이며, 이후 다른 대...
    Date2017.12.12 글쓴이이상철
    Read More
  6. ‘보르도 레드’의 또 다른 이름, 끌라레 Claret

    와인 애호가들, 특히 구대륙 와인으로 와인과 연을 맺게 된 애호가들에게 '끌라레Claret'라는 단어는 익숙하다. 이는 과거에 영국인들이 보르도 레드 와인을 지칭했던 말로, 지금은 일반 용어로 남아 있다. Claret의 어원은 “연한clean”을...
    Date2017.12.06 글쓴이이상철
    Read More
  7. 스페인의 두 가지 컬러_템프라니요 그리고 베르데호

    세계적인 품질의 값비싼 와인 중에는 잘 익고 부드러운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 많다. 스페인의 템프라니요Tempranillo는 이런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만드는 품종 중 하나다. 포도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운 템프라니요는 빛깔이 진하고 구조가 잘 잡힌 와인을 ...
    Date2017.11.29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 44 Next
/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