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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pices de Beaune ©BIVB>

 

 

※ 이 글은 <11월 셋째주에 프랑스에 가야하는 이유 (1)>에 이은 글이다.

 

 

부르고뉴의 본Beaune지역 하면 떠오르는 것은, 노랑 주황 녹색 파랑 등 여러 가지 색의 지붕을 얹은 고딕풍의 오텔 듀Hotel Dieu, 즉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건물이다. 이곳에서 매년 11월 셋째주 일요일에 와인 경매가 열린다.

 

1859년 최초로 열린 이래 올해로 157번째를 맞는 오스피스 드 본 경매는, 11월 19일 일요일 예정시간보다 10분 늦어진 2시 40분에 "신사 숙녀 여러분"이 아닌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을 알렸다.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자. 전문 경매 업체인 크리스티Christie’s의 프랑스 지부장 François de Ricqlès씨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본 프리미에 크뤼 퀴베 담 오스피탈리에르 Beaune Premier Cru Cuvée dames Hospitalières’ 와인을 첫 경매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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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pices de Beaune ©BIVB>

 

부르고뉴 왕가의 고문이자 정치가였던 Nicolas Rolin과 그의 아내 Guigone de Salins은 100년 전쟁 이후 1443년에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병원을 설립했다(위 사진). 이 퀴베는 그 당시 간호사로 봉사했던 수녀들의 노고를 기리는 의미에서 매년 첫번째로 거래된다. 모든 경매 수익금은 오스피스 드 본의 의료 서비스, 병원 유지 보수 및 개증축에 쓰인다. ‘아프기에 가장 좋은 곳이 본’이라는 우스개 소리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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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베 데 프레지덩이 낙찰된 후 환호하는 참가자들과 관련 인사들>


 

이어 십여 개의 와인이 낙찰되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인 ‘퀴베 데 프레지덩Cuvée des Présidents’ 경매가 시작되었다. 1978년부터 오스피스 드 본은 매년 자선 단체나 공익단체를 선정하여 이 와인의 경매 수익을 기부한다. 이번 년도에는 알츠하이머 리서치, 두뇌 연구소, 타라 환경단체 세 곳이 선정되었다. 매년 유명인사 한 명이 이 퀴베를 대표해야 하는데, 올해는 줄리 디파디유가 그 역할을 맡았다. 머리에 하얀 리본을 단 그녀와 몇몇 인사들이 감정적인 호소를 거듭한 끝에, 이 와인은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인 42만 유로(한로화 5천만원)에 낙찰되었다.

 

퀴베 데 프레지덩이 생산되는 포도밭은 매년 달라진다. 올해는 그랑 크뤼 ‘꼬르통 클로 드 르와’(‘왕의 정원’이라는 뜻)에서 생산된 두 개 배럴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경매에 부쳐졌다. 228리터 용량의 오크 배럴 한 개에서 288병의 와인이 나온다고 하니, 와인 한 병이 대략 1천 유로(130만원)인 셈이다. 


경매 수익금 1천2백만 유로(163억원)로 사상 최고

퀴베 프레지덩 경매가 끝나고 다소 한산해진 경매장에서 크리스티의 와인 경매는 여섯 시간 동안 이어졌다. 처음엔 열정적이던 경매사들의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고 얼굴에 지친 기색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경매사가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직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낙찰자 번호를 잘 들어주세요!"하는 말투에서는 짜증이 묻어 나기도 했다.

 

도멘 오스피스 드 본이 소유한 60헥타르 가량의 포도밭은 모두 기부 받은 것이며, 1859년부터 여기서 생산한 와인을 경매하여 수익금을 마련해 왔다. 크리스티는 2005년부터 경매 망치를 잡았다. 오스피스 드 본의 퀴베 이름은, 아펠라시옹 뒤에 기부자나 후원자의 성 또는 창립자 가족 또는 단체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아래 두 퀴베를 비교해 보자.

Clos de la Roche Grand Cru Cuvée 'Cyrot-Chaudron'
Clos de la Roche Grand Cru Cuvée 'Georges Kritter'

같은 그랑 크뤼 아펠라시옹이지만, 첫번째 퀴베의 기부자는 Cyrot-Chaudron이며 두번째 퀴베의 기부자는 Georges Kritter라는 사람이다.  이 두 퀴베의 가격 차이는 대략 4천 유로(5백만원) 정도다.

 

올해는 총 50개 퀴베(레드 33개, 화이트 17개)에서 787개의 와인 배럴(레드 와인 배럴 630개, 화이트 와인 배럴 157개)과 15개의 오드비 배럴(Eaux de vie, 부르고뉴 버전의 코냑 또는 아르마냑)로 구성됐다. 596개 배럴이었던 작년보다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경매 수익 역시 2016년의 두 배에 가까운1천 2백만 유로를 기록했다. 병당 평균 가격으로 보면, 2017년은 1만5천 유로로 2016년의 1만 2천을 웃돈다.


경매 참여를 높이기 위해 크리스티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와인 시음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런던, 파리, 베이징, 상하이, 도쿄 그리고 싱가폴에서 시음회를 열었으며,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18개 국가에서 전화와 인터넷으로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했다.

 

오스피스 드 본 경매의 기본 매물 단위는 228리터 용량의 오크 배럴 1개이며, 경매 전문 용어로 이를 롯Lot이라 부른다. 롯은 시리즈 Series로 묶여 있다. 1개 롯에서 약 288병의 와인이, 즉 6병들이 48 상자가 생산된다. 아래 표는 오스피스 드 본 Top 10 퀴베의 낙찰 가격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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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경매에 참여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팁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1.    입찰할 상품과 입찰 상한선을 미리 정하자.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년도 빈티지 와인 시음회가 열리고 각각의 퀴베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기회가 된다면 먼저 시음을 해보고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퀴베를 미리 선택하도록 한다. 경매 전에도 본에서 그 해 햇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초대를 받지 않았다면, 추운 날 밖에서 기본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어떤 상품에, 얼마에, 얼마까지 입찰할 것인지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경매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 분위기에 쓸려가다가 예산 이상의 가격에 낙찰 받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급히 «저 아닌데요»를 외치며 취소한 경우가 이번 경매에서도 3건이나 있었다. 이런 사람이 다음 경매에 또 입찰하면 경매사가 부러 못 본 척하기도 한다. 이러한 웃지 못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리 입찰할 상품과 입찰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놓아야 한다.

 

2.    낙찰가격이 끝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매에는 숨은 비용이 추가되는데, 오스피스 드 본의 경우 낙찰자의 최종 비용은 낙찰 가격 외에도 다음 사항을 포함한다.

바이어 프리미엄 7%
부가세
오크통 구매 비용
최소 1년 대리보관료
병입 및 레이블링 비용
운송 비용
기타

 

오스피스 드 본 경매는 기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평균보다 높은 가격에서 낙찰되는 게 보통이다. 또한 낙찰 후 부르고뉴 소재의 양조장에서 대리보관, 병입 해주는 서비스, 제품 운송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낙찰 가격의 최소50%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만유로에 배럴 한 개(288병의 와인에 해당)를 낙찰 받았다면, 부가 비용을 포함한 최종 비용은 약 15만 유로이며 병당 68만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 와인이 시장에 유통된다면 세금과 유통마진 등으로 소비자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크리스티에서 와인에 적용하는 바이어 프리미엄은 보통 20%이지만, 오스피스 드 본은 7%로 상대적으로 낮다. 부가세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프랑스의 부가세는 20%다. 오크통은 개당 600유로 정도이며, 가장 큰 추가비용인 보관 비용은 대행서비스를 해주는 양조장마다 다르다. 낙찰자가 미리 양조장을 선정해 놓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오스피스 드 본도 관련 정보와 조언을 제공한다. 이 경우에는 낙찰가격에 일정 비율로 또는 일정 금액(평균 3천 유로)을 부과하는 것이 보통이며, 최소 1 ~ 2년까지 낙찰자의 결정에 따라 보관 기간이 정해진다.

 

3.    승부욕을 경계하자.

 

경매를 진행하면서 경매사가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만 유로에서 입찰가격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 "24만 유로 없습니까?"라고 묻는다. 아무 반응이 없다면, 20만 유로까지 올려놓은 입찰자 중 A씨를 지목해 "21만 유로에 입찰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묻고 대부분 그러겠다고 한다. 1만 유로는 크게 부담스런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매사는 다시 다른 입찰자 B씨를 향해 "22만 유로는 어떻습니까?"라고 묻고 대답은 역시 "예스"이다. 그러면 경매사는 다시 A씨에게 묻는다. "1만 유로 추가한 23만 유로는 어떻습니까?" 승부욕이 발동한 A씨는 경매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에 뒤질 새라 B씨도 1만 유로를 더 올린다. 결국 낙찰 가격은 경매사가 애초에 제시했던 24만 유로를 넘는다. 하지만 경매사가 이런 수법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 경매사로서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예상 낙찰 가격에 미달한 상품이나 인기 상품의 가격을 이런 방법을 통해 올리곤 한다.

 

4.    매물의 수를 보고 입찰할 시기를 정하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같은 밭에서 나온 같은 이름의 퀴베가 10개 이상 매물로 나왔을 경우에는 기다렸다가 천천히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경쟁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매물의 낙찰 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르는 게 값이 될 때도 있다. 반대로, 매물의 수가 적다면 초기에 입찰하는 것이 낫다. 매물이 없어 다급해진 입찰자들이 물건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한편, 낙찰자에게는 같은 퀴베를 같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데, 이는 같은 시리즈 내에서만 가능하다. 시리즈는 1개~ 9개 롯(Lot, 오크통 1개)들로 구성된다. 좋은 가격에 낙찰 받았다 싶으면 동일한 시리즈의 퀴베를 모두 사버리는 입찰자도 있다.

 

경매 참가는 아주 간단하다.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해야 하며, 서면, 전화, 인터넷 참여도 가능하다. 필자는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친 후 온라인 관람을 할 수 있었으며 경매 상품 안내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 http://www.christies.com). 행사가 종료되면 안내서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므로, 나중에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 안내서에는 각 퀴베에 얽힌 간단한 이야기가 적혀 있어 흥미로우며, 전체적인 진행 사항과 정보가 가득하다(올해 안내서 보러가기).

우리나라 자선 단체들도 퀴베 데 프레지덩에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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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_ 원정화 (WineOK 프랑스 현지 특파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후 1999년 삼성생명 런던 투자법인에 입사하여 11년 근무했다. 2009년 런던 본원에서 WSET advanced certificate 취득, 현재 Diploma 과정을 밟고 있다.  2010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와 인터폴 금융부서에서 6년 근무하던 중 미뤄왔던 꿈을 찾아 휴직을 결정한다.
 
10개 크루 보졸레에 열정을 담아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와인>의 '리옹댁'으로 활동 중이며 WineOK 프랑스 리옹 특파원으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해 문화와 가치를 소통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리옹댁 원정화의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 와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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