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대를 돌파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내년 3만달러 대 진입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의 샴페인 수입량과 수입금액을 보여주는데, 지난 십여 년간 국내 샴페인 시장이 양으로 두 배, 금액으로 세 배 가까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3년까지는 샴페인 수입량과 샴페인 수입금액이 비슷한 수준의 증감률을 보이지만 2014년 이후 샴페인 수입금액 증가율이 수입량 증가율을 훨씬 앞질렀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2014년 이후로 예전보다 더 비싼 샴페인을 사서 마시고 있다.

 

* 샴페인_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일정한 규제 아래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하며,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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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수입하는 샴페인을 품질에 따라 나눠보면 이는 좀더 명확해 진다. 프랑스의 샴페인 수출량 중 고급 샴페인에 속하는 프레스티지 뀌베와 빈티지 샴페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4%, 1.5%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샴페인 중 이 두 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높은 11.8%, 3.23%이다. 더불어, 지난 몇 년 간 국내에 수입되는 샴페인의 종류가 144개까지 늘면서 생산량이 적고 값이 비싼 샴페인들이 대거 소개되었는데, 이는 샴페인 소비자들의 안목을 높이고 고급 샴페인 소비를 늘리는데 기여했다. 여기에 샴페인 수입원가 상승까지 겹쳐, 우리가 마시는 샴페인은 점점 비싸진 게 사실이다.

 

프랑스 외교관이었다가 지금은 샴페인 협회(Comité Champagne)의 장을 맡고 있는 Vincent Perrin의 말에 따르면, 한 국가의 총생산성이나 국민의 소득수준은 샴페인 매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BBC, “Why we're drinking more Champagne than ever before”). 최근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강한 경기 회복세가 목격되고 있는데, 이는 샴페인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샴페인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수입금액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면서, 다시 말해 우리가 더 비싼 샴페인을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샴페인 생산자들은 한국 와인 시장에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일례로 11월 23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 주최의 샴페인 만찬 행사를 들 수 있다. 샴페인 생산자들이 조직한 여러 기관 중 하나인 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는 ‘샴페인 기사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샴페인 생산자, 미디어, 정치인, 샴페인 애호가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 4천 여명이 회원으로 속해 있다. 이 날 열린 만찬에는 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에 속한 유수의 샴페인 생산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으며,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함께 그들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샴페인이 차례로 등장해 참가자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만찬에 앞서, 국내 샴페인 시장 확산에 기여한 수입사 대표, 소믈리에, 기자, 경제인 등 30여 명이 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는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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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2017 트렌드 코리아>가 전망한 10대 소비 트렌드 중에는 'Heading to B Premium'이 포함되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격 대비 성능"이 제품 구매 시 주요 고려 요인이었으나, 이제 소비자들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의 가치를 제공받길 원하며 높은 가치를 주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국내에서 샴페인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들에게 샴페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소중한 경험을 선사해주고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그래서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만한 가치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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