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Spectator(이하 WS)가 2017년 10대 와인에 이어 100대 와인 리스트를 공개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하는 말이 “10대 와인은 이미 모두 품절이라 인터넷 구매가 불가능”하단다. 이처럼 WS의 100대 와인과 10대 와인 발표는 미국 시장의 와인 수요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 이 글에서는 1988년부터 올해까지 30년에 걸쳐 WS 100대 와인에 선정된 3,000개 와인을 통해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와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도록 한다.

1)    WS 100대 와인 순위의 의미

와인의 점수가 높을수록, 와인의 가격이 높을수록 100대 와인 내에서의 순위가 높은 경향이 있다.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순위 별 평균 가격과 순위 별 평균 점수 간의 상관관계도 높다.

하지만 1~10위 와인이 다른 와인에 비해 점수나 가격 대비 품질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11~20위 와인 중에서도 10대 와인의 점수와 품질을 갖춘 것이 있다. 또한 상위 50위까지는 순위와 점수 간의 관계가 뚜렷한 반면, 51~100위까지는 점수 차이가 크지 않으며 100위에 가까워 질수록 평균 점수와 평균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도 보인다. 10위 단위로 나눈 10개 그룹의 점수 분포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좀더 명확해진다.

즉, 상위 점수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1~10위 와인 외에 11~20위 와인도 매력 있는 와인이며, 51위 이하의 와인은 순위 간 점수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2)    WS 점수와 가격 간의 상관관계

3,000개 와인의 점수와 가격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이 로그 함수 관계를 갖는다. 설명력은 약 60%, 즉, 와인 가격이 높고 낮음의 60%는 WS 점수로 설명(또는 그 반대)이 가능하고 나머지 40%는 생산국가, 와인 종류, 물가 변동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2017년 100대 와인의 점수와 가격 간 상관관계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①    100대 와인 중 200달러 이상인 와인은 없다.
더 높은 가격대의 와인이 포함된 과거에 비해 2017년에는 고가 와인이 줄어 들었다.

②     과거에 비해 WS점수의 가격 설명력은 높아졌으나 민감도는 낮아졌다.
상관관계의 설명력을 나타내는 함수의 R2 값이 개선되었고 (60.97 ↔ 69.01) 민감도를 설명하는 그래프의 기울기가 달라졌다.

③     95점 대를 기준으로 100대 와인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95점 이상 와인은 과거에 비해 WS 점수에 대한 평균 가격이 낮아졌고, 95점 이하 와인은 과거에 비해 WS 점수에 대한 평균 가격이 높아졌다.

3)    국가별 비중 변화

30년 간 WS 100대 와인의 국가 비중에 변화가 있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와인은 2000년 전까지 40%를 웃돌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1/3 수준에서 그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프랑스, 이태리 3개국 와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와인은 1자리 비율에서 33% 수준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10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프랑스 와인과 이태리 와인의 비중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태리 와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10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에 비해 늘었고, 특히 1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1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밑돌고 있다. 프랑스 와인은 10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고 있지만 1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대 와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훨씬 웃돈다.

4)    3회 이상 선정된 Top Class 와인

30년 동안 WS 100대 와인에 3회 이상 선정된 와인은 총 197개다. 이 중 미국 와인이 76개로 39%를 차지하며, 디저트 와인인 토카이로 유명한 헝가리 와인도 1개 포함되어 있다.

이 와인들의 연도별 선정 회수를 살펴보면, WS 100대 와인의 선정 기준이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변화를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6년까지는 3회 이상 선정된 와인의 숫자가 점증하여 2006년에는 39개에 달했으나, 2008년 이후 급감하기 시작하여 2017년 올해에는 10개에 그쳤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High Quality Wine”에서 “Value Wine” 중심으로 WS100대 와인의 선정 기준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5)    WS 100대 와인의 가격 상승 효과

WS 100대 와인에 포함되면, 와인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 상승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3회 이상 선정된 와인 197개를 바탕으로 WS 100대 와인의 가격 상승 효과를 분석해 보면 평균적으로 아래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 3회 선정된 와인은 가격이 평균 63% 상승하였고 6회 선정된 와인은 189%, 9회 선정된 10개 와인은 평균 302% 가격이 상승하여 처음 선정되었을 때 보다 4배로 가격이 뛰었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와인 외에도 많은 양의 와인을 수입, 소비하는 미국 시장에서 Wine Spectator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이며, 앞서 살펴본 것처럼 WS 100대 와인 리스트는 해당 와인의 가격과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WS 100대 와인은 미국 와인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반영하거나 혹은 제시하려는 경향을 보이기에 이런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