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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졸레 10 크뤼 데이> 행사가 미식의 도시 리옹에서 제1회를 맞이하여 열렸다. 행사 날짜가 10월 10일이었던 까닭에  '10-10-10 크뤼 데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행사는 ‘한식과 10크뤼 와인들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사진 왼쪽부터 도멘 미 고다, 도멘 라파엘 쇼팡, 샤토 티방, 샤토 드 자버낭, 필자, 도멘 폴 자낭 에피스, 클로 드 라 로와레트, 도멘 드 라 피호레트, 샤토 드 라 테리에르)

 

보졸레에는 총 12개의 아펠라시옹(이하 AOC)이 있는데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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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위치한 ‘보졸레 AOC’는 과일 맛이 짙은 단순한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이들은 보졸레 화이트(Beaujolais Blanc), 보졸레 레드(Beaujolais Rouge) 그리고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x, 햇와인)로 나뉜다.

 

그보다 상위 등급인 ‘보졸레 빌라쥐’는 보졸레 AOC보다는 좀더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와인을 생산하며 보졸레 빌라쥐 화이트(Beaujolais Villages Blanc), 보졸레 빌라쥐 레드  (Beaujolais Villages Rouge) 그리고 전체 생산량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보졸레 누보를 포함한다.

 
토양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최상급 보졸레는 ‘10개 크뤼’에서 생산된다. 이들 크뤼는 북쪽에서부터 상트아무르(Saint Amour), 줄리에나(Juliénas), 세나(Chénas), 물랑아방(Moulin-à-Vent), 플러리(Fleurie), 시루블(Chiroubles), 모르공(Morgon), 헤니에(Régnié), 브루이(Brouilly), 코트 드 브루이(Côte de Brouilly)다(아래 지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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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크뤼에 속한다 해도 포도밭의 위치, 토양의 특성, 양조 방식 등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별 크뤼의 특성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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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플러리, 불고기와 물랑아방

‘한국 음식과 10크뤼 와인의 조화’라는 주제 아래 기획된 <보졸레 10 크뤼 데이>에는, 각 크뤼를 대표하는 10개 도멘의 와인을 4가지 한국 음식과 매칭하는 이색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참깨를 이용한 구제르(gougère, 르파스탕 협찬)를 시작으로 야채 잡채, 닭고기 버섯 완자, 김치 두부 주먹밥, 불고기(강남 레스토랑 협찬)의 4가지 한식이 뒤를 이었고, 후식으로는 치즈, 유자, 녹차를 이용한 피낭시에(financière)와 무화과를 곁들인 디저트(이유진 파티시에 협찬)가 제공되었다.


10개 크뤼 와인은 다음과 같다:

도멘 드 라 피호레트(Domaine de la Pirolette, 상트아무르), 샤토 보네(Chateau Bonnet, 줄리에나), 도멘 틸라동(Domaine Thillardon, 세나), 도멘 폴 자낭 에피스(Domaine Paul Janin et fils, 물랑아방), 클로 드 라 로와레트(Clos de la Roilette, 플러리), 샤토 드 자베낭 (Château de Javernand, 시루블), 도멘 미 고다(Domaine Mee Godard, 모르공), 도멘 라파엘 쇼팡(Domaine Raphaël Chopin, 헤니에), 샤토 드 라 테리에르(Château de la Terrière, 브루이), 샤토 티방 (Château Thivin, 코트 드 브루이).

 

이들 중에는 몇 대 째 이어져온 와인가문도 있지만, 젊은 와인메이커의 열정에서 시작한 신참 도멘도 있다. 특히 도멘 틸라동, 도멘 라파엘 쇼팡, 도멘 미 고다 같은 젊은 도멘의 경우 일부 또는 전량 유기농 와인을 생산한다.

 

한국 음식과 위 와인들은 아래 그림과 같이 짝을 이루어 등장했다(식전주로 등장한 도멘 폴 자낭의 보졸레 빌라쥐 화이트(샤르도네 100%)는 신선하면서 깊이 있고 산도와 과일향이 잘 어우러져 참가자들의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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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채 잡채에 매칭한 두 개 크뤼는 헤니에와 코트 드 브루이다. 도멘 라파엘 쇼팡(Domaine Raphaël Chopin, 헤니에)의 와인은 풍부한 과일향, 가벼운 무게감, 살짝 자극적인 타닌을 지녀 볶음 요리의 느끼함을 상큼하게 보완해주었다. 샤토 티방(Château Thivin, 코트 드 브루이)의 와인은 잘 익은 체리 풍미를 비롯한 다양한 맛과 신선한 뒷맛 덕분에 여러 가지 야채가 들어간 잡채와 잘 어우러졌다.


2. 닭고기 완자는 상트아무르, 브루이, 줄리에나 등 세 개 크뤼 와인과 매칭했다. 농후한 과일 풍미를 지닌 도멘 드 라 피호레트(Domaine de la Pirolette, 상트아무르)의 와인은 부드러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질감 덕분에 닭고기의 식감과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샤토 드 라 테리에르(Château de la Terrière, 브루이) 와인은 농축된 붉은 과일 맛, 둥근 질감, 부드러운 타닌 덕분에 간장 소스가 들어간 완자와 잘 어울렸다. 샤토 보네(Château Bonnet, 줄리에나)의 와인은 산딸기, 체리에 후추, 버섯 풍미가 조화를 이루어 버섯, 생강 같은 완자의 재료들과 잘 맞았다.


3. 파마지아노 치즈와 김가루를 가미한 두부 김치 주먹밥은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맛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필자가 '김치폭탄'이라고 소개한 이 주먹밥은 플러리와 모르공 크뤼 와인이 짝을 이루었다. 클로 드 라 로와레트(Clos de la Roilette, 플러리) 와인의 보라색 붓꽃과 산딸기 향, 신선한 질감, 약간 조여오는 듯한 타닌은 볶은 김치의 맛을 잘 살려주었고, 도멘 미 고다(Domaine Mee Godard, 모르공) 와인의 풍부한 바닐라 향과 부드러운 질감은 김치, 치즈와 함께 삼박자를 이루었다.

  
4. 부추 불고기에는 시루블, 물랑아방, 세나의 세 개 크뤼 와인을 곁들였다. 샤토 드 자버낭(Château de Javernand, 시루블)의 와인은 야생꽃, 후추 향이 두드러지는 가벼운 질감과 중간 정도의 타닌을 지녔는데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음식의 맛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의 특성과 붉은 과일의 신선함, 고운 질감과 타닌, 복잡한 면모를 지닌 도멘 폴 자낭 에피스 (Domaine Paul Janin et fils, 물랑아방)의 와인은 고기 음식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와인이었다.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는 소규모 도멘 틸라동(Domaine Thillardon, 세나)의 와인은 붉은 과실향이 풍부하고 가벼운 타닌과 상큼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 후식이 나오기 전 깔끔한 입가심으로 그만이었다.

 

유쾌한 뒷담화

미국, 영국, 타이완,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보졸레 10 크뤼 데이> 행사를 통해 보졸레 10 크뤼 와인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10크뤼 와인의 품질과 한국 음식과의 절묘한 조화에 감탄하였으며, 보졸레 와인을 다시 보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행사에 참여한 와인메이커들의 소감을 들어보자.

 

"시루블 크뤼를 대표하여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에 감사를 표합니다.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와인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_ 샤토 자버낭

"한식과 와인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고, 꼼꼼한 행사 준비 덕분에 아주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봅니다. 4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요(웃음). 다음에는 우리가 하는 일과 와인에 대해 좀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시간을 늘려주세요." _ 샤토 티방

'보졸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한 이 프로젝트는 내게 많은 동기 부여가 되었어요. 10월 10일에 10크뤼를 리옹에서 맛본다는 것은 정말 상징적이에요. 10월은 10크뤼를 발견하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_도멘 드 라 피호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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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보졸레 10크뤼를 알리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어떤 일이 그렇지 않겠는가? <보졸레 10 크뤼 데이>에 섭외하기 위해 와인메이커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이 필자에게 준 희망의 메세지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샤토 티방의 스위스 태생 와인메이커 소냐 죠프레이는 보졸레의 과거와 현재를 그녀의 경험담을 빌어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밭에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부쩍 늘어난 주문 때문에 사무실에 일하는 시간이 늘어서 불평 아닌 불평을 하고 있답니다. 10년 전, 와인양조학 공부를 마치고 남편과 같이 시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려고 보졸레에 왔을 때만 해도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30대의 와인메이커들이 모임을 가질 정도로 젊은 에너지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통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꾸준히 생산해 온 도멘들과 젊은 열정과 신기술로 무장한 신규 도멘들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보졸레 10 크뤼 데이> 행사는 한국에서도 열릴 예정이니, 와인 애호가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길 바란다.


<보졸레 10 크뤼 데이> 웹사이트 바로가기
<보졸레 10 크뤼 데이>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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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졸레 10 크뤼 데이>에서 한국의 춤사위를 선보이며 좌중을 사로잡은 한국 무용 전공자, 강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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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_ 원정화 (WineOK 프랑스 현지 특파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후 1999년 삼성생명 런던 투자법인에 입사하여 11년 근무했다. 2009년 런던 본원에서 WSET advanced certificate 취득, 현재 Diploma 과정을 밟고 있다.  2010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와 인터폴 금융부서에서 6년 근무하던 중 미뤄왔던 꿈을 찾아 휴직을 결정한다.
 
10개 크루 보졸레에 열정을 담아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와인>의 '리옹댁'으로 활동 중이며 WineOK 프랑스 리옹 특파원으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해 문화와 가치를 소통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리옹댁 원정화의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 와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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