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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몰려드는 토스카나 몬탈치노 마을의 아침)

 

 

이른 아침 안개가 뒤덮인 포도밭의 전경을 본 적이 있는지. 프랑스의 보르도, 이태리의 피에몬테 그리고 미국의 나파 밸리 등 유명한 와인 산지에서는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안개로 가득한 포도밭을 볼 수 있다. 안개는 포도밭의 풍경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포도나무가 성장하고 포도알이 잘 영글도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의 생육에는 16가지 영양소가 필수적이다. 소량의 철(Fe), 망간(Mn), 구리(Cu), 아연(Zn), 붕소(B), 몰리브덴(Mo), 염소(CI) 그리고 다량의 질소(N), 인산(P),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황(s), 탄소(C), 수소(H), 산소(O)가 그것이다. 특히 후자의 9가지 영양소 중 질소, 인산, 칼륨은 식물의 3대 영양소라 불린다.
 
단백질, 핵산, 엽록소, 비타민, 각종 식물 호르몬을 구성하는 질소는 세포 분열과 증식에 필요하고 뿌리, 잎, 줄기의 생육을 왕성하게 하기 위한 양분 흡수와 동화작용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질소가 부족하면 포도나무의 줄기, 잎, 뿌리 그리고 포도알, 포도송이의 수와 크기가 발달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생육이 불량해 진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나 포함되어 있는데, 안개는 공기 중의 질소를 포도나무에 자연스럽게 공급해 준다. 수증기가 많이 포함된 대기의 온도가 이슬점 아래로 내려가 공기 중에 물방울로 응결되어 생기는 안개는 포도나무에게는 보약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동일한 원리로, 공기 중의 수증기가 포도나무 줄기나 잎의 표면에 응결하여 생기는 이슬 역시 안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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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가 성장하는 계절에는 이와 같이 안개와 이슬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래서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야 하고 밤낮의 일교차가 커서 대기의 온도가 쉽게 이슬점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인접한 바다와 강에서 불어온 바람이 수증기를 제공하고 밤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온도를 낮춰주는 산이나 계곡이 좋은 와인산지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포도나무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토양과 더불어 대기 중에서도 공급받기 때문에, "떼루아terroir"는 비단 토양뿐만 아니라 기후, 위치, 경사 등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것이다.

 

큰 일교차가 특정 와인산지의 뛰어남을 설명하는 이유로 종종 언급되는 것은, 따뜻한 낮에는 포도알이 잘 익고 서늘한 밤에는 산도의 손실을 막아주어 산미가 뛰어나고 바디와 질감이 우수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그 배경에는 이렇듯 포도나무가 보약을 잘 먹고 좋은 포도를 생산해낸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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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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