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런던. 영국의 권위 있는 와인 전문지 디켄터Decanter가 주최한 카베르네 소비뇽 콘테스트에서 사시카이아Sassicaia 1972 라는 이태리 와인이 최고 와인의 자리를 꿰찼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란 디켄터는 여느 토스카나 와인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의미로 ‘수퍼 투스칸Super Tuscan’이라고 평했다. 이후 저녁식탁의 화제거리에 그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이태리 와인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고 품질의 고급화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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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면서 레드 와인 생각이 절로 나는 9월이다. 지난 12일 떠오르는 수퍼 투스칸으로 주목 받는 세테 퐁티의 스테파노 마기니Stefano Maggini 수출 담당자가 방한하여 국내 미디어와 만남을 가졌다. 


수퍼 투스칸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다리

테누타 세테 퐁티란 와이너리의 이름은 아르노 강을 사이에 둔 두 도시, 피렌체와 아레초를 잇는 7개의 다리에서 유래한다. 그 중 첫 번째 다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완성한 명작, 모나리자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1950년대에 건축가였던 알베르토 모레띠 쿠세리Alberto Moretti Cuseri는 1861년부터 1946년까지 이태리를 통치했던 사보이Savoy 왕가의 땅, 50 헥타르를 매입해 세테 퐁티를 설립했다. 


세테 퐁티가 자리한 발다르노 수페리오르Valdarno Superiore는 아르노 강에 인접한 계곡 고지대로 16세기 코시모 데 메디치 3세가 극찬했던 토스카나에서 우수한 와인 생산지 4개 중 하나다. 이곳엔 1935년에 조성된 사보이 왕가의 포도밭, 황제의 포도밭Vigna dell’Impero이 있다. 3헥타르에 불과하지만 82년이나 된 산조베제를 비롯해 여러 토착품종들이 자라고 있다. 세테 퐁티에선 같은 이름의 와인을 빈티지가 좋은 해에만 6,000병 정도 생산한다. 


세테 퐁티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알베르토의 아들 안토니오Antonio가 와이너리 경영에 참여한 후부터다. 그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베르도 같은 국제 품종을 적극 재배하며 양조 설비를 재정비하고 현대화했다. 또한 유명한 컨설턴트와 와인 메이커, 농업 학자 등 전문가들을 모아 자문을 구했는데, 명품 수퍼 투스칸, 오르넬라이아Ornellaia의 컨설턴트로 활약한 바 있는 다니엘 슈스터Daniel Schuster를 영입해서 화제가 되었다. 고품질 와인에 대한 오너의 의지가 얼마나 굳은 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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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 퐁티는 “와인은 포도밭에서 만들어진다.”란 와인 생산자들의 경구를 그대로 실천한다. 품질 면에서 완벽한 포도를 얻기 위해 엄격한 가지치기와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농축된 포도를 얻기 위해 익기 전에 미리 포도 송이를 솎아내는 작업)에 열중한다. 단위 면적당 약 6600 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어 식재밀도를 높였다. 그리고 한 그루에 3-4 송이만 남기고 나머지 포도송이를 솎아낸다. 와인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헥타르당 5000kg정도로 유지한다.


50 헥타르로 시작한 세테 퐁티는 오늘날 330헥타르의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토스카나 뿐만 아니라 볼게리와 시실리섬에도 진출하여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7월 나라 셀라에서 런칭한 세테 퐁티의 세 가지 와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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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냐 디 팔리노 키안티 리제르바 2014

Vigna di Pallino Chianti Riserva 2014

(품종: 산조베제 100%

등급: Chianti Riserva DOCG)


팔리노 지역에서 재배되는 산조베제 100%로 만들었다. 12개월 동안 2000리터의 대형 슬로보니아 오크에서 숙성한 뒤 5-6개월 동안 병 숙성을 거친다. 산조베제는 까다로운 품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포도밭에서 골고루 잘 익지 않아서 생산자를 노심초사하게 한다. 그래서 완성도 높은 산조베제 100% 와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키안티 와인답게 밝은 루비색상을 띠며 라즈베리, 꽃, 향신료의 향이 난다. 과즙이 풍부하고 타닌은 거친 감이 전혀 없이 넘어간다. 적당하면서 신선한 산미는 음식과 훌륭한 조화를 이끌어낸다. 한마디로 ‘맛있는 와인’이다. 음식과도 잘 어울려 저녁 식탁을 멋지게 만들어 주겠지만 특히 토마토 소스 파스타, 마르게리타 피자, 브리 치즈, 오리고기를 꼽을 수 있다. 디켄터Decanter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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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뇰로 2014

Crognolo 2014
(품종: 산조베제 90%, 메를로 10%

등급: IGT)


‘크로뇰로’란 이름은 와이너리에서 자라는 층층나무를 뜻한다. 첫 빈티지는 1998년으로 지금까지 산조베제와 메를로의 블렌딩을 지키고 있다. 이 와인의 등급이 키안티 DOC가 아니고 IGT임을 스테파노 마기니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전 키안티 와인은 세계 와인 시장에서 저가 와인의 대명사였다. 수퍼 투스칸의 등장으로 IGT란 등급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많은 생산자들은 저가 와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키안티 DOC 대신 IGT을 선택했다.” 


12개월 동안 프랑스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산조베제의 영향으로 밝은 루비색을 띤다. 라즈베리,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색 과일의 향이 강하고 풍부하다. 뒤이어 삼나무, 허브, 물기 머금은 흙, 향신료의 향이 뒤따른다. 신선한 산미가 잘 유지된 덕분에 과일 향미가 진해도 지루하지 않고 마지막 여운까지 깔끔하다. 세련된 스타일의 수퍼 투스칸으로 ‘가성비’라는 면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스테파노 마기니는 양념을 한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며 우리 나라 요리 중 불고기와 매칭할 것을 권했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9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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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노 2014

Oreno 2014
(품종: 메를로 50%, 카베르네 소비뇽 40%, 프티 베르도 10%
등급: IGT)


세테 퐁티의 플래그 쉽 와인이다. 1999년 첫 빈티지부터 변함없이 와인 스펙테이터나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안토니오 갤로니Antonio Galloni 등 자비 없는 와인 전문가들에게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고 있다. 크로뇰로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14-18개월 동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진한 붉은색을 띠고 잘 익은 과일, 삼나무, 오크, 향신료, 초콜릿의 향이 풍성하다. 아직 어린 빈티지임에도 표현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적당한 산미와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대단하다. 야생마의 매끈한 근육이 떠오르는 와인으로 그릴에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와 완벽한 짝을 이룬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탄탄한 구조 덕분에 20-25년 장기 보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7월에 런칭 후 두 달 만에 초도 물량이 거의 판매 되었다는 후문이다.


최초 수퍼 투스칸이라 불리는 사시카이야가 세상에 나온 지도 4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수퍼 투스칸은 이태리의 엄격한 DOC 등급체계를 부순 혁명, 토착 품종 일색이었던 이태리에서 국제품종의 블렌딩이란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뛰어난 만큼 값비싼 와인의 이미지를 쌓았다. 현재 수퍼 투스칸은 생산자의 열정을 테루아에 투영하며 고유의 와인 스타일을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바로 테누타 세테 퐁티의 와인들이 좋은 예로 그들이 지향하는 ‘우아한 스타일의 토스카나 와인’으로 수퍼 투스칸의 계보를 잇고 있다. 

 

 

수입_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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