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상거래가 활성화된 우리나라에서 유독 와인을 포함한 주류의 온라인 상거래가 허용되지 않은 것은,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 보다는 주류 소비, 특히 미성년자의 주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사회규범적인 규제정책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와인 산업 참여자들과 소비자들은 와인의 온라인 거래 허용을 희망하고 있는데 만약 와인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면 한국 와인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를 국내외 사례를 통해 가늠해 보자.

세계적인 와인과 증류주 무역박람회인 ProWein이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세계 와인 소매 채널의 주요 변화요인은 한마디로, 편리한 채널과 정보가 풍부한 채널에 대한 소비자 수요의 양극화(Polarization of needs between convenience and information-rich channels)로 요약된다. 소비자들은 신속한 저관여(low-involvement) 구매결정에 의한 편리한 구매를 선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온라인 와인 판매 채널의 활성화와 잠재성이 전세계 와인 소비량의 50%를 상회하는 8개 주요 관찰 국가에서 발견되었다고 진단한다.¹

온라인 유통 비중의 해외 사례

Global Wine and Spirits에서 2013년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온라인 와인 판매는 매년 30%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는 신규 채널이다. 온라인 판매가 가장 활성화된 영국의 경우 전체 와인 소매판매의 11%가 온라인 쇼핑을 통해 이뤄지고 유럽 소비자는 8~10%, 미국 소비자는 2%의 와인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고 한다.²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촉진하기 위해 세워진 EU 기관, CBI가 2016년에 발표한 자료에서 유럽 와인산업의 전문가는 유럽 시장에서 온라인 와인 판매가 장기적으로 30%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³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해외 온라인 와인 채널은 다양한 유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Global Wine and Spirits는 이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1)한정 수량에 한하여 짧은 시간에 할인 판매를 하는 Flash Sales, Discount and Auctions Sites (Cinderella Wine, Wine Access 유형), 2)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Concierge Approach (JJ Buckley Wine Wines, Vinfolio 유형), 3)전통적인 온라인 매장인 Bricks & Motar Sites (프랑스의 Nicolas store, 미국의 Sherry-Lehmann’s, Zachys Wine & Liquor 유형), 그리고 4)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Wine Clubs (미국의 Laithwaites Wine Club, Wine of the Month Club, WSJ Wine Club 유형)이 그것이다.⁵

이 외에도 해외에서는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여 Wine Ring 등과 같은 App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시도되고 있어 향후에는 더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와인 시장의 특성

Kedge Business School의 Gregory Bressolles 교수는 “E-commerce와 온라인 와인 판매”라는 발표자료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 “낮아지는 수익성”, “낮은 진입장벽과 퇴출장벽”, “시장의 세분화와 전문화” 그리고 “시장 성숙기 진입”을 현재 세계 온라인 와인 판매 시장의 특성으로 꼽고 있다. 6 

즉, 시장 기회가 분명하여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은 시장 수익성을 하락시키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시도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결과는 극명하여 시장 불확실성과 시장 세분화 및 전문화가 가속화 되었으며 지금은 시장 성숙기에 도달하여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점유하는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 와인 판매 시장의 잠재성

한편,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 온라인 소매 규모는 전체소매 판매 중 8.1%를 차지하는데 이는 영국, 중국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7 우리나라 쇼핑시장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8%로 급성장하였다.⁸

신영증권과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소매 판매 중 온라인 채널의 판매 비중은 약 15%인 54조원 규모로 추정하며 2017년에는 17%인 66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로 인해 조만간 100조원이 넘어 전체 소매 판매의 30%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⁹

이는 2000년대에 급속히 확산된 초고속 인터넷과 2010년 이후의 LTE와 스마트 폰 인프라에 기반하여 인터넷 쇼핑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된 결과로, 특히 향후에는 모바일 쇼핑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달한 IT 인프라와 온라인 금융제도, 그리고 이미 다른 제품을 통해 온라인 쇼핑 거래의 편리함을 경험한 한국 소비자들의 익숙함은 온라인 와인 판매가 도입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이를 활성화 시킬 것이다. 한국 온라인 와인 판매 시장은 전체 와인 소매 판매의 10% 수준까지는 급속히 성장할 것이며 30%까지 성장할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본다.

와인 온라인 시장 성장의 걸림돌

하지만,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면 온라인 와인 판매가 제도화된다 해도 이런 성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와인 산업 내외에 몇 가지 걸림돌이 사전에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투명한 가격정책, 종량세로의 과세제도 전환과 미성년자의 구입제한 제도 등이 그 예다. 이러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온라인 와인 판매제 도입은 시장성장 없는 제살 깎아 먹기 식의 가격경쟁을 유발하여 공급자 측의 이윤 하락과 피해로 이어지며 그 손실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와인 공급자는 지금보다는 투명한 가격 정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와인 가격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이다. 와인 수입사들은 공급하는 와인의 소비자 판매 가격을 명확하게 소개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유통마진을 보장해 주려고 소비자 가격을 높이 책정하는가 하면,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매업자가 빈번한 할인 행사와 다양한 할인율을 적용함으로써 와인 소비자가 와인 가격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상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도입된다면 와인 소매가격이 인터넷에 공개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개선되겠지만, 그 이전에 와인 가격이 투명하게 자리잡는다면 온라인 와인 판매는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온라인 와인 판매는 다품종 소량판매를 활성화 시키고 중고가 와인 시장을 성장시킨다. 온라인 채널은 거리와 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편리성으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 수요량이 적은 중고가 와인과 덜 알려진 와인에 대한 소비를 촉진시킨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과세제도가 종가세라서 가격이 높은 와인은 더 많은 세금이 과세되기 때문에 중고가 와인의 소비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온라인 와인 판매제가 도입된다면 제도 도입의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와인 시장 활성화와 시장세분화 및 전문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온라인 와인 판매는 허용하면서도 그 폐해를 막기 위해 미성년자의 와인 구매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성인에 한해 주류 구매를 허용하고 있어, 온라인 판매 채널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성인 여부를 체크해야 하며,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 와인을 배달하는 시점에서 체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배달할 때 구매자가 집에 없어서 체크가 불가능하거나 미성년자여서 배달이 거부되는 주문량이 전체의 약 5% 정도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의 경우 주문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성인 여부 체크가 가능한 독점매장 (monopoly shop)에서만 픽업이 가능하며, 영국도 배달 시점에서 성인 여부를 체크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온라인 와인 유통을 도입하게 된다면 웹사이트에서 성인 여부 체크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며, 더불어 배달 시점에서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미성년자에 의한 와인 구매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사항

앞서 살펴보았듯이, 온라인 와인 판매가 국내에 도입되면 소비자에게 구매 편리성과 가격 혜택을 제공하여 와인 소비 시장에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 새로운 사업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부처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와인산업 자료도 기대하기 힘든 현재의 와인 관련 단체나 협회, 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반복되는 중견 수입업체의 도산, 동반적 경쟁 관계(Co-petition)인 수입업체 간 소모적인 와인 브랜드 쟁탈,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악성 물량을 선물세트나 특별할인 행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가격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는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 와인산업의 현 주소이다. 향후에도 이런 점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온라인 와인 판매는 복잡하다고 평가 받는 국내 와인 유통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약”이 되기 보다는 혼란을 가중 시키는 “독”이 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온라인 와인 판매 제도 도입의 실현은, 바로 와인 산업 참여자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가 잘 도입될 수 있도록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와인 판매에 적합한 산업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와인 소비자는 본인이 신뢰하는 오프라인 와인 전문점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수고로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