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사용되는 용어가 많다. 처음 와인을 접한 소비자가 그 용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자주 와인을 접한 소비자 역시 그 용어에 익숙해 지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향에 대한 설명은 둘째 치더라도 바디감(Body), 구조감(Structure), 집중도(Concentration), 균형미(Balance)와 같은 용어는 쉽게 와 닿지 않고 그래서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와인을 설명할 때도 이런 용어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어 Wine Spectator의 와인 관련 용어집에 의하면, 바디감(Body)이란 입안에서 느끼는 와인의 무게감, 충만감 또는 두터움에 대한 표현으로 알코올, 당, 산, 미네랄 등이 복합적으로 와인에 녹아진 결과물이다. 일반적인 표현법에는 라이트 바디(Light-bodied), 미디엄 바디(Medium-bodied), 그리고 풀 바디(Full-bodied)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스킴 밀크는 라이트 바디에, 일반 우유는 미디엄 바디에, 그리고 크림 밀크는 풀 바디로 표현할 수 있다. 풀 바디한 와인이 입안에서 더 큰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풀 바디한 와인이 라이트 바디한 와인보다 품질 면에서 반드시 더 좋지는 않다고 설명되어 있다(원문보기)
구조감(Structure)은 어떤 의미일까? 구조감은 입안에서 느끼는 와인의 촉감과 관련된 것으로 산도, 타닌, 알코올, 당,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산도나 타닌이 적고 균형 잡히지 않은 와인은 “구조감이 부족”하거나 “힘이 없다”고 표현된다. 반면에 산도나 타닌이 충분히 많으면 그 결과 “단단한 구조감이 느껴진다”(원문보기).
와인을 설명하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그 와인을 테이스팅한 사람이 마셔보지 못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용어는 오랜 기간 동안 다듬어져 그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다. 그래서 와인을 표현하는 용어와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각각의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그 용어들의 조합으로 표현되는 특정 와인의 전체적인 특성과 모양을 그려 보고 가늠해 보는 것에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와인을 사람에 빗대어 이해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각각의 용어를 신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와인을 마실 때 와인의 전체적인 특징과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시각적으로 도움을 준다.
먼저 와인의 향은 사람의 외모에 비유할 수 있다. 와인의 향이 비슷한 듯 하지만 다양한 향의 조합으로 와인마다 느낌이 다르듯이, 사람의 외모도 유사한 듯 하지만 개인마다 특징이 있다.
와인의 산도는 사람의 뼈와 비슷하다. 와인의 골격에 해당하는 셈이다. 뼈대는 신체 구조의 바탕이고 뼈대가 단단한 사람이 거친 운동이나 압력에 잘 버티듯이 산도는 와인 구조감의 근본이며, 구조감이 좋으면 숙성 잠재력도 높다.
당도는 사람의 지방에 비유할 수 있다. 스틸 와인(비발포성 와인)의 경우, 평균보다 당도가 낮은 와인은 마른 사람처럼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산도가 받쳐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당도가 과다한 와인은 뼈대가 튼튼하지 않고 지방이 많은 사람을 대할 때의 느낌과 같다.
같은 방식으로 타닌은 사람의 근육에, 알코올 농도는 사람의 키에, 바디감은 사람의 몸무게에, 그리고 집중도는 조밀도로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도의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뼈의 조밀도처럼 얼마나 산도가 응집된 느낌을 주는가로 이해하면 된다.
와인의 구조감이 좋다는 것은 산도, 당도, 타닌, 알코올 등 와인의 풍미를 구성하는 요소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각 부위로 이루어진 전체적인 신체 구조가 어떠한지에 비유할 수 있다.
와인을 묘사할 때 많은 평론가나 애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균형감(Balance)이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듯, 와인도 풍미를 구성하는 한 요소의 훌륭함보다 산도, 당도, 타닌, 알코올, 아로마 등이 서로 균형 잡혀 있을 때 더 만족스런 풍미를 제공한다.
와인 풍미를 제공하는 각 요소를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비견하여 이해하면 와인의 풍미와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통해 그의 개성을 발견하듯이, 와인을 마실 때에도 와인의 각 요소가 결합하여 제공하는 전체적인 풍미(Wineality)를 느끼려고 노력해 보자.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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