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병의 와인을 마실 때에는 일반적으로 마시는 순서가 있다. 화이트 와인에서 레드 와인으로, 어린 와인에서 오래된 와인으로, 바디가 가벼운 와인에서 무거운 와인 순으로 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먼저 마신 와인이 다음에 마실 와인의 풍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각 와인의 개성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하여, 필자가 이 글에서 추천하는 방법을 잘 활용하면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레드 와인을 한 병 주문했을 때
레드 와인을 한 병 주문했다면, 레스토랑에서 글라스 단위로 파는 레드 와인도 한 잔 주문하자. 글라스 와인을 즐기는 동안, 주문한 레드 와인의 마개를 열어놓고 산소와 접촉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고급 와인이라면 디캔터에 와인을 옮겨 담는 것이 더 좋다. 이처럼 레드 와인을 마시기 전에 산소에 노출시키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 대개 글라스 와인(하우스 와인 이라고도 불린다)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기 때문에 회전율이 높다(즉, 신선하다). 필자의 경우, 와인 리스트 뿐만 아니라 글라스 와인을 보고 레스토랑과 소믈리에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글라스 와인 덕분에 주문한 레드 와인의 맛이 더욱 고급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착시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미각과 후각에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각은 절대성 보다는 상대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앞서 마신 글라스 와인과 다음 와인의 풍미를 비교하게 되고, 그 와인이 village급 와인이라면 더 격이 높은 Premier Cru 와인처럼 느껴진다.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일 때
아내와 같이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일 때에는 약간 고민이 된다. 코스 요리가 아니더라도, 샐러드 같은 전채요리를 먹고 나서 스테이크 같은 메인 메뉴를 주문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전채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스테이크에 레드 와인을 각각 주문하자니 와인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화이트 와인을 글라스로, 레드 와인은 병으로 주문한다. 그리고 전채요리와 글라스로 시킨 화이트 와인을 즐기는 동안 레드 와인의 마개는 열어 놓는다. 이 때 레드 와인을 두 개 잔에 100~150ml씩 따르고, 남은 와인은 병째로 아래 그림과 같이 와인 홀더에 눕혀 놓는다.
이렇게 하면, 잔에 담긴 레드 와인은 자연스레 공기와 닿고 병 속의 와인도 공기와 닿는 면적이 더 넓어지기 때문에 메인 요리를 먹을 때 즈음에는 와인의 풍미가 더 잘 느껴진다.
이처럼 와인을 산소와 접촉시키는 방법은 집에서 활용해도 좋다. 와인 홀더는 가격대와 디자인이 다양하니 취향에 따라 구입하면 된다. 구입하는 것이 귀찮다면 집에 있는 옷걸이나 분재철사로 간단히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아래 그림은 그 사례들이다.
이 글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사실 와인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최고의 방법은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에게 문의하는 것이다. 와인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적절한 음용 상태로 서빙해 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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