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글 "빈엑스포 마지막날 하이라이트" 에서 간단히 소개했던 <E commerce와 온라인 와인 판매>라는 주제는 아직 와인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 와인 시장과는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그리고 가까운 중국에서도 온라인 와인 판매가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으로 비추어 볼 때, 온라인 판매 허용의 찬반을 떠나 객관적인 상황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있으며 통신 주문 후 주문자가 직접 수령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온라인 와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 인해 불법적인 온라인 와인 판매가 자생하고 있는 것 또한 한국 시장의 현주소다.
세계 와인 시장의 판매 채널 변화가 한국 와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적합한 대응책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Kedge Business School의 '세계 온라인 와인 시장 표본 조사' 자료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아래는 Kedge Business School의 와인 온라인 시장 표본 분석 자료이며, 더 자세한 리포트를 원할 경우 해당 학교 사이트에서 자료를 구매할 수 있다. 이 연구자료는 Kedge Business School의 마케팅 담당 교수인 Gregory Bressolles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Kedge Business School 내 주류 경영 석사과정인 Management des Vins et Spiritueux는 Burgundy School of Business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와인 시장의 특성
시장의 불확실성: 온라인 시장은 와인 유통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판매 채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등장, 생산자와의 직거래 확장, 분야별로 다양한 성장속도 등의 이유로 온라인 와인 시장의 방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과 낮아지는 수익성: 오늘날 온라인 와인 판매는 인터넷 운영을 뒷받침하는 IT 기술,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신속 배송, 판매 품질 관리 등을 요구하는 전문 사업이다. 이전 아마추어 시장은 더이상 존재할 수 없는 치열한 환경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안정된 회사 수익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규모의 경제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신규 업체의 진입이 많지만 그렇다고 업체 수가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에서 도태된 업체의 수가 그만큼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수많은 업체가 시장 내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아주 세분화된 분야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시장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시장의 수익성은 낮아지는 상황이다.
시장 세분화와 전문화: 그랑크뤼 전문, 특정 생산 지역 또는 국가 전문, 유기농 와인 전문 등 와인 시장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으며 전문화된 틈새 시장은 여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시장의 성숙기 진입: 지난 10년 간 온라인 와인 시장은 10배 성장했으나 성장률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으며, 상위 20%의 주요업체가 8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경쟁에서 도태된 업체들은 사라지고, 시장의 진입 장벽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따라서 신규 업체의 경우 확실한 전략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분명한 사업모델, 특히 초기의 임팩트가 큰 사업패키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한편, 기존의 온라인 판매업체는 소비자의 정기적인 구매를 이끌어 내야하고, 와인 매장이나 일반 소매 채널에서 와인을 구입했던 와인 소비자들을 인터넷 와인 쇼핑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젊은 세대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며, 신속한 배송 서비스 등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온라인 와인 시장 규모
프랑스의 온라인 와인 시장 규모: 2014년 이후 프랑스 내에서 와인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진입하면서 평균 구매 수량과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프랑스 내 온라인 와인 시장은 전체 와인 시장의 9.4%(10억 유로, 1.5조 원)에 해당하며 2018년에는 10%(15억 유로, 1.6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온라인 와인 판매처는 417개 정도이다.
세계 온라인 와인 시장 규모: 세계 온라인 와인 시장은 98억 유로 규모이고 2017년에는 약100억유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체 와인 시장의 5%에 해당한다. 아시아 시장의 온라인 와인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전체 시장 점유율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프랑스 온라인 와인 판매 매출과 업체 수 비교
아래 그래프를 보면 매출은 2011년 이후 매년 20%-30%씩 성장한 반면, 업체 수는 큰 변화없이 천천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새로운 업체의 진입과 기존 업체의 도태가 동일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내 업체 수는 약 2배 정도 증가한 반면, 온라인 판매 매출액은 10배 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업체 분석
온라인 판매 업체들은, 고정된 포트폴리오로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온라인 판매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도 동시에 운영하는데, 이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417개의 온라인 판매 업체 중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 운영하는 업체가 42%나 되며 그 수는 2년 전부터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판매만 하던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 진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만 와인을 파는 업체의 수는 지난 2년 간 크게 줄어 현재 전체 업체 수의 31%를 차지한다. 그 뒤를 네고시앙이 17%, 생산자 직접 판매가 7%, 대형 수퍼마켓이 2%로 잇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미 고객층이 두터운 온라인 와인 판매 업체와 와인 전문 업체가 온라인 와인 판매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프랑스에서는 일반 온라인 판매 업체인 Vente-Privée.com과 Cdiscount.com이 지난 10년 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온라인 와인 판매 분야에서도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으며, 지난 3년 간 다른 경재 업체와의 간격 또한 더욱 벌어졌다. 중대형의 규모의 Vinatis, Wine.com과 틈새 시장에 집중하는 소규모의 전문 와인 판매 업체들이 지난 2년 간 관심 속에서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Nicolas 같은 오프라인 와인 체인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판매 채널에서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변화하는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받아들여 온라인 시장 진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는 장점과 기존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터넷 주문 후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유통 방법으로 고객 만족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Carrefour나 Auchan 등의 대형 슈퍼마켓들은 비교적 늦게 온라인 시장에 진입했으며 이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비지니스 형태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개국 2300명의 와인 구매자 표본 분석 내용
이제 9개국 2300명을 표본으로 이루어진 분석 자료를 살펴보자. 표본조사 결과로 모든 것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방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표본 조사는 온라인 리서치 전문회사 Toluna에 등록된 패널 가운데 9개 국가(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캐나다, 중국)의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59%가 온라인 와인 판매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있으며, 34%가 와인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온라인 와인 구매자는 고등 교육을 받은 중산층 남성이 주를 이루며, 이들은 배송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중고가 와인을 위주로 잦은 빈도로 주문하며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은 여성 구매자가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온라인 구매자의 약 40%가 자신을 중급 정도의 와인 아마추어로 평가하고 있으며, 36% 정도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와인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왜 와인을 구매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지인과 마시기 위해', '개인적인 소비'가 주요 구매 의도라고 응답했으며, 온라인 판매 사이트 방문 경로는 '인터넷 검색'과 '사이트 주소 직접 입력'이 가장 많았다.
와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출처로는 지인, 판매자 홈페이지, 인터넷 검색, 전문가 등이 차례대로 꼽혔으며 신문, 잡지, 와인 가이드북, 시음회는 뒤로 밀리는 흥미로운 결과도 목격되었다.
대부분의 온라인 구매자는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자 중 38%가 스마트폰을 통해 와인을 구매하고 46%가 와인 전문 앱을 가지고 있다.
베스트 웹사이트
위 설문대상자 2300명이 전세계 23개 온라인 와인 판매 사이트를 7개 분야(정보, 네비게이션, 보안, 상품 다양성, 고객과의 상호작용, 신뢰감, 디자인)에 따라 평가한 결과, 미국의 wine.com이 1위, Amarzon.com이 2위, 중국의 Yesmywine.com이 3위를 차지했다.
글쓴이_ 원정화 (WineOK 프랑스 현지 특파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후 1999년 삼성생명 런던 투자법인에 입사하여 11년 근무했다. 2009년 런던 본원에서 WSET advanced certificate 취득, 현재 Diploma 과정을 밟고 있다. 2010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와 인터폴 금융부서에서 6년 근무하던 중 미뤄왔던 꿈을 찾아 휴직을 결정한다.
10개 크루 보졸레에 열정을 담아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와인>의 '리옹댁'으로 활동 중이며 WineOK 프랑스 리옹 특파원으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해 문화와 가치를 소통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리옹댁 원정화의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 와인> 바로가기
